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레종 데트르 - 쿨한 남자 김갑수의 종횡무진 독서 오디세이
김갑수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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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왜 지금 나왔는가? 그니깐, 왜 지금 나왔냐고?? 라는 것은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느꼈던 감정들 중 가장 큰 '배신감'에서 나오는 이야기이다.

갑수아저씨의 들어가는 말에 가슴 설레였다. '저 초록들도 할 말이 있어서 초록일 거라고 되뇌던 계절이 훌쩍 지나가 또 한차례의 가을 쓰라림을 통과한다. 쓰라림 없는 가을은 한 번도 없었다. 아마 저 가을도 할 말이 있어서 쓰라릴 거다.    2007년 가을 김갑수'  아. 2007년 가을 갑수 아저씨가 낸 책을 나는 2008년 가을에 읽는구나.

책의 앞 페이지에 '쿨한 남자 김갑수의 종횡무진 독서 오디세이' 라고 적혀있다. 책의 앞부분을 읽으면서, 아니 좀 읽는 내내 '쿨한' 을 '음란한' 으로 바꿔보면 어떨까. '음란'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내 딴에는 좋은뜻까지는 아니라도 나쁜 뜻으로 쓴 말은 아니다. 책의 첫 챕터부터 '성교' 여서 그런 생각이 들어버린건지도 모른다. 여기에 대해서는 리뷰보다는 페이퍼로 나중에 또 생각나면 올려보도록 하고.

이걸로 세번째 읽는 김갑수의 책이다. 텔레만에서는 오디오와 음악취미 이야기, 빨간표지 책에서는 이런저런 시류와 단상들, 그리고 레종 데뜨르에서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사실, 이 책을 책에 대한 책이라고 생각하고 샀지만, 그 분류에 집어 넣어야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첫째로 저자의 개성과 잡담이 생각했던 것보다 과하게 드러나 있고, 둘째로, 김갑수가 이런 정도의 책밖에 안 읽는단 말야. 실망감이 들어서이다. 사실 이건 남의 독서취향을 가지고, 왜 나랑 안맞아라고 억지 투정 부리는 것이기도 하다.

둘째로 들은 이유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하자면,
아, 그는 시인이지. 이런저런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시인이라는 걸 책날개에서 본 기억이 났다. 언제? '한국소설' 에 대한 파트를 읽을때. 개인적으로 고등학교때 이후로 한국소설이나 시를 거의 읽지 않는다. 이건 저자가 말한 한국소설들을 무시하는 많은 사람들 중에 내가 속하기 때문은 아니다. 그냥 내 취향에 안 맞는다고 해두자.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책으로 보고 싶지 않다. 는 정도로. 그런 이유로 그가 꽤나 나름 업계 사람으로 심도 있게 쓴 그 글들은 나에게 그닥 와닿지 않았고, 그렇다면, 그외의 많은 책들이 마구 읽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쏟아져 나와야 하는데,그것도 아니다. 확인해보지는 않았다만, 저자가 소개하는 많은 책들이 2001년의 책이라는 것. 당시에 하루에 삼백여종의 신간이 나왔으면, 지금은 하루에 몇권의 신간이 나오겠는가? 신간은 신간이라는 메리트가 있다. 2001년도의 책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2001년도에 나온 많은 책이 소개되었는데, 신간 메리트를 업은 책들이 있다면, 지금 2008년에(책이 나온 2007년에도) 그걸 읽고 있을 필요는 없다는거다. 반이나 혹은 그 이상의 2001년도 신간들을 제외한 나머지에서도 그닥 와닿는 책에 대한 이야기들은 없었다.

결국, 이런저런 내가 알지 못했던 책들에 대한 뽐뿌를 기꺼이 얻고자 했던 기대가 무너져서,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 나올때에 안 나오고 오래 묵혔다 나온 것 같은 책이라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게 한 저자건 출판사건 그네들 탓을 하겠다. 나는 독자니깐. ) 나의 기대에 더 동떨어진 부분도 있다.  

그러나 김갑수의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고 그것에 공감한다. 김갑수와 그의 글을 좋아한다.
그러니 내가 기대했던 독서일기가 아니지만, 그는 여전히 매력적이라서 이런 어정쩡한 후기를 남길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뭐, 2001년도에 나와서 묻혀버린, 아마도 서점에서도 어떤 책에서도 왠만하면 눈에 띄지 않았을 2001년도의 책들을 몇권 건진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이라고 자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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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레종 데트르에서 건진 책들
    from little miss coffee 2008-10-08 12:35 
    이 책에 나오는 책읽기는 김갑수 독서 빙산의 일각(이라고 생각하고 싶다.)이다. 그가 언급한 그의 취향중 두가지. freak에 관한 책을 좋아하고, 세상의 모든 음악에 관한 (우리나라에 나온) 책들을 모으고자 했다. 이상하진 않지만, 독특하긴 하다. freak에 관한 책을 좋아하는거나 내가 책에 관한 책, 혹은 고양이에 관한 책을 좋아하는거나 마찬가지.  2001년도에는 제프리 버튼 러셀의 책이 이렇게 두 권이 나왔었고, 
 
 
비로그인 2008-10-08 0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라보. 이 책을 읽고도 왜 내가 리뷰를 써내질 못했나, 생각했는데 하이드님의 리뷰를 읽으니 이제야 이유가 보입니다. 좀 더 몰아치거나 좀 더 나가도 되는 이야기들을 어정쩡하게 얼버무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데 남들 다 좋다는데 왜 나만 이러나, 싶었더랬지요.

하이드 2008-10-08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묵혀 두었던 옛날 글 모아서 내는 거라고 한마디만 했어도;;
주드님, 저도 다른 리뷰들 보고 좀 놀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