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하게 하려면 B라고 말하라 - 아이 마음을 움직이는 말의 원칙
이와시타 오사무 지음, 이선아 옮김 / 양철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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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교사인 이와시타 오사무의 'A하게 하려면 B라고 말하라' 는 아이들에게 지시하는 화법의 전환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아이들에게 지시하는 화법이지만, 어른들에게도 통하고, 발화자 역시 머리를 많이 써야 한다는 점에서 발화자와 청자를 모두 지적으로 만드는 소통법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캠핑이 끝나고, 아이들에게 냄비를 씻게 하기 위해 "더 깨끗이 씻어야지." "더 빨리 씻어." "더 열심히 해봐, 이제 시간이 없어' 

냄비를 한 번도 닦아본 적 없는 초등학교 1학년과 2학년들의 냄비 설거지는 더디기만 하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냄비를 박박 닦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도록 씻어볼래?" 


초등학교 1,2학년 아이들이 모여 설거지를 하는 장면을 상상할 수 있다면, 그 전에 얼마나 진도가 안 나갔을지, 그리고, 저자의 말에 아이들이 얼마나 열심히 냄비를 박박 씻었을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B를 말하는 요령을 알려주는 책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B를 말함으로써 듣는 사람이 지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우리는 아이일 때뿐만 아니라 평생을 가르치고, 배우는 존재이다. 지적으로 생각하고 배울 수 있는 질문과 지시를 하는 것은 중요하다. 


아이들은 '소리' 에 집중한다. '소리가 선생님에게 닿는' 것을 염두에 두고 박박 씻게 된다. 

그렇게 냄비를 씻는 것에 몰두하게 된다. 

 

아이들에게 지시하는 것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광고 카피 문구 역시 'A하게 하려면 B'의 원칙에 따라 만들어진다고 한다. 

일본 광고 중에 "한 알 300미터" 라는 광고가 있다. 일본의 유명 과자 브랜드인 그리코 캐러멜 광고 문구라고 한다. 한 알을 먹으면 300미터를 달릴 수 있는 에너지를 섭취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소리' 뿐만 아니라 '숫자' 또한 집중과 몰두를 가져온다. 

사토 노부오의 <레토릭 인식>이라는 책이 소개된다. 


1) 'A하게 하려면 B'의 방법은 전통적인 레토릭 기법의 핵심을 딱 한마디로 표현한 것이다. 

2) 레토릭이 '발견적 인식'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주장은 'A하게 하려면 B'로 '아이들을 지적으로 만든다'는 주장과 공통점을 갖는다. 

3) '발견적 인식'을 창조하기 위해 '레토릭'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사토 씨의 주장은 '교육 기술'을 생각할 때 참고가 된다. '발견적 인식'의 창조를 목적으로 교육 기술을 축적하고 분석해야 한다. 


우리는 저자와 함께 합숙 모임에 참가해 자신을 소개한 사람처럼  A하게 하려면 AA 하는 것이 보통이다. 

B의 말이 효과 있다는 것은 알겠지만, B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 안에는 B를 찾기 위해 필요한 놀라운 사례들이 많이 나온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은 아이들을 지적으로 움직이도록 하기 위해서" 이다. 저자가 이야기한 그러한 질문, B를 찾다보면, 저자가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 질문을 찾는 이도 머리를 많이 쓰는 지적활동을 해야만 할 것이다. 


A하게 하려면 B라고 하는 것은 위의 '지적활동을 끌어내는 것'을 꼭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돌려 말하는 것이나 듣는 이를 휘둘리게 만들거나 하는 비대칭적 소통을 가져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바를 잘 익히려고 노력한다면, 더 효과적이고 지적인 소통과 교육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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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3-04-23 2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찌 보면 돌려말하기 일까요?

하이드 2023-04-23 22:35   좋아요 0 | URL
저도 그 생각했어요. 돌려 말하기나 조삼모사 같은 것. 근데 책에서 이야기하는건 좀 더 정교해요. 화자의 지적활동을 자극하는 지시라는 것이 돌려말하기와는 다른 의도입니다. 읽으면서 약간 애들 속이는 기분 ㅎㅎ 하지만 지적 활동 자극! 이거가 중요하더라고요. 리뷰에는 다 안 썼지만 와닿는 법칙들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