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아름다운 표지 중간 결산

무라사와 히로토의 <미인의 탄생>  

 1월 중간결산의 표지 실물을 모두 확인하고, 
 <미인의 탄생>을 1월의 아름다운 표지로 꼽았다.  

 책의 부제는 '얼굴로 읽는 일본, 일본문화' 이고,
 이 책에서 주로 이야기하는 것은 일본인들의 '얼굴감추기'와 '앞얼굴 문화'  

주된 주제는 표정을 드러내지 않는 일본인의 ‘얼굴 감추기 미’와 옆얼굴 문화를 꺼려온 ‘앞얼굴 문화’다. 저자가 정의하는 앞얼굴 문화란, 얼굴이나 몸의 굴곡을 줄이고 존재감을-감추거나 소거하여-없게 하는 것이다. 가부키의 화장에서 얼굴을 새하얗게 하거나 기모노처럼 몸을 절구통 모양으로 하여 얼굴이나 몸의 굴곡을 줄이고 존재감을 없애는 것, 나라시대 이후 머리장식 이외에는 반지나 귀고리 등으로 직접 몸을 장식하지 않았던 역사, 얼굴에 마음이 드러내지 않는 것을 좋게 생각하여 눈썹을 간단히 밀어서 제거해 버리는 것 등이 단적인 사례이다.  알라딘책소개中

 과장된 일본식 화장에 대한 의식은 있었지만, 정작 그것이 나타내는 것에 대해서는 별 생각이 없었더랬다.   

얼굴 감추기 문화는 두 가지로 진행되는데, 하나는 물리적으로 얼굴을 가리는 행위( 앞머리를 귀에 걸치는 미미하사미나 외출팔 때 삿갓, 가즈키등을 착용하는 문화) 와 내면을 감추기 위해 표정을 없애는 행위(눈썹을 민다던가) 로 나타났다.  여기서 우리가 일본인을 이야기할 때 나오는 혼네와 다테마이도 나오게 되는 것.  

이와 같은 주제의 책에 일본여자의 얼굴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런데, 표지에 들어가는 방식이 무척 독특하다. 흑백사진 배경이다. 우리는 그녀의 얼굴이 하얀 분과 빨간 입술일 것이라고 상상해 볼 수 있다. 보통 사진 크로핑을 할 때 관절이라던가 목이라던가 안 자르는 것이 룰이라면 룰인데, 이 사진은 목을 뎅강 잘라서 아래에 배치하였다. 괴상하고(혹은 그로테스크하고) 인상적인 구도가 나왔다. 거기에 그녀의 얼굴에 보통의 단장한 일본여인에게서는 볼 수 없을 앞머리 한 가닥이 흘러내려 그녀의 하얀 얼굴 한 쪽을 가로지르며 긴장감을 일으킨다.  

여기까지의 이미지도 충분히 파격적인데, 실물을 보면 좀 더 들여다보게 된다.
검정색의 질감이라던가, 여자의 무표정의 표정이라던가, 그리고, 피부가 선명하게 보이는데, 화장을 두껍게 한 상태에서 뾰루지 등이 보이는 그닥 깨끗하지 않은 피부다. (->이 부분에서 난 또 좀 쇼킹했음) 이런 디테일은 미리보기 확대한 이미지로도 잘 보이지 않는다.  실물을 봐야지만 확인할 수 있다.  

좋은 표지는 어떤 표지일까? 책의 내용은 들어가도 좋고, 들어가지 않아도 좋다. 다만, 너무 적나라하게 들어가서 독자의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빼앗는 표지들은 좋지 않다. 예를 들면, 주인공을 그려 놓은 일러스트 표지들.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독자에게 궁금중을 일으키고, 한 번이라도 더 손이 가게 하는 표지를 좋은 표지로 꼽을 것이고,
구매하고 소장하는 입장에서는 일단 표지가 그 자체로도 아름다워서 곁에 두고 싶은 표지가 좋은 표지일 것이다. 
 
나아가서, 오래도록 기억할 어떤 책들은 그 책들을 떠올릴 때 떠오르는 표지들이 있다.
그렇게 내용과 결합하여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 표지. 얼마나 중요한가.   

내게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 몇 권의 책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 하면, 아마 민음사의 에곤 쉴레 표지를 떠올리는 사람들 많을 것이고,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하면, 열린책들의 이윤기번역의 그 얼굴 그림을 기억하는 사람들 있을 것이며,
도스토예프스키 하면, 역시 열린책들의 빨간색 커버의 수채그림을 떠올리며 작품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읽지 않았어도 <체 게바라 평전> 하면 떠올리게 되는 빨간 표지의 검은 체의 얼굴이 있는 실천문학사의 표지도 있고.  

이것에 대한 기사를 스크랩해둔것이 있다. 외국기사이긴 하지만, 낯익은 유명한 표지들이 있으니, 조만간 포스팅할 예정이다.  

무튼, 얘기가 좀 옆으로 샜는데,
<미인의 탄생>은 무려 1월의 표지, 2010년 첫 아름다운 표지로 꼽았으니, 구매해보고, 책의 내용도 표지만큼 좋다면, 이벤트로 좋은 표지 나눔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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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폐인의 탄생
    from 커피와 책과 고양이 2010-02-01 22:23 
      어제 찍은 사진 재활용 -  뚝딱뚝딱 너머북스 출판사에서 나 잡아가지는 않겠지?
  2. 2월의 아름다운 표지
    from 커피와 책과 고양이 2010-03-07 14:22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를 읽으며 잘 준비를 하는 나에게 강기사는 5시반에 깨워줘- 그러구 방으로 들어갔고, 3일만인가 4일만에 들어온 동생은 7시에 깨워줘- 그러구 들어갔다. 막상 잠을 접기로 맘을 먹으니, 배가 무지 고프다. 동생아 라면 하나만 끓여주고 자라. 는 누나의 청을 '지금 먹음 안 돼' 대박대박 그러면서 지 방으로 쏙- 지는 오겹살 처묵처묵하고 왔다면서 ㅜㅠ 라면 먹어도 괜츈할 것 같은 시간을 기다리며, 2월의 아름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