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센트 맨
존 그리샴 지음, 최필원 옮김 / 문학수첩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많은 사람들이 존 그리샴의 책을 읽던 시절, 나도 존 그리샴의 책을 읽었고, 빨간 손바닥이 그려진 검은 표지의 강렬함( -> 책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의미심장한 표지다.) 에, 존 그리샴이 처음으로 쓴 논픽션, 전도유망했던 야구선수가 누명을 뒤집어쓰고, 11년간 복무를 하고, 괴롭힘을 당하면서 무너져간다는 이야기는 확실히 그 어떤 범죄소설보다 드라마틱한 이야기이다.   



오돌도돌 피 묻은 손바닥자국

범죄 논픽션 소설 중 <인 콜드 블러드>라는 레전드 소설이 존재하고 있는한, 당분간 범죄논픽션에 큰 인상을 받는 것은 힘들 것 같긴하다. 그 아무리 존 그리샴이라도. 그리고,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황당하고 억울한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그 정의를 찾는다는 점에서 소설로서는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현실은 소설을 읽는 것과는 달라서, 지루하고, 답답하고, 누명을 쓴 사람에 대한 무한 동정과 악덕검사에 대한 무한 증오같은건 잘 생기지 않더라. '존그리샴= 재미' 를 자동적으로 뇌가 기억하고 있어서 그럴지도.  

무튼, 아마존 리뷰를 보면, 가장 많이 추천 받은 리뷰에, 존 그리샴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이 소설을 그의 최고의 소설로 치켜세우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미국에서는 더 와닿는 이야기일지도.   

일단 책소개에 낚였다 싶은 것은 그는 전도유망한 야구 선수는 아니였고, '전도유망했던', 그러나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며 사고 치고 다니는 여자 밝히고, 알콜중독자인, 자기 중심적인 사람이었다는 거. 온 가족에게 민폐캐릭터였다. 그러니깐, 그가 천부적인 야구 실력과 유쾌한 매너로 에이다라는 작은 도시에서 스타가 되고, 프로와 계약하지만,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며 무너지고 나서는 평생.  

그렇게 만든데는 그의 심약한 정신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나쁜 경찰, 악덕 검사와 무능한 판사 등이 존재하긴 한다. 그러니깐, 그, 론 윌리암슨는 평생 그렇게 사고를 치고, 가족과 주변 사람을 괴롭히다가 죽을 운명이었는데, 그 소소한 재난들을 재앙으로 만든 것은 위에 이야기한 나쁜 경찰, 악덕 검사, 무능한 판사, 그리고 배심원들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경찰과 검찰을 옹호할 수 있는 한 톨의 이유도 안 되긴 한다.  다만, 내가 책소개를 보고 생각했던 순진무구하고, 정의로운 톰크루즈같은 캐릭터는 아니였다는거지. 이 작품의 판권을 조지 클루니가 사서 영화화 한다고 하는데, 어떤 주인공이 캐스팅될지, 어떤 영화가 나올지 궁금하다.   

이 책에는 론 윌리엄슨 외에도 그와 같이 억울하고,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끌려온 사람들이 더 나온다.
그 중, 론과 감옥에서 만나 친해진 그렉의 경우도 오랜 시간 투쟁하여, 결백을 인정받고, 근데, 론과 함께 그렉도 결백으로 풀려난 후에도 지역주민들에게 여전히 용의자와 같은 증오의 시선을 받는다.  

누군가를 죽이기까지, 사형제도에 찬성하건, 그렇지 않건간에, 그렇게 많은 오류들이 눈 앞에 펼쳐져 있는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몰라라, 사람을 사형대에 세울 수 있다는 것이 도대체 이해가지 않느다. 실화가 아니라, 소설이었다면, 이 무능한 삼류소설가 같으니라고, 욕나올법한 그런 황당한 이야기.  

이야기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잔인하게 살해당한 카터라는 여자가 있었는데, 론이 그 집 근처에 살았다는 이유와 어떤 절대 믿을 수 없는 범죄자놈의 위증으로 어떤 증거도 없이, 자백을 강요당하고, 자백을 한 것도 아닌데, 그걸 자백으로 몰아 11년동안 악의적으로 괴롭힌 것.  그와 함께 공범으로 몰린 데니스 프리츠 역시 어떤 증거도 없이, 게다가 그는 론 처럼 정신적으로 불안하지도, 알콜중독이거나 하지도 않은 책임감 있는 교사였다. 론하고 알고 지냈다는 이유로 공범으로 엮이게 된다.  

나중에 론과 데니스는 시로부터 보상금을 받게 되고, 론은 정신없이 보상금을 술과 여자에 쓰는 와중에, 데니스는 자신의 딸 엘리자베스와 좋은 곳에서 유복하게 지내며, 결백자들을 돕기 위한 운동을 하고 있다. 실제로 사건에 대한 책을 쓰기도 하였다.  

