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큰 쇼어 블랙 캣(Black Cat) 15
피터 템플 지음, 나선숙 옮김 / 영림카디널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호주 최고의 하드보일드 범죄 작가...  2007 던컨로리대거상 수상작(구 골드대거상) ... 한편으로 냉혹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장난기 넘치고 웃음짓게 하는... 배꼽빠지게 웃길 수도 있...는 (어디?어디?!)

하드보일드에 혹한 하드보일드덕후인 나는 게다가 두껍기까지한 이 책을 나오자마자 눈여겨보고 냉큼 샀는데
위의 선전들이 귀를 광속으로 팔랑거리게 했던 것은 물론이고, 내 취향과 맞는다고 생각하는 골드대거상 수상작이기까지 하니
말이다.

이 책은 열다섯번째 블랙캣 시리즈인데, 수상작 위주로 출간되는 이 시리즈가 워낙 재미없기로 유명하다.는건 내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다만. 격하게 아끼는 아이슬란드 작가 아날드루 인두리다손의 책이 두개나 끼어 있고, <폭스 이블>, <와일드 소울>, <미션 플리츠>, <캘리포니아 걸>과 같이 좋아하는 작품들이 있기도 한데.. 대체적으로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시리즈는 아니다. 

이 작품의 배경은 호주의 어느 스산한 바닷가 마을이다. 캐신은(주인공 이름때문에 끝까지 감정이입이 힘들었을지도 모른다고 진지하게 생각해본다.) 강력계 형사였다가 현장에서 크게 다친 후, 이 마을로 내려와 있는 중이다. 사고로 여겨지는 마을 유지의 죽음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과잉수사로 용의자인 원주민 아이들 셋이 죽는다. 워낙 인종차별로 유명한(?) 호주이고, 이 책에서는 원주민 차별의 둔탁한 아우라가 내내 마을과  소설을 감싸고 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재미'없다. 그러니깐, 허접해서 화나는 그런 책은 아닌데, 재미가 없다. 무재미... 책소개에 낚이는건 바보지만, 책소개와는 너무나 딴판으로 재미없다. 500페이지 되는 소설이 한 350페이지 정도부터 슬슬 읽을만하고, 그나마 앞부분 읽느라 들인 시간을 보상해줄만한 대단한 재미도 아니고, 아니, 지금까지 해 온 이야기에서 안드로메다로 흘러가는 결론은 재미는 있으나 좀 황당하기까지 하다. 뻔한 결말도 그저그렇지만, 그렇다구, 갑자기 선로를 뛰어넘는 결말도 별로다. 내내 악당으로 알아온 놈( 진짜 악당 맞는데)의 단죄는 없고, 갑자기 다른 사건, 다른 악당으로 넘어가니, 그 내내 악당으로 알아온 놈이 어떻게 되었는지 찜찜함을 남겨 놓는다. 그런 식의 벌려 놓고 풀리지 않는 찜찜함은 몇개 더 있다.

캐신이라는 이름의 등장인물은 그 이름만은 너무나 독특해서 뇌리에 남겠지만, 캐신도, 그 주위의 인물들도 이렇게나 긴 이야기에서 그 캐릭터의 개성과 존재감이 희미하다. 하드보일드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 탐정이 때론 비겁하지만, 그 어떤 선은 안 넘는데, 이 캐신이라는 작자는 때때로 가끔 조연으로 등장하는 나쁜 경찰같은 짓을 하며, 사소한 선을 넘는다. 그게 안 사소하고 드라마틱하면, 그걸로 개성이겠는데, 사소하게 인간성 드러내는 선들이라 정이 안 간다. 

주인공을 포함한 등장인물들에 대한 몰입 실패, 이야기에 대한 몰입 4/5가량 실패. 평소에는 눈여겨보지 않았던 책소개가 새삼 원망스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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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8-20 0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종 '낚였다'라고 생각되는 순간들이 있어요. 이럴 땐 타인의 추천, 신문, 인터넷 지상의 기사들의 포인트가 나와는 다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하이드 2008-08-20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소개에 낚이는 제가 바보죠;; 신간들의 경우 특히 더해요. ^^ 좋았던 책도 소개와 영 어긋나는 경우도 종종 있구요- 말씀대로 팔리는 포인트와 읽는 포인트가 다르기에 생기는 차이겠네요.

루나 2009-03-02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낚였죠.ㅎㅎ 번역이 잘못됐나 의심하기도 했구요.. 상도 빵빵하고.. 설명도 좋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