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부터 봄비라고 하기엔 너무 무지막지하게 주룩주룩 비가 내린다. 

지난 며칠은` 낮기온이 20도가 넘는 따뜻한 봄날이더니  

이제 비 너머로 떠나가는 함박눈이 보이는 듯 하다. 

나무는 봄 채비하느라 부지런히 물을 길어올린 탓에 얼마동안 고로쇠 물이 많이 났는데 

그만 이렇게 따뜻해져버려서 이제 다음 해를 기약해야 할 모양이다. 

둘째도 몸으로 봄을 느꼈는지 내복 바람으로 또 걸어서 30분쯤 걸리는 나라네까지 내려갔다. 

고로쇠물 받느라 자동차도 제법 오르내리고, 아직 수렵기간이어서 사냥꾼들도 다닌다는데  

아랫마을이랑 고개 너머랑 뛰어다니며 찾다못해 할아버지가 차를 몰고 내려가셨다. 

엄마 손 잡고 계속 따라 뛰던 누나는 영영 동생을 찾지 못하면 어떡하느냐고 걱정을 했다. 

다행히 할아버지를 만난 둘째는 자동차도 타지 않고 발길을 집 쪽으로 돌려 올라가더라고 한다. 

할아버지가 좋은 말로 타일러 태우고 돌아오시면서 꾸중을 하시니까 

고개를 수그리고 듣고 있더란다. 

마당에서 놀던 녀석을 가끔 창문으로 내다보면서 빨래를 널다가  

제법 무거운 2층 유리문을 열어젖히고 할머니댁으로 통하는 계단을 기다가 걷다가 하는 막내를 

붙잡아 오고 

이 녀석 그걸 어떻게 열었나 신통하네 형도 거기서 넘어져서 이마를 세 바늘 꿰맨 것이 엊그제인데  

어쩌구 하는 사이에 누나 말처럼 둘째는 갑자기 사라졌다. 

날씨는 따뜻해지고 마당에서 놀기도 좋은데 집안 출입문은 다시 완전히 잠겼다. 

그나마 마음대로 다니던 외갓댁과 마당도 이젠 안녕이다. 

엄마가 세 아이 챙겨서 손 붙잡고 산책나서기 전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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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10-02-26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 아이 챙겨서 산책하시려면 풍경을 둘러볼 겨를도 없으시겠어요. ^^ 전 아이가 걸음마를 시작했는데도 넘어질까봐 조심스러워서 자꾸 안게되더군요. 따뜻한 봄에는 넘어지더라도 걸음마 연습좀 제대로 시켜보려구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