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오늘까지' 216권의 책을 읽었다. 미스터리쪽은 신간을 많이 읽었지만, 그 외에는 작년에 산 책들을 읽어냈던 것 같다. 덕분에 2008년에 나온 신간이 그닥 눈에 띄지 않는다. 2008년 독서의 양이나 질에서 그닥 만족스럽지가 않지만, 2009년의 독서계획을 짜기 위해서라도, 2008년 올해의 책 탑10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일본 미스터리는 2008년 출간작 위주로 따로 정리 예정)

조 홀드먼의 <영원한 전쟁>

조 홀드먼의 <영원한 전쟁>은 로버트 하인라인의 대척점에 서서 반전SF를 쓴다. (이 책을 읽고 궁금해져서 이 책이 영향을 받았으나 결론은 영 다른 <스타쉽 트루퍼스>를 주문했었다.)
대표적인 반전소설인 <영원한 전쟁Forever war>은 저자가 베트남전의 참전자라는 면에서 '전쟁'의 허구성과 허무성을 잘 드러내준다. 전쟁소설의 팬은 아니지만, '전쟁'이 드러내는 인간의 극단적인 모습들과 '전쟁'이라는 거대한 괴물에게 휘둘리는 보잘것없는 '개인'의 모습은 흥미롭다.  

<영원한 전쟁> 리뷰

이 이야기는 전쟁 이야기이고, 한 군인의 이야기이다.
내내 지리한 전쟁 이야기이지만, 엔딩은 적절하다.
적당한 허무와 적당한 도피와 적당한 타협의 합주

* 추천하는 같은 줄기 소설
<캐치22>는 전쟁은 미친짓이다.를 보여주는 소설
 사전에 등재되기도 한 '어찌할수 없는 딜레마'를 뜻하는 '캐치-22' 는 전쟁의 부조리를 끊임없이 돌아가는 질문과 상황과 인물들로 표현. 다 읽고 나면 어질. <독수리는 날개치며 내렸다>는 남자의 로망. 멋진 남자주인공, 전쟁때문에 죽지 말아야 할 좋은 사람들이 너무 많이 죽었다. 는 안타까움. <스타쉽 트루퍼스>는 밀리터리 SF의 효시격인 작품. 전쟁소설에서 드러나는 어쩔 수 없는 마초이즘은 중독성이 있다.

트루먼 카포티 <인 콜드 블러드>

<인 콜드 블러드>의 내용이 지금 와서 새로울 것은 전혀 없지만,
이야기를 풀어내는 특유의 건조한 방식만은 여전히 신선했다.

<인 콜드 블러드> 리뷰

특별한 것은 없다. 사이코패쓰도, 아무 이유없이 살해당하는 일가족도, 미디어도, 재판도, 마을 사람들도 어느 것 하나 우리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만한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객관적 팩트에 주관적 진실의 힘이 덧붙여지면서 강력한 스토리텔링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추천하는 같은 줄기 소설
에릭 라슨 <화이트 시티> 비슷한 시기에 읽은 논픽션이다. 윈디시티, 시카고의 가장 핫한 시절의 두 남자.  한명은 시카고 국제박람회라는 위업을 달성했고, 한명은 최초의 연쇄살인범이다. 건축가들의 성지와도 같은 시카고가 막 자라나던 시절의 열기와 최초의 연쇄살인범 이야기가 오버랩 되면서 묘하게 매력적인 논픽션이었다. 뉴욕타임즈의 추천평이 꼭 맞다.

역사와 재미가 잘 조화된 …… 소설의 드라마틱한 효과를 살린 논픽션 …… 진실은 픽션보다 이상하다는 말이 딱 맞아떨어지는 작품 - 뉴욕 타임스

서머셋 모옴의 <인생의 베일>

통속적인 이야기에 거품방울처럼 가벼운 여주인공 키티의 성장소설(?) 

<인생의 베일> 리뷰 
 
가벼운 연애소설의 베일 뒤 인생 이야기, 이 책에 인용되는 시詩들과( 작품의 제목인 인생의 베일painted veil은 셸리의 시에 나오는 문구) 페인티드 베일의 의미를 생각하고 읽으면 더 매력적이다. 뻔한 장치에 연애소설을 넣었는데, 영 다른 이야기가 튀어나온다.
나오미 왓츠와 에드워드 노튼이 나온 영화는 책과는 다른 '영화적' 결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20년대의 인테리어와 의상, 아름다운 중국배경이 돋보이는 영화니 책을 읽고 영화감상 추천.

이것이 여느 연애소설과 다른 점은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은 결코 사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점은.. 베일을 벗은 인생과 상당히 닮아 있다.  