미국이란 나라가 무고한 사람 하나를 사형수 만드는 것도 우스운 얼척없는 국가라면, 자신의 시간, 돈, 노력을 쏟아가며, 그들을 구제하기 위한 봉사자들 또한 함께 존재하는 참 버라이어티한 국가다.  

존 그리샴의 사이트에 가보니, 악덕 검사 빌 피터슨은 작년에 64세의 나이로 은퇴하였고, 은퇴 이유로 존 그리샴의 이노센트맨도 이유가 되었지만, 이유중 하나일 뿐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이유로 존 그리샨의 <이노센트맨>을 고소하기도 했었다.  

사실, 나는 이 부분이 좀 걸린다.
살짝 맛이 간 론 윌리엄슨을 완전히 돌아버리게 만든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람은 빌 피터슨만이 아니다.
이 상황이 나에게는 마르께스의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 속의 한 장면 같이 보였다.
누가 론 윌리엄슨을 돌아버리게 했나? 칼을 꼽은거나 다름 없는 빌 피터슨만이 죄인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경찰, 지역주민, 배심원, 변호사, 가짜 밀고자, 소위 법의학 전문가들, 판사, 교도관, 동료죄수 등등  그것이 굉장히 복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어서 빌 피터슨만을 죽일놈이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아무래도 이 책에서 그에 대한 비판의 강도가 높고,
무려 '존 그리샴' 의 책이다보니, 그에게 주어지는 이와같은 사회적 매장이 온당한가. 하는 생각도 동시에 드는 것이다.

어쨌든 우리는 존 그리샴의 이야기만 들은 것이고,
빌 피터슨이 보기에 론 윌리엄슨은 사회악에 악당중의 악당이었고, 그 나름의 정의를 가지고 행동했을테니 말이다.
이런저런 조작을 하고, 멍청한 결론을 맘 속에 내리고 수사에 열을 올린 무능한 멍청이 떠벌이인건 맞지만, 
그와 같은 머저리가 활개치고 다니는데, 저지는 못할망정 도움을 주고, 판결을 내린 배심원단이나 판사나 누가 무죄란 말인가.  게다가 그들 중 이름이 드러난 몇몇도 있지만, 대부분은 경찰, 시민, 배심원이라는 안전한 우산을 쓰고 있고 말이다.  

사건이 끝나고도, 책을 읽고도, 존 그리샴의 소설에서 나오는 것 같은 친절한 카타르시스같은건 없고,
찜찜함만 남는다.  

  

오른쪽 위가 잔인하게 살해당한 데비 카터, 론 윌리암슨과 데니스 프리츠는 데비 카터를 죽인 범인으로
기소되어 11년간 고통받게 된다.  

왼쪽 사진들은 론 윌리엄스가 야구선수였던 시절  



왼쪽 아래, 론 윌리엄슨과 데니스 프리츠의 용의자 사진
오른쪽 위 구퉁이가 바로 악덕검사 빌 피터슨



왼쪽이 새로운 재판을 승인한 피터 세이 판사, 중간 론 윌리엄슨, 아래는 론 윌리암슨 재판을 승리로 이끈 마크의 팀
오른쪽은 그들이 무죄로 풀려나던 순간의 사진들이다.  

 

만신창이가 된 과거 유망주 야구선수 론 윌리암슨 190의 키에 100키로가 넘는 운동선수였던 그가
이렇게.. 망가졌고, 51세의 나이로 사망하였다. 옆에는 정말 헌신적인 누나들.  

 

론 윌리엄슨의 최고 시절, 고등학교 졸업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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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작가들의 특이한 전직
    from 디브러리 블로그 2010-11-18 09:29 
    그림1. 만년필은 작가의 상징^^ 태어날 때부터 작가인 사람은 없었겠죠? 어린 시절부터 글 쓰기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고 소설가로써 꿈을 키워나간 사람도 있지만, 전혀 다른 일을 하다가 문득 글을 써서 작가가 된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오늘은 후자의 경우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소설가로 이직한 작가들은 이전에 어떤 직업을 가졌
 
 
비연 2010-01-19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읽을까 말깜 망설여지네요..

하이드 2010-01-19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권할까 말까 망설여지네요 ^^a

마그 2010-01-19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왠지모를 추억에... 질렀습니다. ㅎㅎ 읽어봐야죠. 고등학교때 진짜 의뢰인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으로...
(재미없을까봐 불안한 1人)

하이드 2010-01-19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엔 좀 지루할 수도 있는데요, 읽을 수록 빨리 뒷장 보고 싶어져요. 진짜 재미있었던 존그리샴을 기대해서인지, 전 약간 이 작품 지루하더라구요. 그러니깐, 존 그리샴을 생각했을 때 말이죠. 읽고 나면, 이것저것 생각하게 되고, 구매해서 후회할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

디토 2010-11-18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국립중앙도서관 디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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