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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 2 ㅣ 밀리언셀러 클럽 65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5월
평점 :
"나는 목에서 손이 튀어나올만큼 돈이 필요해. 너와 함께라면 지옥까지 가겠어."
종점은 지옥인가. 마사코는 흐려진 앞유리에 시선을 향했다. 하염없이 내리는 비 너머에는 앞차의 어렴풋한 미등 불빛 말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나는 분명 기리노 나쓰오란 작가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녀의 이야기에서 '혐오'를 느꼈으나, 이 작품을 힘겹게 읽어낸 후 '찬탄'이라는 감정이 더해졌다. 토막살인이라는 소재를 이렇게 풀 수 있다니. 무섭다. 결코 흔하지 않고, 결코 평범하지 않다. 이 책과 같은 책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을 것이다.
평범하게 힘겹게 살아내고 있던 네 여자는 그 중 가장 연약하고 아름답게 보이던 한 여자의 살인에 연관되게 된다. 등장인물 누구 하나 행복한 자 없다. 아니, 행복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항상 불행하지만은 않으면 좋으련만. 가장 미련하고, 가장 먼저 아웃되는 허영의 노예가 된 구니코만이 물질로써 한정된 시간 행복하다고 착각할 뿐이다.
네 여자와 얽히게 되는 남자들. 폭주족 출신의 겉모습 번지르르한 채권업자 주니몬, 야쿠자 출신에 그 속에 한 없는 어둠을 간직한 남자 사다케, 그리고, 도시락 공장의 네 여자와 같은 도시락 공장 야간반에 일하는 브라질 혼혈 가즈오.
이야기는 철저하게 네 여자 중심이지만, 그 주변의 세 남자 또한 흥미롭다.
어둠만이 가득한 세상에 유일한 빛처럼 보이는 가즈오. 브라질에서 온 이국적 외모의 순수한 마음의 그는 그래서 더욱 이 세상의 것 같지 않다. 지도속에서나 본 '브라질'이라는 이국의 느낌만큼이나 이 소설 속에서도 동떨어진 존재로 보인다. 유일한 동아줄.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
결론은 '자유'라는건 꽤나 무책임하지만, 그래도, 그것으로 좋다. 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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