*추천하는 같은 줄기 소설
계급에 몸과 마음을 베팅하는 철딱서니 여자주인공들이 나오는 성장 혹은 파멸소설. 제인 오스틴의 소설은 <엠마>말고, 그녀의 다른 소설들도 같은 줄기일 것이다. 여성 최초 퓰리처상 수상작가인 이디스 워튼의 <기쁨의 집> 정도와 가장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싶다. 순진한 여주인공으로 <전망좋은 방>과 상류층을 위해서라면! 팜므파탈이 나오는 <연기로 그린 초상>도 함께 추천

빌 벨린저 <이와 손톱>
처음으로 소개 받은 빌 벨린저의 작품. 교차서술로 유명한 그는 이 작품에서도 주인공인 마술가 루 마운틴의 이야기와 법정공방 이야기가 교차서술되면서 사건의 클라이막스로 다가간다.
출판사의 '더이상 새로울 것 없다!'는 선전과는 달리 현대의 독자들에게 전혀 새로울 것 없는 결말의 반전이긴 했지만(봉인이 어이없을 정도였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큰 법인데, 그저 놔뒀어도 재미있을 작품에 기대치를 너무 높였다) 이야기는 재미있다.

<이와 손톱> 리뷰
 
그는 생전에 마술사였다...
첫째, 그는 살인범에게 복수했다.
둘째, 그는 살인을 시작했다.
셋째, 그는 그 과정에서 살해당했다.
도입부 끝내주고, 코넬 울리치와 챈들러를 떠올리게 하는 때로는 시적이고, 때로는 건조한 문체

* 추천하는 같은 줄기 소설
빌 벨린저의 다른 두 작품 파므 파탈이 나오는 <연기로 그린 초상>과 기억상실증 남자가 나오는 <기나긴 순간>새로운 것, 충격적인 결말을 기대하기 보다는 작품이 지닌 강력한 플롯과 문체에 주목한다면, 고전으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데이빗 리스 <종이의 음모>
꽤 오래 묵혀 두었다가 얼마전에야 읽었다.
내가 대단한 추리소설 매니아라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데이빗 리스의 작품 같은 것은 또 없다. 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독특한 소재와 개성있는 등장인물이 완벽한 시대배경 속에 녹아있다. 소설 속으로 '빠져든다'는 표현은 아마 이런 책을 읽을 때 할 수 있는 이야기.

<종이의 음모> 리뷰

" 이것이 내가 자네한테 경고했던 사악한 짓일세. 우리가 상대해야 할 진짜 적은 종이돈에, 채권에, 주식에 이르기까지 모두 종이야. 종이 위에서 범죄가 저질러지고, 종이가 범죄를 저지르고 있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피해자뿐이야."

*같은 줄기 추천소설
뭥미? 안그래도 얼마전에 <종이의 음모> 읽으면서, 요즘 상황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베텔스만에서 싹퉁머리없이 또!!! 분권으로!! 제목도 개떡같이 바꿔서 <블랙 먼데이>로 다시 냈다.
 아, 혈압;;
<부패의 풍경>은 <종이의 음모>의 2탄격인 위버 시리즈이고,
<암스테르담의 커피상인>역시 금융이 주요 소재가 되는 재미난 책이다.




어슐러 르 귄의 <로캐넌의 세계>

헤인시리즈의 첫번째권이다. 이후로 발간된 헤인시리즈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이 나와 있는 첫번째권이기도 하다. 좀 더 사변적이고 좋은 평을 받고, 수상작인 <어둠의 왼손>이나 <빼앗긴 자들>을 먼저 읽다가 지루해서 덮은것이 어언...

북유럽 신화의 한 장면같기도 한 이 책은 짧고 강렬하다.
시리즈의 서막으로 적절하다.
<로캐넌의 세계>리뷰

 이 책이 쉽게 읽히지 않는 것은 어슐러 르 귄이 창조한 세계를 바로 이해하기 힘든 탓도 있지만, 그녀의 이야기가, 그녀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용감무쌍한 인물들에 느끼는 슬픈 경외감때문일지도 모른다. 조금 더 슬프고, 조금 더 고독하고, 조금 더 완전한 존재들... 

*같은 줄기 추천 소설








아무래도 같은 헤인시리즈와 로저 젤라즈니의 신화와 SF결합(저쪽이 페미면 이쪽은 마초기는 하지만.) 그리고 닐 게이먼의 북유럽신화 <베오울프>




조너선 캐럴 <웃음의 나라>

소설을 좋아하고, 작가를 경배하는 독자들을 위한 책. 조너선 캐럴의 책을 읽을때면 떠오르는 그 초현실적인 세계와 약간 애처로운 남자 주인공과 매력적인 마녀같은 여자주인공들이 그려진다.

<웃음의 나라> 리뷰

조너선 캐롤의 이야기는 판타지적, 초현실적 성격을 띄고 있지만, 그의 소설을 그 장르로 분류하는 건 내키지 않는다. 굳이 말하자면 일상의 판타지? 이것이 소설이라는 것을 잊고 쉬이 빠져들 것이다. 캐롤의 세계로. 

