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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잭
로저 젤라즈니 지음, 이수현 옮김 / 페이퍼하우스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아주 오래간만에 우리나라에 소개된 로저 젤러즈니의 <그림자잭>은 문고판인 크기와(코트 주머니에 쏙 들어감;) 분량을 볼 때, 중편이나 경장편의 소품임을 알 수 있다. 짤막한 이야기이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세계관은 역시 로저 젤라즈니. 하며 무릎을 치게 하는데, 이 작품이 쓰여진 시기가 <내 이름은 콘래드>나 <신들의 사회>와 같은 걸작들이 이미 소개된 이후이고, 앰버연대기의 첫 편인 <앰버의 아홉 왕자>와 두번째 책 <아발론의 총> 출간 사이임을 볼 때, 이 책은 젤라즈니의 전성기에 쓰인 작품이라고 보아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림자잭의 세계에는 다크사이드와 데이사이드가 있다. 어둠만 있는 곳, 빛만 있는 곳으로 나뉘어, 디크사이더들은 몇개인가의 생명을 부여 받고, 마법이 있는 곳이며, 데이사이드는 한 개의 한정된 생명과 과학이 있는 곳이다.
그림자잭의 유일한 친구인 모닝스타, 산 꼭대기에서 반은 돌이된채 그렇게 멈추어 있는, 세상의 모든 것을 아는 존재인 모닝스타(타락천사 루시퍼의 별명인 것도 의미심장)는 밤과 낮으로 갈린채 멈추어 있는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림자잭의 잭이 의미하는 바 또한 풍성하다. (책을 읽고, 해설을 보고, 다시 책을 읽으면 좋을듯) 그는 다크사이드를 유지하는 실드를 지키는 군주, 힘은 미약하나,유일하게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그림자에서 힘을 끌어내는 '도둑' 이다.
이야기가 시작하자마자, 배신 당하고, 죽어 버리는 그림자잭. 다크사이드의 피조물들이 그렇듯이 힘겨운 '귀환여행'을 하며 복수를 다짐한다.
그 과정에서 만나는 로저 젤라즈니가 창조한 피조물들, 캐릭터들이 생생하다.
로저 젤라즈니의 책을 읽고 나면, 늘 드는 나와 나 이외의 모든 생물과 무생물에 대한 상념들
<앰버연대기>와 같은 대작이나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와 같은 시적단편들보다는 딜비쉬 시리즈에 가까운 소품이 아닌가 싶다. 딱 여기까지가 내가 즐기는 로저 젤라즈니고, 사실 <신들의 사회>나 <별을 쫓는 자>는 읽기 쉽지 않은데, 이참에 읽어볼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