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인숙 선생님의 어린이 양성 평등 이야기 어린이 인문교양 10
권인숙 지음, 민재회 그림 / 청년사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결혼 후 10년 이상의 공백을 깨고 난 다시금 나의 직업을 가졌다.  그래서 이제 초등6학년, 4학년이 되는 두 딸은 엄마의 일을 나눠서 하며 도와주고 있다. 남편도 아침에는 방을 청소하고 모두 함께 상을 차리는 일을 도와준다. 저녁에도 방을 청소하고 이부자리 준비를 하는 것은 남편 몫이 되었다.  금요일 아이들이 한블록 지나 있는 할머니집으로 주말을 보내러가면 남편과 난 둘만의 신혼인 듯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함께 하드웨어 리뷰를 위한 사진찍기와 조립을 하기도 하고 둘만의 외식을 하기도 하고 오랜만에 하는 직장생활에 남편은 자주 나의 어깨를 주물러 준다. 둘만의 식사시간에 많은 이야길 나눈다. 함께 영화를 볼 때면 연예인 이야길 나누고 책을 읽은 이야길 함께 나누기도 한다.  권인숙 선생님이 이야기하듯 알려주는 '어린이 양성 평등 이야기'책 속의 이야기도 나누면서 몇 여성정치인이나 아이들이 며칠전에 이야기 했던 "유관순 누나"가 떠올랐다.

책 속의 이야기처럼 나도 결혼 전에 "난 현모양처가 될꺼야." 하고 다짐했던 적이 있다.  딸을 둘 낳고 키우는 동안 직장생활을 하는 남편에게 한번도 육아를 도와달라고 한적이 없었다. 나의 두 딸은 정말 순하게 컸다. 투정도 한번 부리지 않고 울지도 않고 항상 웃으면서 커왔다.  아주 어려서도 밤낮이 바꿔서 울던적도 없었고 자면서 배가 고파 칭얼댄적도 없었다. 그래서 늘 남편에게 육아를 부탁할 일이 없었고 남편도 그것을 안다. 그런 두 딸이 초등 고학년이 되었고 내가 읽은 책을 함께 읽고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다.  시댁이 한 동네에 있어서 제사때나 명절이면 흔히 말하던 '명절증후군'도 겪어봤고  5년전 겨울에는 제사음식을 혼자 하고 있다가 천식발작으로 생사를 오간적이 있었다.  남편은 차남이지만 아주버님께서 서울에 살기에 명절에만 내려와서 내가 할 일은 항상 많았다. 내 생일날도 시조부 제삿날이라 어머님은 남편과 함께 저녁에 외식하고 놀다가 오라고 보내시곤하셨다. 그래서 나의 스트레스는 가끔 풀어지곤했다.

책 속에도 '명절증후군'이야기가 나온다. 남자가 남자다워야하고 여자가 여자다워야한다는 우리 나라의 사람들의 생각들이 조금은 바뀌어야한다고 알려준다. 남자가 여자를 도와주고 여자가 남자일을 도와주며 그렇게 서로 돕는 사회를 생각한 것이 작가의 의도였다. 초등1학년에 입학을 하면 '우리들은 일학년'이란 교재로 처음 공부를 시작한다. 그곳에는 종이로 그려진 여자 남자 아이들에게 스티커로 옷을 입히는 것을 해보는 것이 있다. 곧 1학년 1학기가 되고는 집에 있는 인형을 가져와서 옷입히기를 하고 소꼽놀이를 가져와서 함께 놀이를 하기도 한다. 그런때는 남자도 여자인형을 가지고 수업을 하는데 이 또한 양성 평등의 한 예가 된다고 생각한다.

신사임당은 현모양처는 아니였다고 했다. 친정집에서 친정부모를 모시고 자신의 예술활동을 해온, 여러 예술에 소질이 있는 여자였다고 한다.  여러 어머니가 생각났다. 한석봉의 어머니, 구문몽의 저자 김만중의 어머니, 나무를 사랑하는 문국현씨의 어머니가 떠올랐고 외국 연예인 부부가 아이들을 입양하는 소식과 우리나라 연예인부부의 아이들 입양소식의 뉴스를 보면서 입양아이들의 엄마, 아빠인 그들이 고맙다는 생각을 했다. 입양기관의 보모일을 하는분들은 정말 큰일을 하는 분들이다. 처녀이면서 엄마가 되어 많은 아이들을 키우는 장한 어머니도 있지 않던가. 어머니로써의 역할을 얼마나 잘 하냐하는 가치 평가인 '모성 이데올로기'나 직장엄마들이 뭐든 다 잘 해낸다는 '수퍼우먼 콤플렉스'라는 단어를 떠올리면서 난 얼마전 뉴스로 접한 '헬레콥터맘'이 떠올랐다. 그러면서 또 '기러기 아빠'가 떠올랐고 '아빠가시고기'가 생각났다. 몇 년전 큰 딸은 "왜 여성 대통령은 없나요? 저는 대통령이 되고 싶어요."했었다. 작년 그 다짐이 "엄마 우리반 남자아이들 대부분이 의사가 되어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해요. 저는 판검사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나뿐사람 야단칠거예요." 했다. 둘째는 이쁜 목소리로 "아나운서가 될거야" 했다. 아나운서의 꿈은 초등1학년부터였다. 남자처럼 축구를 하고 씩씩하게 지내는 여자 이야기가 나올 때, 내 어릴적 모습이 떠올랐다. 나의 초등시절에는 여자는 학급회장이 될 수 없었다. 투표로 많은 표를 얻었어도 부회장만 해야했던 나는 친구가 항상 많았고 남자들과 축구도하고 야구도 하면서 "섬머스마"라는 별명을 듣기도 했었다.

중국에는 아주 옛날에 발이 작은 여자들이 이쁘다고 발이 크지 않게 작은 신발을 신겼다고 한다. 지금도 미지의 나라에는 목에 링을 많이 끼워서 이상한 모습을 하는데도 이쁜 모습이라고 한다. 또 어떤나라에는 혀바닥을 넙적하게 만들어서 항상 입이 벌어진 모습으로 흉칙했지만 그것이 미인이고 미남이라고 했다. 요즘은 어딜 가도 인형처럼 이쁜 여자나 남자들을 많이 본다. 방학이면 성형외과가 문전성시를 이루고 귀에도 코에도 심지어 배꼽에도 고리를 달고 손가락 발가락에 반지를 끼우고 손목 발목에 팔찌와 발찌를 한다. 내가 클 때와는 정말 다른 문화이고 저마다 개성도 뚜렷하다. 이른 사춘기를 맞이하는 아이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이해하고 동등한 눈높이로 바라보고 대화하려고 한다. 앞으로 많은 자신만의 비밀을 간지하고 열쇠로 열어보는 비밀일기장을 가지고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가지려는 아이들을 보게 될 가까운 미래가 조금은 두렵고 때론 설레인다. 엄마로써 겪는 새로운 시간이 되겠지만 남편도 나에게 아이들에게 어떻게 해줘야할지를 의논하곤 한다. 난 아이들을 믿는 마음으로 일 년 전에 두 딸 모두에게 휴대폰을 구입해줬다. 혼자만의 비밀보다 엄마, 아빠에게 많은 이야길 나눠줄 수 있길 기대하면서 사춘기의 두 딸들의 또다른 모습을 그려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