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을 향해서 자면 가난해진다 하고 북향도 꺼리는 것인데다

방의 남쪽이 동쪽보다 길이가 짧은 탓에 방문이 동쪽으로 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향으로 자는 날이 많다.

어제도 아빠는 동쪽으로 머리를 두고 일찍 잠이 드셨고

자정이 가까워오자 수민이도 졸리는지 맘에 드는 베개, 이불 챙겨서 잠자리에 누웠다.

그런데 아빠와 나란히 자야 엄마랑 동생이 끼어들 자리도 생기는데

북쪽에 머리를 두고 아빠와 <ㅗ>자를 이루며 공간을 도막내고 있어서

안아서 돌려 눕혀주려 했더니 완강히 거절하며 고집을 피운다.

짐짓 겁을 주려고 과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 죽은 사람들만 북쪽으로 눕는 거래!

- 그래도 북쪽으로 잘 거야!!! 북쪽으로 잔다고 살아있는 사람이 죽는 건 아니잖아, 그치?

- 글쎄, 그런 잘 모르겠는데...

- (느긋하고 천연덕스런 표정으로) 그럼 한 번 자 보면 알겠지!

이렇게 뜻을 굽히지 않는 것이다.

도대체 왜 북쪽으로 자고 싶은지 계속 캐물었으나 <그냥>이라고만 한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속셈은 동향으로 누운 엄마 배 위에 직각으로 다리를 올려놓고 자고 싶은 것이었다.

기껏 엄마 배 위에 다리 올려놓고 자는 일에 목숨을 한 번 걸어본다는 식이니 웃지 않을 수 없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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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12-11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귀엽네요~~~~ 그런 고집이 아이의 삶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여 큰 일을 해냅니다!
잘 키우셔용~~~ ^^

조선인 2007-12-12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하핫 정말 귀여워요.

2007-12-21 16:1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