구글드 Googled - 우리가 알던 세상의 종말
켄 올레타 지음, 김우열 옮김 / 타임비즈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윈도우비스타를 쓰는(쓸 수 밖에 없었던) 나는 인터넷 익스플로어를 열면 홈페이지는 포탈사이트인 네이버이고, 탭을 열어 구글 영문 페이지를 연다.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을 열고 가장 먼저 보는 두 화면에 가장 많이 쓰는 검색사이트라 하겠다. 네이버에서는 지식인과 교통 등을 구글은 영문검색에 사용한다.  

구글은 검색회사다. 
아니다. 구글은 광고회사다.

크리스 앤더슨의 <프리>에서 이미 '구글'이 어떻게 우리에게 공짜를 제공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서문에서부터 크리스 앤더슨은 스타벅스에 앉아 무료 와이파이로 인터넷에 접속하여 구글 닥스에 접속해 글을 쓰고 있다는 '프리한(자유로운) 프리(공짜)월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공짜가 마케팅의 일환으로 소비자를 눈속임하는 공짜에서 지금 세대, '구글 세대'들은 인터넷에서 진짜 공짜를 누리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으며, 그 '공짜' 의 세대차에 관한 것이 크리스 앤더슨 책의 주제이기도 하다.  

여기서 구세대란 우리네 부모님 세대기도 하고, 크게 보아 거대 미디어업계, 신문, TV, 영화, 음반사, 출판사, 광고업계 등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책, <구글드>는 '비전'과 '엔지니어 정신'으로 무장하여 거대 미디어업계를 무너뜨리고, 비즈니스의 판도를 바꾼, 새로운 물결을 일으킨, '검색'으로 세상을 바꾼 '구글'이라는 회사에 대한 이야기이다. 2009년 중반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 꽤 최신의 이야기까지 담고 있고, 뉴스에서 우리는 이 책에 이어지는 뒷이야기들을 현재진행형으로 보고 있다.  

우리가 구글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알고 있었던 건 이렇다. 검색이 빠르고, 편하고. 사이트가 광고나 잡다구리한거 없이 단순하고, 때 되면 구글로고에 장난치는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구글플랙스라고 불리우는 엄청나게 쿨한 구글 본사에는 최고의 음식을 공짜로 주고, 마사지사도 있고, 놀이기구(?)도 있으며, 반려동물도 데려가고, 수의사도 있고,

구글어스라는 쿨한 프로그램이 있어서 검색해보고 노는데, 사생활침해로 문제가 되기도 했고, 유튜브를 인수했고, 구글북스라는 엄청난 프로젝트를 하면서 출판사, 작가협회와 저작권 트러블이 있었고, 가장 최근 뉴스로는 4월부로 중국에서 철수한다는 이야기가 있고..  

구글의 3인방, 엔지니어 출신 세르게이 브린과 레리 페이지, 그리고 CEO인 에릭 슈미트. 그들의 시작과 어떻게 그들이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새로운 판을 짜고, 공룡들을 두렵게 했는지, 어떻게 망하게 하고 있는지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건 뭐 너무 흥미진진해서 왠만한 스릴러 소설 저리가라다.  

뉴요커의 수석칼럼니스트인 저자 켄 올레타는 ''20세기 100명의 기자’로 뽑힌 가장 존경받는 칼럼니스트이자, 빌 게이츠, 루퍼트 머독, 테드 터너, 빌 클린턴 등 정재계 거물들을 직접 독대해 적나라한 심층 분석 기사를 쓸 수 있는 몇 안 되는 저널리스트 중 하나다.'  그들이 어떻게 아마존과 애플과 동맹을 맺었다가, 갈라서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볼 수 있다.

3년간 구글 창립자를 포함한 그들의 멘토, 그들의 경쟁자들까지 심도 깊은 인터뷰를 해 낼 수 있는 사람은 정말로 세상에 몇 명 되지 않을 것이다. 일단 구글 창립자인 괴짜 세르게이와 레리는 인터뷰를 광적으로 싫어하니깐.  

이야기는 스텐포드 대학에서 시작된다. 괴짜 엔지니어였던 브린과 레리는 어느날 레리에게 꿈 속에서 찾아 온 계시와도 같은 아이디어에서 '구글'이라는 검색엔진을 만들게 된다. 

