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야드 게임
노지마 신지 지음, 금정 옮김 / 스튜디오본프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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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나 할까?"
"게임?"
"저건 뭐야?"
나츠히코는 그렇게 말하더니 백개먼 아래에 있는 상자를 꺼냈다.




"스코틀랜드 야드 게임?"
"보드 게임이야."
"어떤 건데?" 흥미진진하게 상자를 열며 나츠히코가 물었다.
"런던 시내를 도망 다니는 괴도를 다섯 형사가 쫓는 거야."
"둘이 할 수 있어?"
"형사가 다섯이라고 해도 서로 의견을 맞추야 하니까 실질적으로는 괴도와 형사 측으로 나누면 돼."
"흐음." 하고 나츠히코가 설명서를 폈다. "
"일종의 심리게임이야. 서로 상대의 움직임을 파악하지."
"24턴?"
"응, 순서대로 움직여서 24턴까지 결판을 내야 해."

노지마 신지라는 이름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덜컥 구입한 <스코틀랜드야드 게임>
위의 사진에 나온 보드게임이다. 유치찬란한 일러스트 커버를 벗기면, 나오는 책의 맨얼굴이기도 하다.(완전 반전이지 뭔가?!)
대단한 작품성을 지니고 있다거나, 평생 남는 감명을 준다거나, 천재성에 살이 부르르 떨린다거나 해서가 아니라, 가슴을 쿡쿡 찌르는 드라마 각본을 쓰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본 드라마 다섯개 중에 세개는 이 남자의 작품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로, 나는 아무 기대 없이, 이 책을 샀다.

등장인물이 그닥 많지도 않다. '나', 타르트. 아니, 타루토는 평범한 샐러리맨이고, 열여덟에 '나'를 낳은 엄마와 엄마가 '나'를 뱃속에 가지고 있을때 <폭풍속으로>의 패트릭 스웨이지처럼, 태풍부는 나, 서핑하다가 바닷속으로 사라져 버린 아빠 덕분에, 엄마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컸다. 회사에서는 차장님의 비유를 맞추고, 퇴근하고는 만화방에 들러서, 막차시간까지 만화를 본다. 동그란 빨간 해를 싫어한다. 케이크집 '미뇽'의 외동아들이다. 버림받은 강아지 같은 생김새다.  

'쿠키', '쿠키 나츠히코 . 순정만화 주인공 같이 생긴 주제에 '나', 타르트와 얼굴을 바꾸고 싶다는 망발을 거침없이 내뱉는, 성정체성이 의심스러운 꽃미남이다. 어느날 홀연히 나타나 케이크집의 일을 돕고, '나'와는 본의 아니게 만담 커플이 되어버렸다.  술을 한개도 못 마신다. 정말 잘 생겼다.

그녀, '안(살구)'. 퇴근길 만화방 가장 구석은 그녀의 지정석이다. 해시라이스를 좋아한다. 두번째 그녀를 만났을때, 루피가 쵸파에게 떠나자고 설득하자는 장면을 보며 울고 있었다. 그녀는 응급실 간호사. 3년전에 죽은 쿠도라는 남자와 '원거리 연애'중이라고 말한다. '나'는 그녀를 목숨걸고 사랑하게 된다.

이야기는 '나'와 쿠키의 만담 형태로 진행된다. 그날그날 '안'과 있었던 일을 업데이트 해주면, 쿠키가 조언해주는 식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 중 하나인 기무 타쿠의 <프라이드>를 떠올리게 하는 대사들을 보면서, 맘껏 즐거웠다. 

형사가 범인을 쫓는 중에는 엄청난 반전도 있고, 형사역의 상대방이 이겨도, 괴도역의 내가 이겨도 상관없는 해피앤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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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9-21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두 하이드님 없어서 심심했어요 호호호..
추석은 어떻게 보내실건가요? 저는 책 열두권 빌렸어요~~ (두권빼고 만화입니다만)
편안한 추석 보내시기를...

하이드 2007-09-21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딱 보시겠는걸요- ^^ 전 이번에 추석때, '나 홀로 집에' 랍니다. 일핑계 대고, 집에 혼자 있어요. 아, 레오랑 말로랑- 내일 와인사러 가는거랑은 절대- 상관 없어요. ㅋㅋ

비로그인 2007-09-21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두 재밌겠어요. 이런 게임있으면 와인 마시면서 하면 재밌겠지요? 저는 요맘때 되니까 영국 생각도 나고 좀 꿀꿀하네요..

하이드 2007-09-21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꺄- 정말요. 레오랑 말로도 같이 게임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혼자 있어서 아쉬운건 제가 느므 좋아하는 보드 게임을 못 한다는거. 스코틀랜드야드게임은 안 해봤는데, '클루'류의 게임 좋아해요.

marina🦊 2007-09-23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멋진데요; 하이드님네 놀러 왔다가 지름신 영접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