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너 써야 하는데, 책 사려다 페이퍼 먼저 열어버렸다. 

끄적거리고 싶은 이야기들이 몇 가지 있지만, 오늘 마감이라 마음이 조급하다. 

엊저녁부터 목이 붓는 것 같아 판피린에스 먹고 잠은 잘 잤으나 아침에 일어나니 어제보다 목이 더 아프다. 

인후통 약 먹으려고 챙겨두고 빈속에 먹을 수 없어서 그릭요거트와 백만년전 밀봉해둔 살구 콩포트 엊그제 딴거 퍽퍽 넣고 그래뇰라도 추가. 그래뇰라 좀 딱딱해서 아플 것 같지만. 


이번 주 내내 오전에 시간 없을 것 같아서 어제 도서관에 다녀왔다. 

일주일 사이에 벚꽃이 40% 정도 펴서 내가 사랑하는 내 도서관이 더 예뻐졌다. 

책 관련 예산들이 줄거나 아예 없어져 버리고 관련 뉴스들과 업계의 성토들을 보자니 마음이 갑갑하다. 


책을 읽지 않는/ 덜 읽게 되는 이유는 많지만, 나에게는 전자기기 (스마트폰, 패드 등)이 가장 크다. 유튜브, 숏츠, SNS 이런 것들이 가장 큰 이유이고, 다른 사람들도 비슷할거라고 생각한다. 주6일 일할 때 책 더 많이 읽었어. 그 때라고 뭐 마음의 여유가 더 있었을까. 근무 시간도 더 많았고. 


어제 본 글 중 도서관도 공짜가 아니라는 글이 생각나서 짜증이 난다. 

그 전에는 책 읽는 것이 사치라는 글을 봤다. 


사실 많이 해오던 이야기이고, 나도 왠지 동조하지 않으면 다양한 사회계층을 무시하는 언피씨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아 그렇지 그렇지 해왔던 이야기이긴하다. 


독서는 돈 안드는 경제적 취미같지만 사치스럽다. 책을 구입하고, 집에 들이고, 보관하고, 정신을 오롯이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친구나 주변 지인에게 농담으로라도 책 좀 읽으라고 면박하지 않는다고 하는 편집자님. 


책을 사는 것도 부동산의 문제라는 이야기 많이 해왔고, 나도 딱히 동의하지 않지만 끄덕끄덕 하긴 했는데, 

그거 독서와는 상관 없는 일 아닌가요? 


책 읽는 것과 책을 '보관'하는건 다른 일이지. 책 제일 많이 읽는 사람이 책 읽기는 사실 사치스럽다고 하면 책 안 읽는 사람들도 응, 그렇지 그렇지 동의하더라고. 


채널 예스에 뜬 글 때문에 이런 이야기들이 나왔는데, 거기 김영하 작가가 책과 주거 환경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 인용되어 있다. "책은 일종의 땅값을 포함한다. 종이책을 산다는 것은 보관할 장소에 대한 대가도 지불해야 한다. (...) 종이책 보관이 난망한 장소가 전자책 읽기에 좋을 리도 없다." 


근데, 요즘 사람들이 다 저런 하나마나 말에 혹하지는 않더라고. 

전자책 그냥 아무대서나 읽어. 출근길 지하철에서도 읽는데 뭔 


혹은 


"자가용은 일종의 땅값을 포함한다." 

"가전제품은 일종의 땅값을 포함한다." 

"옷은 일종의 땅값을 포함한다." 

"식품은 일종의 땅값을 포함한다."

"몸은 일종의 땅값을 포함한다." 


라고. ㅎㅎ 


도서관이 공짜가 아니다.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기 때문에. 도서관까지 가는 시간과 거리도 돈이라서. 

라고 할꺼면, 도서관에 뭘 대입해도 다 공짜가 아니다. 


내가 왕복 60키로에 버스비 2,600원 x2 에 오전 한 나절을 투자해서 도서관에 다녀왔다고 해서 

도서관이 공짜가 아닌 것은 아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것은 공짜다! 내가 해 봄. 공짜 맞어. 


책 읽는게 사치가 아니고, 도서관이 공짜가 아니라서 저런 말들을 했을리 없다. 

그랬을리 없다는 것을 모르고 내가 불평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그렇게 그럴듯하게 말하는 것에 뭐 좋은 점이 있냐는거지. 


돈 받는거 아닌 이상 책 읽어라 마라 하지 않는데, 나는 잘 읽으면서 책 읽는게 이렇게 힘들어! 라는 얘기까지 하고 싶지 않다.

아니, 그럼 최소한 결론이 책 읽는게 사치고 부동산이고 어쩌고지만 책 읽는게 이렇게 좋다여야 하는데, 그냥 어쩌고다. 까지만 얘기하니깐. 


어제 본 기사 중에서는 사람들이 점점 책을 읽지 않게 되는 이유로 독서습관 이야기가 나왔고, 그에 따른 많은 정부 지원 프로그램과 도서관 지원 이야기들을 보면서, 사회적 접근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독서 교육을 포기하고, 잘라내는 사회가 되어가는 것 괜찮냐고. 내가 개인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은 뭔가 생각해보게 된다. 


내 사랑하는 도서관은 사시사철 예쁘고, 봄에는 봄이라서 예뻤다. 





우리 집 도서관을 지배하는 검은 고양이, 크와와앙 - 

책읽어라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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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3-27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트윗들 보고 약간 좀 의아했던 게 그 작가나, 그 편집자 님이 그렇게 말씀하는 배경에는 ‘나는 그런 사치를 누릴 만한 계급‘에 속한다는 것을 은연 중 과시하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 글이나 트윗 자체가 독서를 뽐뿌질 해주기보다는 오히려 사람들을 책에서 더 멀어지게 만드는 핑계를 하나 더 만들어주는 거 같기도 해서 ㅋㅋㅋㅋ 아리송했습니다.

하이드 2024-03-27 16:04   좋아요 0 | URL
책 읽는거로 사람 판단하면 안되지만 판단하게 되잖아요. 대놓고든 무의식적으로든. 근데, 그걸 감춰야 하다보니, 저렇게 삐끗하게 되는 경우 있는 것 같습니다. 책 많이 읽는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 같아요. 내가 그 함정에 빠지면 누구라도 꼭 얘기해주길 바라고요. ㅎㅎ

트위터의 저렇게 모든 계층의 모든 사정을 모두가 다 생각해야 하는 식의 이야기에 저도 오래 혹했었는데, 이제는 좀 걷어내고 보려고 의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