그들의 유명한 로고 'Don't be evil 사악하게 굴지 마라' 와 함께 이상적이기까지한 사용자우선 주의의 검색사이트를 만들고자 한 그들의 비전이 그들로 하여금 새로운 세상을 열게 만들었는데, 기존 뜨고 있던 검색엔진이던 야후에서 어떻게 하면 소비자가 더 야후에 오래 머물게 만들어 많은 광고를 보게 만들까.를 고민했다면, 구글의 창립자들은 '광고란 무례한 낯선 자가 대화에 불쑥 끼어들어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 뭔가를 팔려고 하는 일!' 이라며 알레르기를 일으켰고, 돈만 내면 검색 상위에 오르도록 하용함으로써 객관성을 상실하고 있는 기존의 검색엔진들에 비해 구글은 '검색에 진심으로 몰두' 했고,

초기 사명선언문에 나왔듯 '전 세계의 정보를 조직하여 누구나 접속해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그들의 에너지를 집중했다. 엔지니어 최우선 주의. 창립자 둘 불터가 엔지니어이고, 투자회사의 압박을 받으면서도 경영자를 못 들이다 겨우 들인 경영자는 희귀한 '엔지니어 출신'의 슈미트였다. 한가지만 바라보고, 수익을 생각하지 않고, '검색'이 수익을 가져다줄꺼라고 믿으며 일단 상품을 내 놓고 시행착오를 거쳐가며 고쳐나가는 구글의 모습은 11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가장 인상 깊은 회사로 자리잡은 지금에도 남아 있다. 

초기에 그들을 얕보았던 거대 미디어 회사들. 영화, 티비, 신문. 이들이 망해가는 것은 (책에는 꽤 자세하게 그들이 망해가는 (혹은 이미 망한)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구글에서 광고를 가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검색을 하면 할수록 사용자에게 적합한 검색을 보여주고, 그에 맞는 광고를 보여준다. 사용자가 검색에서 찾은 광고로 클릭해 들어갈때마다 수익이 분배되는데, 광고주는 기존의 '광고의 마법' 과 달리, 정확하게 수치화된만큼의 광고비를 지불하게 되고, 사용자가 많이 클릭할수록, 광고비는 적게 지불하게 된다. (검색에서 유용했으므로) 사용자, 광고주, 구글 모두가 윈윈이라는 것이 구글의 이야기이다. 

TV와 신문이 망하는 것을 '구글'탓만 할 수는 없다. 시대가 '디지탈화' 되고 있는데, 망한 음반사들을 보면서도 대처하지 못하고 같은 배를 탄 기득권자이자 공룡기업이었던 그들의 나태함 또한 문제의 원인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대를 주도한, 주도하고 있는 구글의 광고점유율과 수익이 꾸준히 가파른 상승세이고, 동시에 그들의 광고점유율과 수익이 꾸준한 하락세라면, 그들이 구글탓을 하는 것도 영 틀린 것은 아니고.

구글이 기업공개를 하고 ( 창립자들은 이것을 막기 위해 최대한 끌었고, 기업공개를 하고 나서도 주주들에게 휘둘리지 않기 위한 여러가지 제약을 걸었다. 그들은 회사가 수익에 의해, 주주에 의해 좌지우지되거나 관료화 되는 것을 가장 못참아 했다.) 그들이 올리고 있는 수익에 다들 경악하고, 제 2의 MS처럼 공공의 적이 되어 온갖 소송에 휩싸이게 된다. 

구글북스로 인한 출판사, 작가협회와의 저작권에 대한 소송은 현재 해결된 상태다. 유튜브로 인한 저작권 문제는 오랜 소송끝에 CBS와 같은 일부는 구글과 협력하고, 일부는 여전히 싸우고 있는 중이다. 사생활보호로 인한 문제도 여전히 진행중이다. 구글이 한 방에 가게 된다면 그것은 바로 '사생활 보호' 일 것이고, 구글 또한 그 사실을 알고 대처하고 있다.

사용자 위주의 사용자를 위한 일,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 구글의 순수성은 거대기업이 된 지금, 떳떳하지 못한 부분이 없지 않다. 중국에서의 검색 조정(구글이 가장 질색하던 일 아니던가!) 구글 피닉스지점 철수. 거대해진 조직은 업계 최고의 직원들을 떠나게 한다. (돈을 많이 모았거나, 혹은 구글의 분위기가 변질되었다고 생각하거나) 그들이 여기저기 손을 대면서, 전화, E북, 그들의 친구였던 이들도 떠나보내게 된다. 애플, 아마존.

구글은 그들이 컨텐트를 만들어 경쟁하는 적이 아니라, 기존의 미디어들이 이용할 수 있는 훌륭한 플랫폼이라고 주장하며, 기존의 미디어들과 협력하고자 한다. 동시에 역사상 가장 큰 미디어가 되고자 하는 야심 역시 감추지 않는다.

구글이 그들의 모토대로 끝까지 '사악하게 굴지 않'을 수 있을지. 두고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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