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번 이야기한 것 같지만,
나는 잠을 자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나는 잠을 자지 않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이것은 깨어 있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 아니라, 잠을 자지 않는 것을 좋아한다는 얘기다. 때로는 잠을 참으면서)
'잠' 이외에도, 나에게는 모순된 호오들이 있다. 나 자신도 설명하기 힘든. 그러나, 애써 설명하지 않아도, 아는 사람은 쉽게 알아듣는.
실비아 플라스의 <벨자>를 읽고 있다.
"노이로제라니, 웃기네!"
나는 조롱하듯 웃고 덧붙였다.
"서로 다른 둘을 동시에 하고 싶은 게 노이로제라면,
난 끔찍한 노이로제에 걸렸어.
난 죽을 때까지 완전히 다른 것들 사이를 날아다닐 거야."
이 책이 실비아 플라스의 데뷔작이라고 자꾸 혼자 생각해버린다. 그녀 데뷔당시의 모습이 묻어나기 때문에.
유난히 주파수가 맞는 여류작가들이 있다. 카슨 매컬러스, 프랑수아즈 사강, 그리고, 실비아 플라스
감탄하며 읽는 것과는 틀린, 똑같은 안테나로 세상을 바라보는 듯한 그런 느낌을 주는 작가들.
자서전을 먼저 읽고, 뒤늦게 접하게 된 <벨자>를 읽으며, 오랜 친구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