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미 도미히코의 책을 어쩌다보니 세권이나 읽어버렸다.
<달려라 메로스>를 제외한 나머지 세권을 읽었는데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는 맘에 쏙 들었고,
<태양의 탑>은 유쾌했고,
<다다미 넉장반 세계일주>는 매니아틱했다.  

공통점은 검은머리 아가씨, 인생을 낭비하기 위해 태어난듯한 우울한 육즙이 줄줄 흘러내리는듯한 20대의 남자 주인공과 그 주변의 곰팡이들과 요괴들 이야기.. (진짜 곰팡이나 요괴는 아니고, 인간곰팡이, 인간요괴쯤)

유쾌하게 킥킥대며 읽는 자학퍼레이드와 말장난의 진수. 이정도 말장난은 장난이 아니라 예술이다.라고 온몸으로 주장하는 재치발랄한 통통, 아니 벽돌깨기 10레벨쯤의 퉁탕퉁탕 퓽- 피융- 튀는 문장들이다.

한참 낄낄대며 읽고 나면 그 여운은 지난 젊음,(20대초반한정!) 이다.
어쩌면 '젊음을 낭비하라' 가 주제일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20대때 꼭 해야할 어쩌구'는 널리고 널렸어도, 젊음을 '낭비하라' 고 말하는 사람/글은 별로 없다.
그 시기를 거친 한명의 어른(? 우엑)으로서 돌이켜본다면, 역시 무언가에 미치지 못하고 보낸 그 시기는 아쉽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에서 '밤'은 그 한정판 젊음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밤에 잠만 처잔 나는 너무 억울하다. 이제야 밤에 제대로 놀 수 있게 되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그래서 한정판인거겠지.

다시 오지 않는 .. 아냐, 나는 젊은 소년의 마음으로 어쩌구 해봤자 추하다.
그러나 그 한정판 젊음이 누리지 못하고 지금만 누릴 수 있는 것도 있다. 
지나간 젊음을 아쉬워하고, 가끔은 뿌듯해하는 거.

그런 '젊음'에의 향수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 바로 모리미 도미히코의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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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09-10-15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두번째 책 솔깃한데요; 또 담아가는 ㅠㅠ 읽을 책이 30권쯤 쌓여있는데 엉엉

하이드 2009-10-15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려 저 책 안 팔고 가지고 있으려구요. ^^

Apple 2009-10-15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괜찮나요? 저는 왠지 저 제목만 보면 슬퍼져요.ㅠ ㅠ관심이 가긴 한데, 일본소설중에서 가벼운 쪽은 무척 안맞는 느낌이라.....한번 볼까요?^^

하이드 2009-10-15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벼운 일본소설 좋아하지 않는데, 뭐랄까, 딱 튠이 될때가 있잖아요. 저 책이 그래요. ^^ 얼마전에 올린 헌책방에서 책 들어올리는 이야기 같은거, 그리고 요괴스러운 괴짜들 나오는 거, 저 네권 중에 '메로스..'는 안 읽어봐서 모르겠지만, 딴건 몰라도 이 책은 그렇게 가볍기만 하지는 않더라구요. 책도 생각보다 분량이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