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픽션 소설들을 좋아한다. 논픽션에 '소설'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으나 어느 정도의 극화가 포함되었다는 의미에서 '논픽션 소설'이라고 하기로 한다. 관심은 무지 많은데, (주로 범죄 분야쪽으로) 그렇게 많은 책들을 찾아 볼 수 없어 아쉽다. 얼마전에 오랫동안 벼르기만 하던 <빌리 밀리건>을 끝냈으니, 지금까지 읽어본 (범죄분야쪽) 논픽션들을 정리해보자면..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는 트루먼 카포티의 <인 콜드 블러드>이다.
이런 책을 계속 찾고 있는데, 쉽지가 않다.
"저널리즘의 방법론과 소설의 작법을 동시에 적용한 작품으로 소설이자 저널이며 또한 르포르타주의 영역에 자리잡고 있다. 사실 묘사에 머무르기 보다는 주관적인 관찰과 상세한 묘사를 주로 하는 새로운 보도 형태 즉, 신 저널리즘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된 것이다."
-알라딘 책소개中-
Believe me, 연쇄살인범이나 싸이코패쓰 이야기는 질리도록 많이 보았다.
이 책에 나온 연쇄살인범/싸이코패쓰는 그 동안 보고 읽은 이야기들에 비하면 실화라고 해도, 한참 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가지는 흡입력이란! 일가족 살인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트루먼은 그 자신이 굉장히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았고, 이 책에 나오는 연쇄살인범/싸이코패스와의 스캔들도 있었다. (맙소사!) 평범한 일상을 살던 너무나 착한 가족에게 닥쳐 온 불행. 독자는 이미 그 결말을 먼저 알고, 가족들의 일상의 이야기를 읽게 된다. 이야기는 '그들이 살아있었던 마지막 날' , '신원 불명의 범인들', '해답'-범인의 체포, '구석'- 사형을 구형받고 교수형에 처해지기까지. 의 챕터로 이루어져있다. :: 리뷰
에릭 라슨 <화이트 시티>
트루먼 카포티의 <인 콜드 블러드>가 비교적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랐다면, 에릭 라슨의 <화이트 시티>는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의 눈에마저 비껴 나간 불운의 작품이다.
실화 소설은 '실화'가 가지는 힘에 소설이라면 '말도 안되' 라고 느꼈을 통속성, 드라마틱함을 지니고 있기에, 흥미롭게 읽으면서도 글 자체에 점수를 많이 주기는 꺼려지는 그런 독서를 하게 된다. 위의 <인 콜드 블러드>와 <화이트 시티>는 실화가 가지는 힘에 작가의 필력과 구성이 돋보이는 글 자체로도 훌륭한 책이다. 잡설이 길었는데, 주구장창 <화이트 시티>를 선전하고 있는 하이드 -_-v
이 책은 시카고 세계박람회를 기획한 대니얼 번햄과 미국 최초의 연쇄살인범 홈즈에 대한 이야기이다. 건축가와 연쇄살인범 이야기라니, 뭔가 좀 안 어울린다 싶을지도 모르겠지만, 결코 아니다.
1893년 세계 박람회를 개최하게 되면서 '시카고'라는 도시는 부글부글 끓는다. 돈과 사람과 범죄와 쑥쑥 솟아오르는 건물들로 (시카고가 유명한 건축도시라는 건 말하면 잔소리)
논픽션을 읽는 재미는 현재까지도 유명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책 속에서 소설같은 이야기 속에서 보는 것이다. 건축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 재미있게 읽힐 책이다. 세계박람회로 전국이, 그 중에서도 시카고가, 그 도시 전체가 들 떠 있는 그 곳에 한 사람의 힘으로는 결코 해내지 못할 많은 일들을 해 낸 열정적인 사나이, 자신의 몸을 온통 불사른 사나이 대니얼 번햄과 연쇄살인범 (사이코패스) 홈즈( 이것은 물론 셜록 홈즈를 따라한 가명이다)가 한 장소에 있었다. 둘의 이야기가 번갈아 교차되는 이 이야기는 너무나 재미있다. 에릭 라슨은 트루먼 카포티의 <인 콜드 블러드>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둘은 다르고, 둘 중 하나라면 트루먼 카포티의 손을 들어주겠지만, 이야기의 흥미로움으로라면 단연 <화이트 시티>이다. ::리뷰

크리스틴 스팍스 <엘리펀트맨>
안소니 홉킨스의 젊은 시절의 모습이 나오는 영화로도 유명하다.
<엘리펀트맨> 아. 존 메릭.. 책을 읽다가 구글에서 엘리펀트맨을 검색해보고 기겁을 했다.
조그만 사진만으로도 이렇게 큰 충격을 주는데, 그런 모습으로 살아야 했고, 그런 모습으로 세상에 나가야 한 존 메릭의 생애. 는 생각만해도 불행이 인생이란 조그만 잔을 철철 넘쳐 흐른다.
그런데.. 그런데, 이 남자의 영혼은 깨끗하다. 거의 불가능하게 여겨진다.
코끼리의 눈은 인간의 눈을 닮아 있다. 라고 한다. 이와 같은 희귀병을 가진 자를 '엘리펀트 맨'이라고 불렀을 때 지극히 인간적인 눈을 염두에 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논픽션이란 생각이 거의 들지 않을 정도로 등장하는 인물들은 소설 속에 나오는 듯한 전형적인 인물상들이다. 무뚝뚝하고 능력있으나 차가운 간호사가 존 메릭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던가. 존 메릭을 끊임없이 도와주는 젊고 야망있는 따뜻한 마음의 의사라던가(앤소니 홉킨스역)
정말 불가능하게 여겨질정도로 맑은 영혼의 존 메릭, 그를 구빈원에서 본의 아니게 이끌어 준 알콜중독 목사, 그를 도와주는 유명한 여배우, 여왕, 병원에서의 정치싸움의 핵과 같은 사무장, 등등 읽고 나서 잊기 힘든 이야기다. :: 리뷰
대니얼 키스 <빌리 밀리건>
24개의 다중인격을 가진 아동학대의 희생자 빌리 밀리건.
미국 최초로 다중인격으로 무죄판결을 받아서 '밀리건법'이 생기게 하기도 했다.
사실, 저자의 전작을 알고 있어서 작가 이름에도 어느 정도 기대했다.
무난하긴 했지만, 2% 부족한 느낌이다. 이야기가 한참 진행되는 중에 끝을 맺어서 좀 다급한 결말아닌 결말이기도 했고..
다만, 빌리 밀리건이라는 인생은 뭐라 한마디로 말하기 힘든 복잡한 느낌이다.
그의 인생을 읽는 것이 '흥미롭다' 고 말하는 건 죄스럽고, 뭐라고 말해야 할까.
이런 형용사들이 실화소설을 평하는데 걸림돌이다. 남의 불행을 '재미있다'거나 '흥미롭다' 거나 말할 수 없으니깐.
이 작품의 빌리는 현재 캘리포니아에서 '다중인격'에 대해 가르치며 영화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인간'과 '인간의 정신'에 대해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들어 주는 이야기다. :리뷰
그나저나 이정도의 책이 벌써 품절인건 너무하다!
※ 빈약한 리스트로세- 재미있는 논픽션 소설 아시는 분들 제보 바랍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