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걸 - 에드거 앨런 포 상 수상작, 블랙 캣(Black Cat) 9
T. 제퍼슨 파커 지음, 나선숙 옮김 / 영림카디널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오렌지숲, 라구나 비치, 선샤인, 캘리포니아... 이런 것들은 어딘지 하드보일드와 거리가 있어 보인다. 쨍쨍하고 화사한 태양 아래 벌어지는 고단하고 격렬한 삶의 롤러코스터는 그런 이질감과 함께 건조함, 멜랑코리를 남겼다.

앤디는 형 닉을 찾아가, 30년전 그 사건의 결말에 다른 진실이 있었음을 말한다. 형제의 마음에 오랜동안 자리잡고 있었던 그 사건. 이야기는 훌쩍 50년전,그들의 어린시절로 돌아간다. 1950년대, 그들 사형제는 마을에서 홀대받던 폰형제와 싸우게 된다. '하나의 폭력이 또 다른 폭력을 일으키고 그것이 결국에는 발레 치마에 기타를 멘 어린 소녀가 맞는 지경으로까지 이어진 것은 아닐지.' 패싸움 이후, 발레 치마에 기타를 메고, 오렌지를 놓고 간 어린 소녀, 자넬 폰. 이 이야기는 그녀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 패싸움 이후, 시간은 계속 흘러, 그때의 아이들은 성인이 되었다. 첫째인 데이비드는 목사, 둘째인 닉은 형사, 셋째인 클레이는 정보요원, 막내였던 앤디는 기자가 된다. 그리고, 그들은 너무나 아름다웠던, 캘리포니아에 어울리는 빛나는 젊음과 외모의 쟈넬 폰을 마주하게 된다.

마약과 남자와 음악에 빠져 살았던 쟈넬은 강간당하고, 목이 잘린채 폐공장에서 발견된다.
범인을 찾는 경찰과 기자. 닉과 앤디가 쟈넬을 좋아하면서도 돌봐주지 못했더 지난날을 자책하며, 그녀의 과거를 파고들자, 많은 사람들이 묻어 나온다. 고교 풋볼 코치, 드라이브인 교회 목사, 공산주의를 혐오하는 정치가, 위험한 건달, 재능있는 가수, 등등등.

이야기의 반전은 첫장에 이미 예고된다. 과거에서부터 돌아보는 쟈넬을 둘러싼 이들의 고단한 삶의 조각들이 날실과 씨실처럼 촘촘히 얽혀서,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이런 류의 소설들이 결말을 후다닥 마무리지어 아쉬운 경우가 많은데, 이 소설의 경우는 뒤로 갈수록, 그 뒷심을 발휘하여, 마지막 장을 덮을때는 묵직한 여운을 안겨준다.

몹시 아름다웠으나 마음은 암흑이었던 한 소녀. 캘리포니아, 라구나 비치, 오렌지 카운티, 선샤인, LSD, 반짝반짝 빛나는 아스팔트, 그 쨍쨍함 아래에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피폐함.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앞으로 나아간다.  '조금은 즐기'면서.  

마을을 구하기 위해 마을을 파괴하다.
여인을 구하기 위해 여인을 파괴하다.
삶을 구하기 위해 삶을 파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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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7-10-08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 책 더 읽고 싶은데!!

오차원도로시 2007-10-09 09:24   좋아요 0 | URL
아 그렇게 좋은가요? 보관함에 계속 자리 잡고 있긴 했는데...
선뜻 장바구니로 옮겨지지 않았었는데...요번 쿠폰있을 때 옮겨 와봐야 겠어요...^^

보석 2007-10-09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상하게 이 책에 몰입이 안 되던데 하이드님 글을 보니 다시 찬찬히 읽고 싶어졌어요.^^

하이드 2007-10-09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왠지 안 읽고 싶게 생겨서, 산지 근 1년만에 읽었나봐요. 전, 요런 분위기 좋아해요. ^^

Beetles 2008-05-15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반부를 넘기면 되나요..?저도 이상하게 진도가 잘안나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