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돌보는 길냥이들이 있다. 

중성화도 부지런히 시키고, 아프면 보호소에 보내서 치료도 한다. 

난지 하루만에 버림 받은 새끼냥이 깜스를 삼년째 키우고 있기도 하다. 


작년 여름에 낚시줄을 목에 감고 와서 죽는구나 싶었던 삼색냥이가 살아났고, 밥도 곧잘 먹으러 왔다고 한다. 

근데, 이녀석이 이번에는 오른쪽 앞다리 뒷다리에 낚시줄을 걸고 왔다. 

이번에도 정말 죽는구나 싶었다. 보호소에서 뒷다리는 치료했는데, 앞다리는 괴사중이라고. 정형 치료까지는 안 해준다고 방사한다고 하는데, 애가 가기 전에도 상태 안 좋았는데, 보호소 있는 동안 바짝 마르고 죽을날만 기다리고 있는 얼굴이 되었다. 


이번에 알았는데, 제주에 보호소 연계 병원에서도, 고양이 전문 병원이란 곳에서도 정형은 안 하더라고. 

둘 다 좋은 병원이었고, 원장님들도 좋으신데, 그렇더라. 그래서 소개 받은 병원에서 애 상태 안 좋아서 마취나 할 수 있을까 싶은데 수술 바로 하고, 우리집으로 왔다. 중간에 이야기가 길었는데, 엄마가 거금 들여 다리 절단 수술 하고 이 주간 항생제도 먹여야 하고, 돌봐야 했고, 엄마는 삼 년 넘게 봤는데도 무서워서 만지지도 못하고. 뭐 그랬다. 집에 아빠도 있고. 엄마한테 작고 약한 동물 돌보는 것 다 운 쌓고, 덕 쌓는거라고 얘기해줬다. 돈 한 푼 안 보태면서, 옆에서 고양이 챙기는 것도 밉고 싫어서 못된 심보 부리며 늙어가며 가족들한테 미움이나 받는 말년. 여튼 얘기가 길었다. 나도 지금 노년묘들 돌보고 있어서 하루에 약 챙기는 것만 매일 .. 여튼 긴 이야기이고 


이 주 후에 집 앞에 다시 내놓기로 하긴 했는데, 데리고 있는 동안 혹시나 있을 묘연 있으면 찾아주는 것까지는 내가 할 수 있지 싶어 트위터에도 올리고, 서재에도 올려본다. 


세살 중성화된 여아이다. 오른쪽 앞다리 절단 수술했고, 다행히 뒷다리는 치료되었다. 

아주 귀엽다. 집에 무채색 애들만 있어서 삼색냥이 너무 따뜻하고 예쁘다. 냥냥 소리도 예쁘다. (걸걸한 아이들도 있다.) 베란다에 격리중. 에스워머로 안 되어서 난로 틀었다 껐다 하고 있다. 화장실도 잘 가고, 밥도 물도 잘 먹는다. 

첫 날 밤에 하악질 한 번 하고 냥냥펀치 한 번 한거 외에 입 벌려서 약 넣어도 발톱 깎아도 입질을 한 번 안해서 신기하다. 우리 집 냥이들은 좋아도, 싫어도 물고 보는 애들이라 입 꾹 다물어도 안 물어. 고양이는 물어도 되는데~ 착해. 나오고 싶어서 냥냥해도 못 나오게 하니깐 그냥 쳐다만 보고 안 나온다. 세 발로 균형 잡는거 익숙해져야 하는데, 지금 칼라까지 하고 힘들다 힘들어. 그래도 매일 나아지는거니깐 괜찮아. 


밥 주는 아이 중에 다리 세 개인 아이가 있다. 길냥이인데 세 다리로 잘 먹고 잘 살고 영역 싸움도 한다. 근데, 알고 보니 다리가 두 개였어? 나중에 보니 두 개인 아이도 있고 세 개인 아이도 있다. 비슷하게 생김. 그러니 양이도 살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귀여운 아기냥이나 품종냥이들도 입양 안 되고 맨날 올라오는 거 보는데, 다리 세 개인 아이가 입양갈 수 있을까? 평행 세계의 내가 말로 리처 코비 어리면 데려올 생각했을 것 같다. 안 착 하고, 안 예뻐도 되고, 물고, 울어도 되는데. 


여튼, 이 주만 봐주기로 하고 지난 금요일 수술하고 바로 데려왔다. 묘연 느껴지는 사람 어디 있을까 싶어 양이 글 올려본다. 



보호소에서 데려와서 엄마 집에서 하루 재웠을 때. 지난 목요일. 사진이다. 

상태 너무 안 좋았다고. 애가 죽을 날 기다리는 표정으로 눈물 줄줄 흘리고. 

금요일에 수술하고 우리집에 왔을 때도 며칠 굶은 상태라 꼭 먹여야 한다고 해서 숟가락 입에 대줘도 그냥 그대로 얼굴 밀리는 상태여서 안돼~~~ 니 죽으라고 울 엄마가 백만원 수술해준거 아이다. 세시간 간격으로 강급이라도 하려고 했는데, 새벽 1시 경에 좀 먹었다. 




다음날, 꼬리 너구리 꼬리 귀여워. 

표정 좀 풀림 


첫 날까지는 장갑 끼고 숟가락 들이밀다가 조금 만지니 좋아하길래 둘째날부터 장갑 벗었다. 



밖에 궁금해? 얼른  칼라 떼고 세 다리로 깡총깡총 뛸 날이 기대되는데, 베란다 쫍아서 걷기 연습을 못하는게 아쉽. 




넷째날인 오늘,

언니 좋아, 너무 좋아, 사람 좋아 양이. 분홍코도 너무 예쁘다. 

험난한 길생활 하며 사람이 함부로 버린 낚시줄에 두 번이나 죽을 고비 넘긴 장하고 운 좋은 럭키 냥이. 


아래 링크 들어가면 동영상도 볼 수 있습니다. 귀엽고, 예뻐요. 

https://x.com/misshide08/status/1763865477376565467?s=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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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4-03-13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 정말 하이드님과 어머님 덕 쌓으셨네요. 낚싯줄에 걸려 크게 다치는 아이들이 많다니 참 속상한 일이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