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치 세 토막을 구워놓고 사이좋게 점심을 먹던 아빠와 수민,

한 토막씩 먹은 후 남은 한 토막을 젓가락으로 집어 제 앞으로 가져가자

(가시를 발라줄 요량으로) 수민아, 이건 아빠거야.

(되집어와서 가시를 발라내는 사이 수민 눈가가 벌개지며 촉촉히 젖는다)

(한 조각 숟가락 위에 올려놓아도 아랑곳 않고) 이층에 올라가서 이불 덮을거야, 으흐흑~.

(다다다다 달려올라와 개어놓은 이불 위에 몸을 던진다.) 으흑, 으흑...

(자는 동생 주위를 어정거리는 파리 잡던 엄마) 우리 수민이 무슨 일이야. 이리 와 봐.

(엄마 품에 안겨 흐느낀다. 곧이어 아빠 등장) 아빠가 장난친거잖아.( 다독이며 안고 내려간다.)

일 분 후 파리소탕작전을 끝내고 1층에 내려간 엄마는

더 없이 즐거운 표정으로 해해거리며 밥을 먹는 딸과

갈치살 발라내느라 접시에 코를 박고

아빠가 장난친거잖아를 되풀이 외치고 있는 부녀를 볼 수 있었다.

 

백숙 - 통째로 큰 접시에 담아오라는 분부에 따라 가져가면

할아버지가 그러시더라는 설명과 함께 닭다리 하나 두 손으로 꼭 잡고

관절부위 연골까지  (살은 대충 미리 발라낸다.) 뜯어먹고 쪽쪽 핥아 먹는다.

그래도 아쉬워서 날개 뼈 한 쪽을 더 핥는다.

그러면서 개들이 좋아하는 그 뼈다귀라는 설명을 곁들인다.

 

수박 - 아랫마을에서 먹던 모양으로 잘라오라고 한다.

줄줄 흘리지 말라고 작은 정육면체 모양으로 잘라 접시에 담아내면

포크는 싫고  이우시개(이쑤시개)로 찍어 먹겠다던 시절은 지났다.

수박 물이 온 입가, 턱, 가슴께까지 흘러내려도 오른 손에 먹던 수박 조각을 들고

마지막 한 쪽 남은 수박은 왼손으로 사수한다.

 

포도 - 수박은 씨도 먹고 포도는 껍질째 먹는다.

몇 알갱이만 남게 되면 다른 사람 못 먹게 가지째로 들고 가서 입으로 떼내어 먹는다.

 

배나 사과 - 일단 조각내고 남은 기둥(씨앗이 들어있는) 부분을 먼저 뼈다귀 핥듯 먹고나서

다른 조각들을 먹는다.  할아버지 방에서 마주 앉아 먹다가 얼마남지 않았다고 생각되면

접시를 들고 거실로 나온다.

 

회 - 마지막 한 점은 수민이를 위해서 양보하는 것이 함께 식사하는 사람들이 지켜야 할 예의다.

 

상처나서 아프거나 마음 상한 일이 있거나 졸라대는 일이 있을 때도

먹을 것으로 환기시키면 대충 그냥 넘어가는 수민,

위장에 쌓인 열이 팔꿈치 안쪽과 오금, 손등에 열꽃을 피우고

밤에는 코피로 터져나올 때가 있어서 걱정이다.

누군가 함께 놀아주는 사람이 있을 때는 관식(간식)타령이 많이 줄어드는데...

 

아이에게는 이런 것이 산골살이의 외로움과 애환이라고 해야 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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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여기 2006-08-08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못말리는 산골소녀군요.사진에서는 그렇게 보이지 않던데.

미설 2006-08-09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들때는 다들 그러지 않나?(라고 위로해봄^^ 좀 더 크니까 많이 달라지더라..)

지금여기 2006-08-10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 거나, 특히 과일 잘 먹는 수민이 진짜 이쁘네요. 먹는 것에 욕심도 좀 있고, 좋은 현상입니다.(아일랜드맘)

hsh2886 2006-08-12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피.....
저번에 놀러갔을때 고기 많이먹고
한번 터져서 옷에 얼룩이 생겼었죠?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