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서른하나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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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서른하나' 라는 제목부터 불순하다. 서른하나가 뭐!! 서른,서른하나, 그리고 스물아홉까지 좀 가만좀 놔두지. 그나이때 여자가 봉이냐, 남자 얘기는 없고 맨 여자 얘기만. 투덜거리면서 이 책을 샀다...는건 아니고, 1+1 주기에 못 이기는 척 샀다. (여전히 제목은 꺼내놓고 보기에 민망하다)

서른하나 여자가 나오는 서른한가지 이야기라는 것도 체하기 십상이다. 이야기가 너무 많다구-

처음 몇편을 읽을때까지만해도 삐딱하게 보았음을 인정. 하지만, 다섯장 미만의 짧은 이야기들을 휙휙 넘기고 있다보니, 뭔가 낯익은.. 그래, 이건 예전에 주간지나 월간지나 신문에서 보던 '꽁트'다. 지금처럼 읽기 전 나의 독서사중 어느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잊고 있었던 작은 부분 중 하나. 이 책은 나에게 '꽁트' 의 느낌을 연상시킨다. 단편소설. 이라기는 뭐하고, 생활의 어느 한 장면을 슬쩍 보여주는 이야기들을 모은 책이다.

각 이야기의 화자는 남자이기도 하고, 여자이기도 한데, '서른 하나' 먹은 여자가 나온다는 공통점이 있다.
완결된 이야기도, 압축된 이야기도 아니지만, 슬쩍 보는 것만으로 마음 한 쪽 뜨끈해지는, 혹은 위안 얻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술꾼인 나에게 와닿는 이야기 '술'
시아버지는 그날 처음 진지한 표정으로 정종의 온도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차가운 정종에는 눈처럼 차가운 것, 꽃처럼 차가운 것, 바람처럼 차가운 것이 있고, 따뜻한 정종에는 양지처럼 따뜻한 것, 사람 체온처럼 따뜻한 것, 미지근한 것, 적당히 따뜻한 것, 뜨거운 것, 아주 뜨거운 것 등이 있다고 한다. 151pg
시음잔을 좌악- 늘어놓고 마셔보고 싶다. 크으-

이번주 내내 휴가 내고 딩굴거리는 지금 와닿는 '목욕탕'
오후에 몽롱한 머리로 일어나 잠옷 차림으로 베란다에 나갔다. 따뜻한 햇살 속에서 우유를 마셨더니 별안간 몸속에서 악귀가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조용하고 분명한 해방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265pg
악귀야 물러가라!

이 책을 읽는데, 굳이 서른하나일 필요 없고, 여자일 필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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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07-02-05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재미있게 읽었어요. 서른하나는 옛날에 넘겼지만 호호 ^^

하이드 2007-02-06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술 넘어가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