 


*같은 줄기 추천소설
마르크레비까지는 음.. 싶지만(결정적으로 마르크 레비의 주인공들은 너무 착하다!는 것이 캐럴과 다른 점) , 닐 게이먼과는 확실히 통하는 면이 있다. 발랄한 문체와 그냥 막 먹어버리고 싶은 문장들, 못된 상상력. 북스피어에서 아직 '완전히' 접지는 않았다고 하니, 조너선 캐럴의 책은 적어도 한권 정도는 더 나오지 않을까 싶다.

크리스타 볼프 <메데이아>
읽고, 읽고, 또 읽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이것은 '책' 이라기 보다 '이야기'라고 부르고 싶다. 신화속의 악녀 탑3에 드는 메데이아의 이야기를 크리스타 볼프가 조금 다른 관점의 이야기로 보여준다. 이 책이 얼마나 좋은지, 도저히 내 능력으로 표현할 수 없어 안타까울뿐.

<메데이아> 리뷰
이야기 속의 가장 큰 갈등은 현재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옛관습을 악용하고 시민을 선동하는 권력자와 자신의 두려움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광포하게 구는 시민들과 메데이아, 코르키스의 강한 여인, 치유자입니다. 이 책의 원제는 <Medea, Stimmen>으로, <메데이아, 목소리들>로 번역됩니다  <...'악녀'를 위한 변명>이라는 제목은 이 책이 이야기하는 정반대를 가르키고 있어 찜찜합니다만, 원제의 '목소리들' 이 나타내듯 '목소리들'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조이스 캐롤 오츠의 <사토장이의 딸>

다작이면서 좋은 소설들을 쓰는 조이스 캐롤 오츠인데, 우리나라에는 <블랙워터>와 <작가의 신념>이 뜬금없게도 번역되어 있을 뿐이었다. 아고라 출판사에서 조이스 캐롤 오츠의 책들을 더 낸다고 하니 기대해본다. <사토장이의 딸>이 조이스 캐롤 오츠의 최고작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꽤 긴 분량동안 읽기가 아까울정도로 재미있었다.
첫문장부터 마지막문장까지 철저하게 계산된 이야기도 저자의 내공을 보여준다. <블랙워터>가 난해하고, 실험적이었다면, <사토장이의 딸>은 훨씬 잘 읽힌다.

<사토장이의 딸> 리뷰 
 



로버트 해리스 <임페리움>

카이사르가 아닌 키케로가 주인공인 로마 3부작의 첫번째 작품. 키케로의 심복노예인 티로의 눈으로 그려지는 로마시대 가장 흥미로운 페이지들.

<임페리움 리뷰>

실패조차 야망의 연료로 만드는 키케로. 그는 권력자들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씨니컬한 재치문답을 일삼으며, 자신의 입장을 바꾸기도 하고, 그렇게 하기 전에 진심으로 자기 자신을 설득하고자 하며, 최선이 안된다면, 차선을 선택하는 사나이였다. 타고난 연설가이자 연기자였고, 그것을 갈고 닦기 위해 평생을 노력하였다. 현대적으로 말하자면, 줄도 백도 없는 한 남자가 능력만으로 최고의 위치에 오르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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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년 내맘대로 올해의 일본추리소설 by 하이드
    from little miss coffee 2009-01-18 16:32 
    2008년 올해 읽은 좋았던 책에 대한 포스팅은 12월 중순에 이미 한지라, 2008년에 나온(읽은이 아니라 나온) 일본 추리소설들중 좋았던 것을 뽑아보고자 한다.   아직 사 놓고 읽지 못한 책들이 있어서, 리스트는 수정될 수 있다.  1.  2008년에 나온 일본 추리소설들을 리스트업해보았다. 추리소설이라 애매한 것도 있을 수 있고, 빠진 것도 있을 수 있는데, 일단 할 수 있는한.. 최대한 2.
 
 
Mephistopheles 2008-12-19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엔더의 게임이 빠져있네요?? 갸웃..??

하이드 2008-12-19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노사이드>를 재미있게 읽긴 했는데요, <엔더의 게임>은 원서로만 읽은지가 좀 되서, 아마 원서든 번역본이든 다시 일독해야 할 것 같아요. 시리즈 1-4까지 사 놓았으니, 내년에는 SF원서읽기를 목표로 (..응?)

Apple 2008-12-20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화이트시티 끌리네요. 이런 책이 있는줄도 몰랐었는데..+_+<인콜드블러드>를 너무 좋아해서 그런 식으로 보면 될까요?^^흐흐..

하이드 2008-12-20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왜 샀는지도 모르겠고;; 산지 한참 있다가 읽었는데, 의외로 대박이었다지요. <인 콜드 블러드>와 비슷한 책 더 읽고 싶었는데, 마침 걸린 책이 이책이었어요. 이런 류의 책이라면 얼마든지 사고, 얼마든지 읽을 수 있는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