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억하는 나의 가장 어릴적.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나의 가슴을 쿵쾅쿵쾅 마구 뛰게 하는건 프렌치프라이와 책밖에 없었다. 밖에서 만난 사람들이 나에 대해 못 믿는 것 한가지는 내가 어릴적부터 내성적이고,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방구석에 쳐박혀서 책만 읽던 아이였다는 것과 나와 술자리를 가진 사람들이 절대 안 믿는 것 한가지는 내가 대학때까지는 술 안 마셨다는 것이다.  

어릴땐 시간은 있고, 돈이 없더니, 나이가 들어서는 돈은 있는데 시간이 없고, 늙어서는 돈도 있고, 시간도 있는데 몸이 안 따라준다..는건 독서에도 해당되는건지 모르겠다. '몸'이라는것에, 건강, 열정, 감수성 등등을 포함하고 있다면 말 된다.

무조건적으로 폭식하던 독서는 무조건적으로 사는 독서로 바뀌었고, 언젠가는 읽겠지.. 하는 희망이 헛되다는 것을 슬슬 깨닫기 시작한다. 왜? 책은 계속 나오니깐, 내가 좋아하는 책만 읽어도 죽을때까지 다 못 읽는다는거. 그리고 또 하나, 좀 말도 안되지만, '재독의 로망', 책을 체할정도로 읽어치우는 사람이라면 품을듯한 로망이다.  왜 재독만이겠는가, 재독,삼독, 번역 읽고, 원서 읽고, 좋아하는 작품을 속속들이 알아가고 싶어하는 욕망.

그런 이유들을 가져다 붙이면서, 과부하 걸린 책장의 책들을 걸러내고 있다.

소장할 책 vs. 보내는 책
  - 소장할 책
1. 두 번 이상 읽고 싶은 책 
2. 책에 관한 책들
3. 좋아하는 작가의 책들 (다섯권 이상 있는 책들만 카운트)
   이것이 전작주의겠지?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소장하는 것. (미미여사를 좋아하지만, 미미여사의 책을 모두 샀지만, 반 정도는 방출. 가장 빨리 방출한 <가모우 저택사건> 같은 책도 있다.) 로저 젤라즈니, 레이몬드 챈들러, 카슨 매컬러스, 너세네이얼 웨스트, 가브리엘 마르께스, 헤르만 헤세, 미하엘 엔데, e.m.모리스, 로맹 가리, 슈테판 츠바이크, 존 버거, 조너선 캐롤,코넬울리치,마르그리트 뒤라스, 윌리엄 모리스,
4. 색깔에 관한 책들
5. 일본 미술, 에도에 관한 책들
6.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뉴요커 

  - 보내는 책
1. 두 번 읽지 않을 책
2. 산지 3년이상 되도록 읽지 않은 책, 앞으로 1년간 읽을 마음 안 들 것 같은 책  

소장할 책이야 내가 좋아하는 책 적으면 되니깐 부담 없는데, 보내는 책에 대한 것은 적기 힘들다. 두 번 읽을 것 같지 않은 책.. 은 언제 맘 바뀔지 모르고, 2번 같은 경우에는 그렇다고 읽지도 않은 책을 보내자니 찜찜하고.. 그러다보면, 책정리 안 될 것 같아서, 되는대로 정리중이다. 

이러다 보면, 에센스 오브 에센스만 남아서, 나는 어쩌면 신간도 읽고, 재독의 로망도 이룰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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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08-07-22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하이드님 저랑 짝짜꿍 한 번 해요! ㅋㅋㅋ
지금은 아니지만 저도 완전 내성적인 아이에 프렌치프라이랑 책만 먹고(?) 살았는데...!!!!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학교에서 하도 말을 안해서 선생님이 자폐증 아니냐고 엄마한테 물어보셨다는 -_-;;

하이드 2008-07-22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프렌치프라이와 책만 먹었던(?) 사람이 저 말고 또 있었을줄이야-

에이프릴 2008-07-22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나이가 먹을수록 내성적으로 변하는것 같은데 ... ;;

Apple 2008-07-22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재독의 로망...-_-..언제부터인가 참 힘들어졌죠...쯥...

하이드 2008-07-22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간과 미처 놓친 책들 따라가다보면, 좋은 책인줄 알면서도, 다시 읽으면 분명 또 다른 느낌인줄 알면서도 안, 아니 못읽게 되요. -_-a

그린브라운 2008-07-23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의외로 재독은 다시 읽고 싶은 책이 아니라 읽기 편한 책을 택하게 되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