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러스트 표지가 싫어요.
일요일 아침, 드릴 소리에 잠이 깰 때 이웃을 죽이는 것을 꿈꾸어본 적이 있는가? 소설은 어느 날 잠에서 깨어 그 말을 행동에 옮기기로 결심한 한 남자의 이야기다. 주인공은 우리 존재를 부패시키고 일상을 방해하는 적들에게 복수를 하고, 자신이 저지른 살인의 모든 이야기를 들려준다.
방법과 대상은 다양한다. 시끄러운 이웃, 뻔뻔한 운전자, 말 안 통하는 공무원, 심술궂은 사장, 믿을 수 없는 동료들에 내려지는 죽음의 세례. 권총을 쏘고, 목을 조이고, 익사시키고, 창밖으로 밀어 떨어뜨리기. 그리고 결론은 사고사. 점차 경찰은 주인공과 가까워지기 시작하고, 주인공 역시 철학적인 경찰관과 서로 친밀감을 나누게 된다.
-알라딘 책소개中-
일상방해자를 살해하는 안티 히어로. 내용으로는 재미날 것 같지만, 표지로는 전- 혀 사고 싶지 않다.
구매욕을 거침없이 떨어뜨리는 유치찬란한 표지. (-> 넌 책을 안팔리게 하기 위한 니 역할을 다 했다.)
표지라는건 껍데기다. 오케. 포장이다. 오케. 잘 팔기 위한 포장인거 아냐?
도대체 어떤 독자에게 '선물'하기 위한 '표지'인지 궁금하다. 팔리니깐 만드는거겠지?
예전 어느 북디자이너의 인터뷰에서 '트랜드에 맞춰 일러스트 표지만 요구하는 출판사' 라는 글을 본 적 있는데,
북디자이너건 출판사건 센스좀 키웁시다. 제발요, 개나소나 일러스트 표지, 현기증난단 말이에요.
재치발랄한 원서 표지. 색감이 좀 칙칙해보이긴 하지만, 이미지라 그러려니 싶다.
이 책에 나오는 살인은 어둡고 음침한 챈들러식 살인이 아니다. 일상방해자들을 향한 아마도 순간순간 솟구치는 살의를 모티브로 상상의 나래를 펼쳤을듯.
길 앞에서 어정거리며 길을 막는 사람, 앞에서 담배 피우며 연기를 상콤하게 내 얼굴로 날리는 사람, 출근길 지하철에서 본의인지 아닌지 내 목뒤로 거친 숨을 내뿜는 중년 남자, 일요일 아침부터 공사하며 온 아파트를 다 깨우고 뻔뻔하게 나오는 아줌마, 등등 현실의 보통의(?)'살의'라는건 일상의 살의이지 않을까?
하드보일드도 아니고, 정통 추리소설도 아닌, 아마 좀 유쾌통쾌한 블랙코미디 정도이지 싶은데, 어울리는 표지이지 않은가?
예쁘고, 궁금하고, 읽고 나면 아하, 하는 표지.
지하철, 당신은 위의 표지를 들고 읽고 싶은가, 아래와 같은 표지를 들고 읽고 싶은가
지하철, 당신이 위의 표지와 같은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을 본다면, 당신이 아래와 같은 표지의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을 본다면
일러스트 표지가 상큼하고 신선했던건 딱 요기까지였다. 가네시로 가즈키.
그 가네시로도 지금 찾아보니 새로나온 <플라이, 대디, 플라이>에는 새로운 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