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치-22를 예전에 원서로 보고, 이번에 민음사 세계문학선에 안정효 번역으로 나온 것을 읽고 있는데, 느낌이 완전 틀리다.
'이게, 이런 책이었어' 쿠쿵- 하는 느낌. 도대체 너는 원서를 궁둥이로 읽었냐. 는 물음이 나올법도 한데, 그것은 아닌 것이
번역본을 보고, 원서를 봐도 그렇게 느끼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원서와 번역본은 분명 같은 책, 같은 작가인데, 왜이렇게 다른 느낌이 드는 걸까.
내가 소화할 수 있는 원서는 영어와 독어 정도이고(소화한다고 말하기엔 그냥 삼키는 면이 없지 않지만) , 불어는 사전 잡고 낑낑대면 한줄씩 읽어나가는 정도이고, 일어는 쥐뿔도 모르면서, 열심히 진심으로 뜷어져라 쳐다보며 읽어지지 않을까를 바라는 정도이다. 

번역본에 비해 원서를 읽는 비율은 (특히 요즘같이 읽을책이 살책보다 훨씬 많은 때에는 더욱더) 같은 책을 두 번 이상 읽는 비율정도에 불과하고, 책을 읽기보다 사기를 즐겨하는 인종인 나에게는 다른 많은 책들처럼 '언젠가는' 이라는 허무한 명제를 띄우고 있을 뿐이다.

캐치-22를 읽으면서 정말 끊임없이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책이 폭력적이라거나 그런건 아닌데, 혹시 최면이라던가 하는걸 심어 놓은 것이 아닌가, 심각하게 의심중이다.
얻어맞고, 도망가고, 떨어지고, 읽다보면, 자꾸 잠이 오고, 잠이 들때마다 식은땀을 흘리면서 깨어난다. 

그러니깐, 원서 읽을때는 안 그랬다구.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이드 2008-10-23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내 사랑 <메데이아> 원서로 읽고프다.

Joule 2008-10-23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자주 그래요. 어, 이상하다. 이런 책 아니었는데. 책을 발로 읽은건가 싶어 다시 보면 뭐 딱히 그렇지도 않고. 읽고 난 후 머릿속에 남는 이미지랄까 잔영도 영 달라서 가끔 진심으로 당황해요. 책 읽고 살기도 힘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