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책 이야기 하는 동네를 둘러보니, 어째 2009년의 독서계획 중 '책을 사지 말자' 가 눈에 많이 띈다.
어쩌면 나의 계획중 하나여서 눈에 더 잘 들어왔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책을 사지 말자' 의 뒤에는 자조적으로 따라온다. '지키지 못하겠지만' 책 읽는/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귀여운가! '담배를 끊자. 어짜피 피우겠지만' 과 같은 결심과 자조에 비해 '책을 사지 말자. 어짜피 사겠지만' 정도면 훌륭한 계획/ 작심삼일이라고 하겠다.
사실, 나는 '책을 사지 않는 방법'을 알고 있다. 직빵이다. 그것은 바로... 바로... 두구두구두구 서점에 가지 않는거다. 온라인이고,오프라인이고 서점 근처에 가지 말 것이며, 온라인 서점은 죄다 유해사이트로 컴에 등록을 해버리는거다. 극단적이라고? 그럼 그냥 사든가. ^^ '책을 읽는 것만큼 '사는 것'도 중요하다' 라고 생각한다.
얼마전 우석훈 칼럼에서 '책은 이데올로기 전의 최전선'이라고 했다. '돈이 최고다' '모든 것은 니탓이다' 라고 말하는 책들에 대항하기 위해, 총알을 장착하고, 오늘도 나는 서점에 간다. 책사러~ 룰루~
책사지 않는 방법은 얼마전 서점을 약속장소로 했다가 떠올랐는데, 그곳에서 만난 아름다운 책들 때문이다.


이 중에서 가장 살 법한 것은 <르몽드 세계사>이다. 나는 항상 교양에 목마르고, 열등감이 있다. 이 책의 만듦새를 보면, 진짜 욕심난다. 서점에선 '사야지' 집에 와선 '다음에'를 무한반복중;;
그 다음으로 살 법한 것은 <대항해 시대>이다. 지금까지의 농경문화권 관점에서의 세계사에서 벗어나 해양세계에 주목하였다. 저자의 네임벨류를 볼 때, 욕심 나는 책이다. 어느 책 좋아하는 사람의 블로그에서 주경철의 '대항해 시대'를 사 놓았다. 연휴동안 읽을 생각에 기쁘다' 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부러웠다. 연휴때 읽을 책이 산처럼 쌓이 나에게 '새로 책을 사는/읽는' 즐거움은 꽤나 빛바랬다. 돈 없고, 책이 많아도 부족했던 활자중독증의 꼬마였던 나는 새로 읽을 책이 생기면, 가슴 두근두근하며, 책가방을 둘러매고, 발걸음을 빨리하다, 집이 가까워지면, 책을 빨리 읽고 싶어서 마구 뛰어가곤 했다. 책가방 속의 책들이 덜그럭-덜그럭- 계단을 올라갈 때는 숨이 찼다. 그런 기억들을 아직 희미하게나마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 역시 책을 덜 사야 하는건가 -_-;; (.. 뭐냐, 이 결론은)
마지막으로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두 바퀴 탈것> .. 아.. 아.. 이 책은 정말 우아하다. 잘 만들었다. 비싼책을 사는(사진집/화집 제외) 나의 마지노선은 45,000원이다. 이 책은 할인해서 48,600원이다. '구매'후 '독서'를 장담하기 힘들긴 하지만, 이 정도의 책이라면, 마지노선 따위 예외를 적용할 수 있다. 볼 때마다 하도 쓰다듬었더니 (나같은 사람이 한 둘이 아니였는지;;) 하얀 표지가 꼬질꼬질해져서, 사놓으면 이렇게 된다. 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무섭긴 하다. 책이 커서 비닐로 싸기도 거시기하고, 이런 책은 웬지 비닐로 싸는 것이 불경스럽게 느껴진다고 할까;;
근래 나온 신간 이야기



