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리미 도미히코의 책을 어쩌다보니 세권이나 읽어버렸다.
<달려라 메로스>를 제외한 나머지 세권을 읽었는데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는 맘에 쏙 들었고,
<태양의 탑>은 유쾌했고,
<다다미 넉장반 세계일주>는 매니아틱했다.
공통점은 검은머리 아가씨, 인생을 낭비하기 위해 태어난듯한 우울한 육즙이 줄줄 흘러내리는듯한 20대의 남자 주인공과 그 주변의 곰팡이들과 요괴들 이야기.. (진짜 곰팡이나 요괴는 아니고, 인간곰팡이, 인간요괴쯤)
유쾌하게 킥킥대며 읽는 자학퍼레이드와 말장난의 진수. 이정도 말장난은 장난이 아니라 예술이다.라고 온몸으로 주장하는 재치발랄한 통통, 아니 벽돌깨기 10레벨쯤의 퉁탕퉁탕 퓽- 피융- 튀는 문장들이다.
한참 낄낄대며 읽고 나면 그 여운은 지난 젊음,(20대초반한정!) 이다.
어쩌면 '젊음을 낭비하라' 가 주제일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20대때 꼭 해야할 어쩌구'는 널리고 널렸어도, 젊음을 '낭비하라' 고 말하는 사람/글은 별로 없다.
그 시기를 거친 한명의 어른(? 우엑)으로서 돌이켜본다면, 역시 무언가에 미치지 못하고 보낸 그 시기는 아쉽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에서 '밤'은 그 한정판 젊음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밤에 잠만 처잔 나는 너무 억울하다. 이제야 밤에 제대로 놀 수 있게 되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그래서 한정판인거겠지.
다시 오지 않는 .. 아냐, 나는 젊은 소년의 마음으로 어쩌구 해봤자 추하다.
그러나 그 한정판 젊음이 누리지 못하고 지금만 누릴 수 있는 것도 있다.
지나간 젊음을 아쉬워하고, 가끔은 뿌듯해하는 거.
그런 '젊음'에의 향수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 바로 모리미 도미히코의 책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