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텔레비젼 켜는 시늉 좀 해 봐.  리모콘을 누르는 척 해! 

    (종이 두 장을 들고 엎드려 숨는다.) 

    - 틱,틱. 

- (고개를 번쩍 들고 일어나 앉으며 종이를 들고 읽는다.) 

     오늘 날씨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날씨는 햇빗이쨍쨍  

     내리치고있으며곳곳에바람이   

     쪼금씩불것입니다. 

 

     곳곳에신종플루가전염 

     되고있다고합니다. 

     아이들도유치원에 

     못가고있다고합니다 

     오늘 저녁 아홉 시 뉴스에서 뵙겠습니다.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커서 아나운서가 되려면 미리 연습을 좀 해야지, 안 그래? 

꼭 아나운서가 되고 말거야!!! 

 

가수, 축구선수, 야구선수, 요리사, 헤어디자이너,탕약 달이는 사람, 마지못해 한의사 등을 거쳐 

오늘은 아나운서가 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기상캐스터와 앵커가 합동으로 뉴스 예고편을 내보내는 상황인가?ㅋ 

질문을 받을 때는 영문을 몰랐는데  

이 예고편을 완성하기 위해서  사전에 간단한 취재활동까지 했다.

 

- 엄마, 그 감기 이름이 신종 인플루엔자야? 

     - 신종 플루라고들 하더라. 줄여서 말하는 건가? 

- 그럼 이웃나라로 막 퍼지는 걸 뭐라고 해? 

     - 전염말이야?

 

개학이라 마땅히 유치원에 갔어야 하지만 

아이 셋 다 예방접종을 전혀 하지 않은데다 이제 10개월 된 막내까지 있으니 

일단 며칠 지켜보자는 아빠의 신중론 탓에 이번 주엔 집에서 놀기로 했다. 

미니에게 직접 이런 사정을 얘기한 것은 아니지만  

엄마 아빠 대화랑 선생님께 전화드리는 것을 옆에서 듣고 상황을 알고 있었나보다.  

 

아빠는 이 이야기를 전해 듣고 꿈이 많으니 좋다고 하셨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뭔가 아주 강렬하게 하고 싶은 것이 없는 엄마는 

딸이 이렇게 여러가지 일에 관심을 갖고 있고 

그래서 또 하고 싶은 일이 아주 많아서 더 좋고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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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9-09-02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부터 스스로 연습하고 노력하고! 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