존 업다이크의 <테러리스트> 표지 이야기를 한바탕 하려고, 원서표지를 찾아 보았더니 원서표지다. 뭐, 원서표지도 별로인건 별로. 존 업다이크 정도 되면, 나오는 책은 다 사보고 싶다. 이 책의 표지는 참 ... 티피컬하다. 리뷰들을 보니, 등장인물들의 스테레오타입이 엄청 욕먹고 있다. 다른 책도 아니고, '테러리스트 '관련 책의 '스테레오타입'은 진심으로 안 읽고 싶다. '스테레오타입'으로 표지와 내용의 싱크로는 성공했다..고 해야 하나.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하루키의 소설보다 잡설.. 아니 에세이를 더 좋아하는 사람이 나 뿐은 아닐 것이다. 하루키가 좋아하는 재즈, 피츠제럴드, 고양이, 여행, 챈들러, 맥주, 그리고 달리기. 그동안 하루키의 에세이들을 읽어 온 사람들이라면, 하루키에게 달리기가 의미하는 것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안다. 딱 일본원서 표지일 것 같은 옛스런(나쁜 의미에서) 표지.물론 지난 번에 나온 크레파스로 운동화 그려져 있는 표지보다는 열두배쯤 낫다. 페이지수는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하루키의 달리기 이야기는 궁금하다.
주제 사라마구의 <수도원의 비망록> 이 포스 있는 표지로 나왔다.
주제 사라마구의 책을 몇권 사기는 했지만('눈 먼자들의 도시', '돌뗏목', '리스본 쟁탈전' )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그의 책은 내게 무지 불편하다. 별로 알고 싶지 않은 깨달음을 준다고 할까.
피츠 제럴드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이번 아카데미 어워즈의 수상 노미네이션 된 작품들의 트레일러들을 쫙 모아 놓은 것을 봤는데, 그 중에 브래드 피트와 케이트 윈슬렛이 나온 '벤자민 버튼의 ..' 이 눈길을 끌었더랬는데... 냉큼 책으로 나왔다. 피츠제럴드가 가장 재미있어 하는 단편이라고 하는데, 그래. '단.편.' 이라고 하는데, 책 한권으로 잘도 나왔다. 찾아보니, 예전에 '인간희극' 이라는 ?? 출판사에서 한번 나왔기도 했다. 단편 하나로 책 만든 것 까지는 알았어. 하드커버에 돈 많이 받아도 이제 그러려니 해. 근데, 꼭 앞에 아동용 만화 같은걸 '그.래.픽.노.블.'이랍시고 끼워 넣어야 했어?? 정말?? 진정??
오멜라스의 <스타메이커> 아니, 올라프 스태틀든의 <스타메이커>가 나왔다.
아, 진짜 눈물이 앞을 가린다.
오멜라스라는 출판사에서 SF 라는 출판 변방 중의 변방의 책들을 내기로 하고,
정말 아름다운 책들을, 정말 귀중한 번역본들을, 별로 팔리지도 않을텐데, 양장본 하나 페이퍼백 하나( 각각은 각각의 컨셉에 맞게 아름답다) 낼 때, 마음으로 응원하고, 책은 한개도 안 읽으면서 -_-v 계속 사 들였다. <시리우스> 양장본 빼고(요건 책 뒤의 책선전 박힌거 안 우아하다고 불 뿜으며 페이퍼백으로 사 두려고 남겨 두었고) 나머지는 다 샀다. <스타메이커>는 이번에 오멜라스에서 한 이벤트로 받았다.
왜 눈물이 앞을 가리냐면, <스타메이커>는 양장본이 못 나왔기 때문이다.
최선이 안 된다면, 차선을 택해야 했다는 오멜라스 편집부의 긴 글을 보면서 정말 안타까웠지만, 예정된 수순이었는지도 모르겠다.고 내심 생각했다.
나는 양장본이 좋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양장본 스타일은 '열린책들'의 양장본들이다. 도스토예프스키나 카잔차스키 전집 사이즈들이 가장 좋다. 이런 호오를 넘어서, 페이퍼백과 하드커버의 두가지 버전으로 책이 나와 주는 다양성은 더 좋다.
난 딱히 SF 매니아는 아니지만, 행책의 SF총서라던가 황금가지의 환상문학 전집은 대충 다 사고 있다.
SF가 이 땅에서 번성하라! 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새로 생긴 작은 장르소설 전문 출판사의 (근데, 오멜라스가 웅진 계열인건가? 그럼 작은건 아닌데, 암튼) 새로운 시도가 이렇게 꺾이는건 좀 속상하다. 그런 의미에서 30만 이벤트는 오멜라스 이벤트라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고, 앞으로 작품에 따라 양장본과 페이퍼백이 모두 나오는 책들도 있을 꺼라고 한다. 그때까지 마음으로 '구매'로 응원한다. 오멜라스!











오쿠다 히데오의 <방해자>
오쿠다 히데오에 대한 애정이 식은지는 오래지만,
에쿠니 가오리와 요시모토 바나나, 하루키 외에도 읽을 일본소설이 있다. 는 걸 거의 처음 알려주기 시작한 오쿠다 히데오. <라라피포>를 보고 질겁하기도 했고, <남쪽으로 튀어>를 보고 기립박수를 쳐주기도 했고, <악의>가 괜찮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볼까. 싶기도 했는데, 이번에 나온 <방해자>
이 판형에! (작은 책), 이 페이지에! (3권은 2백페이지대, 1,2권은 3백페이지대)! 양장본으로 세권으로 책을 내!?!
심호흡. 후아-후아-
내가 '분권을 위한 분권'을 좀 '증오'한다.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증오'하는데, 이 책은 근래 나온 최악의 분권이다.
인터넷 서점에서 이미지 확인하고, 불 뿜었는데, 서점에서 확인하고 '추리소설 따위가!' '오쿠다 히데오 따위가!'
2권도아니고, 3권으로 분권해서 나오다니!! 하며, 책을 막 던..지고 싶은건 참았지만, 북스토리 욕을 디지게 해주었다.
노블하우스에 이은 최악의 분권출판사로 자리매김 하려고 그러냐, 북스토리!
책 사자! 이벤트는 어떻게든 하겠는데, 책 사지 말자! 이벤트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에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