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가 책이랑 옷을 보내시면서 해빛나 언니가 쓰던 초대형 물감과 크레파스를 함께 보냈다.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하길래 옆에 있던 달력 뒷면에 그리라고 해놓고

태민이 기저귀 갈고 세수시켜 연고 바르고 이런저런 일을 하고 있으려니 다 그렸다며 가져왔다.



그런데 이틀 전만 해도 두족인의 형상에 가까운 낙서 수준의 그림을 보여준 수민이가

나름대로 완벽한(?) 화면구성과 색채를 보여주는 한 폭의 풍경화를 눈 앞에 내놓는 것이 아닌가!





빨간 튤립 세 송이와 노란 꽃 두 개 해님과 구름이란다.

튤립에는 초록 잎사귀도 두어개, 바닥에는 갈색 흙이 조금 깔려있고 하늘도 파란색으로 칠해져있었다.



깜짝 놀란 엄마는 칭찬해주느라 입에 침이 마를 지경이었다.

엄마의 칭찬을 받자 의욕이 넘치는지 사람도 그리겠다고 다시 가지고 갔다.

이번에는 어떻게 하는지 옆에서 지켜보았다.

처음에 <얼굴피부색>으로 윤곽을 그리니 잘 안보여서 안되겠다면서 분홍색으로 스케치를 하고

<몸통>을 그리고 다리를 그리고 윤곽선 안쪽을 차근차근 색칠을 해나갔다.

그런데 조카들이 어릴 때 그랬던 것처럼

화폭을 90도 각도로 꺾어 놓고 가로 방향에 앉아서 세로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다리는 옆으로 두 줄 긋고 오른쪽 끝에 동그라미를 그리는 식이다.



물론 <수민이의 모습>을 가장 먼저 그리고 엄마를 그려준다.

팔을 그리지 않았길래 엄마는 팔이 있느냐고 둘러 물었더니

- 수민이 팔을 안그렸네!

하면서 자기 팔을 먼저 그리고 엄마 팔도 그려주었다.

하지만 마지막 인물의 팔은 또 잊어버리고 안 그렸다.^^

아빠도 그려야겠다면서 엄마와 자기 사이에 멋진 얼굴을 그려주겠다고 열심이더니 마침내 ...



- (계면쩍게 웃으며) 아빠가 아래로 좀 내려갔어.

- 괜찮아, 참 잘 그렸다. 그런데 우리 가족을 모두 다 그린 것은 아니네!

- 음-, 아빠는 출근하셨고 이건 태민이야.  우리 셋이 산책가는거야!

이렇게해서 아마도 유치원 언니가 늘 그려보여주는 전형적인 그림일 듯 한 것이 완성되었다.

유치원에 다닌지 이제 5주,

모방과 경험의 힘이란 놀라운 것 같다.

견본이 아마도 머리 속에 있었겠지만 혼자서 이만큼 흉내내었다는 것이 기특해서 흥분한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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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h2886 2007-04-09 0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유치원을 다니니 확실히 달라지는군요

미설 2007-04-09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찍어서 좀 보여주지~
역시 유치원에 보내니 이런 면에선 빨리 달라지지? 알도는 그래도 한참 멀었네^^

miony 2007-04-10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민이 한참 먼 것과 같은거지 뭐. 동갑인 하은이는 그림도 잘 그리고 글자도 안다고 수민이가 늘 부러워한다. 오늘 드디어 그림 올렸음, 헉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