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기대하지 않았지만, 의외로 꽤나 재미있고, 유쾌하게, 동시에 군지렁 대면서
읽은 책이다. 이 책을 산 이유는 러일 동시통역가인 저자가 고양이를 키우게 되면서
겪는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이 재미있어보여서였는데 ...
그녀는 독신으로 살면서 고양이 여섯마리와 개 두마리를 키웠다.
첫 시작부터 무지 유쾌한 책이다.
읽다보면, 이것은 판타지인 것인가! 고양이가 나오는 키친싱크 드라마인것인가.
혹시 픽션인데, 내가 논픽션으로 알고 읽는 것인가. 책을 뒤집어 보기도 하고.
뭐, 그러면서 읽어냈다.나의 이런 촌스런 쇼크는 우리나라에서 고양이 키우기와 일본에서 고양이 키우기의 갭이 딱 고만큼임을 말한다.
질투와 시기 반, 부러움 반으로 책을 읽어내고난 후라, 만족스러운지 그렇지 않은지도
멍하지만, 책을 다 읽고, 뒷표지의 책날개를 보고 또 한번 다른 의미에서의 쇼크
요네하라 마리라는 이름은 나에게 너무나 생소한데..
마리라는 이름만은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와 그녀의 개 이야기에 대한 책 한권을 읽으면서, 익숙해졌다. 그녀와 그녀의 가족, 그리고 애견탐정 사기꾼의 이름만이 실명으로 나온다.
이 책은 예전에 센트럴 영풍에서 보고 찜해놓았던 책인데, 얼마전에 키티님의 페이퍼를 보고,
장바구니에 들어가 있는 중이다. 그럭보니, 이 책에 고양이 얘기가 곁가지로 나온다고 얘기 들었는데,
같은 작가였다.
어떤 책과 그 작가에 좋은 느낌을 받았는데, 그 작가가 하필 고양이와 개를 좋아한다면, 그 작가에 대한 호감도는 급상승한다. 하지만, 그 반대 경우라서 조금 묘하긴 하다. 지금 심정으로는 내가 골라 놓은 <대단한 책>에 대한 호감도가 급상승했다고 하겠다. <대단한 책>의 프로필은 예전 오프서점에서 봤을때부터 알고 있었다. 통,번역을 하고, 그런 그녀가 읽어온 책에 대한 책이다. 라고. <인간 수컷은 필요없어>를 읽으면서, 그녀의 통,번역 라이프 이야기를 곁가지로 읽으면서도, 그녀가 그녀라는 생각은 당연히 못했다. 순수하게 주제와 책내용만 가지고 책을 고르면, 이런 일도 생기는구나.
사소해보이지만, 나는 지금 혼자 디게 신기해하고 있다.
뒷날개에 나온 책들.. 첨에 나는 같은 출판사의 책들을 선전해 놓은 것인줄 알았다.
제법 눈에 익은 <올가의 반어법>이나 한때 보관함에 들어있던 <프라하의 소녀시대> 도 있었고,
다른 장르로 보이는 <미녀냐 추녀냐>(로맨스소설필인데, 통.번역에 관한 에세이다. 헐
<속담인류학>,<유머공식> 과 같은 책도 실용서과나 한번읽고 버릴과로 보였기 때문인데,
이 모든 책들이 다 요네하라 마리라는 여자의 책이다!
보통의 수순은 '책을 읽는다' -> '작가에게 호감을 느낀다' -> '작가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게 된다' 인데,
이 순서가 조금 꼬인 것 같은 기분. 이랄까. 무튼, 그녀의 <대단한 책>은 더욱 굳건히 내 장바구니에 자리잡았고,
나머지 책들에도 관심의 눈을 돌리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