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따위는 키우지 않는다는.. 80년대 출판된 독일 여성작가 작품 두개
얼마전에 <메데이아>를 읽으며, 엄청나게 감동 받았기에,
http://blog.aladin.co.kr/misshide/2246795
(추천에 짠 알라디너들이여! 월매나 열심히 썼는데 ㅡㅜ )
크리스티나 볼프의 <카산드라>를 찾아봤는데, 역시나 절판이다.
분명 집에 있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는다.
버렸을지도...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속이 쓰린다.

<로라, 시티>를 읽다보니, 문득 또 생각나는 옛날책 하나, 작가 이름은 기억 나지 않고, <벽>이라는 제목만 기억난다.
99년 당시에도 절판이어서, 학교 앞에서 제본해서 읽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믿져야 본전인 심정으로 찾아보니,
<벽>으로 검색하면 얼마나 바보같은 검색결과가 나오는지 알라딘 검색을 자주 이용해본 사람이라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대충 출간일 순으로 뒤에서부터 별 기대 없이 클릭, 클릭하다보니, 말렌 하우스호퍼라는 독일 이름과 <벽>이라는 제목이 나온다. 절판도 아니다. 낯설기만 한 저자 이름에, 혹시나, 설마, 하고 들어가보니, 하나 달려 있는 리뷰의 내용이(책소개나 작가 소개도 없는 친절한 알라딘) 내가 아는 그 책이 맞다. 야호! 게다가 옛날 책인 주제에 지금 사면, 내일 받아볼 수 있다. 5,800원에 배송료도 없다. 지를 수 있는 모든 요건이 갖추어짐. (적립금, 배송료 없음, 당일 배송) 

가끔 내가 책을 '읽는다' 고 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가 밀려올 때가 있다.
근 몇년간 미친듯이, 쫓기듯이 읽어온 것은 사실이지만(왜??) 아니, 쫓기듯이 샀다는 표현이 더 맞을듯, 쫓기듯이 사서, 쫓기듯이 읽을 수 밖에 없었던 멍충이 같은 짓.. 을 해왔다. 돌이켜보면, 나는 항상 책을 읽어왔다. 

문제는 내가 '읽은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 정독과 재독, 슬로우리딩에 대해 이야기하는 많은 사람들(갑자기 얼마전에 읽은 재수때가리 책이 생각났다;)이 지적하는 것이 바로 이런것이 아닐까 잠깐 생각해본다. 생각끝. 

나로서는 조급한 마음만 아니라면, 책은 얼마든지 대충 읽어도 된다. 고 생각한다. 한번이라도 눈으로 훑어내린 책은 무의식 속에라도 남아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자 한다. 인간이 뇌의 5%도 사용 못한다며. 라고 같다 붙이기도 한다. 후후후 -

가장 최근에 망구엘 아저씨의 <독서일기>를 뒤적거리다가, 아저씨가 좋아하는 책 중 <야수는 죽어야한다>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몇가지 삽질을 했는데,
1. 동서 미스테리에 있는데, 사 볼까? 하고 알라딘에 들어와보니, 내 리뷰가 떡하니-
2. 1.의 며칠전 '아, 이 책 디게 재미없었다' 하고 중고샵에 정리

이건 뭐;; 똑같은 책 두권, 세권 사는 것과는 비교도 안되는 망각력 아닌가.
리뷰를 읽으니, 내용이 다시 생각나기는 했다만.

무튼, 그렇게 읽었다는 사실조차 전혀 기억이 메롱인 책이 있는가하면,
위의 <벽>이나 <카산드라>처럼, 뇌리에 박힌 책들도 있다. 기억에 안 남는 책이 나쁘거나 시시한 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읽을 당시 나와 궁합이 안 맞았을뿐. (<벽>으로 졸업 논문 썼기 때문에 기억에 굳이 남아 있다. 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응?)

그냥 <벽>을 발견해서 좋았다. 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너무 짧은듯하여, 최근의 <야수는 죽어야한다>삽질을 포함한 횡설수설로 페이퍼가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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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09-06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었던 책을 다시 보다가 중간쯤 가서 어 이거 어디서 들은 대목인데 하면 예전에 읽었던 책이었던 경험...
그리고 진짜 감동적으로 읽었는데도 한달만 지나면 구체적인것들은 거의 기억에 없는 요즘... 나이먹는다는게 이럴때만 슬퍼요. ㅎㅎ

하이드 2008-09-07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해보면, 어릴적부터 이랬던듯도 ;;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