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제목은 여러 에피소드 중에 하나의 소제목이었다. 작가는 결혼을 하려던 여인과 헤어진 것을 책을 다 읽고 작가 후기에서 읽어볼 수 있었다. 작가는 나와 같은 대구가 고향이다. 8편의 단편글이 모여진 이 책에서 책 뒷 표지에 있는 글을 읽을 즈음에 나도 주인공처럼 눈물이 났었다. [어느 노부부의 독백]에서는 직장생활에서 우연히 거래처로 만난 두 연인이 결혼을 해서 나이 들어 부인은 치매에 걸렸고 가끔 길을 잃기도 하고 남편을 몰라보기도 한다. 노인이 된 할머니는 어려서부터 눈썹이 없어서 엄마가 가짜 눈썹을 그려준 후 계속 눈썹을 그렸다고 한다. 그의 남편이 된 사람은 결혼 후 생활이 어려워지고 연탄을 나르는 일을 하던 때에 잘못하여 연탄위로 부인이 쓰려졌을 때 눈썹부분만 빼고 얼굴을 닦아주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 남편이 부인의 눈썹이 가짜인지 모를리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노부부는 서로가 서로를 너무도 소중히 생각했고 마지막까지 함께하기를 소원한다고 했다. 내가 어릴 적에 친구의 아빠가 쓰러지시고 세상을 떠났을 때 친구의 엄마는 너무도 남편을 그리워하다가 몇 달 후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그때의 친구의 엄마 생각이 노부부의 모습 뒤를 따라 떠올랐다. [콩나물 시루]는 두 번째 글에서 나왔다. 눈이 안보이는 엄마를 둔 소희는 고등학생인 듯 하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비를 버는 소희는 2학년이 되면서 소희의 처지를 안 담임선생님이 소희의 첫 분기의 수업료를 내 주었다고 했다. 하지만 어렵게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을 얼마전 엄마가 다쳐서 병원비로 다 나가고 다시 어렵게 일을 해 보지만 다 헤어진 운동화도 새 신으로 못 사신는 처지가 안타까웠다. 엄마가 방 한 모퉁이에 콩나물 시루를 놓아두곤 키우고 있다. 소희의 수업료에 보탠다고 콩나물을 키웠다고 한다. 배급쌀을 받으려고 엄마가 소희 대신 길을 나섰다가 사고를 당하고 결국 세상을 떠나신다. 엄마의 유품들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장기기증 서약서'를 발견한 소희는 몇 년전에 소희와 엄마가 함께 사고 났을 때, 자신에게 눈을 기증하여 수술을 한 것이란다. 엄마 대신 소희가 콩나물 시루를 들고 콩나물을 키우기로 했다. 왜 어려운 소희에게 계속 불행만 생긴 것일까? 소희가 밝게 잘 자라면 좋겠다. [비]라는 내용은 이동통신사에 다니는 안내원의 이야길 올려두었다. 사랑은 그렇게 쉽게 시작되는 것도 아니고 쉽게 지워지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아마 새롭게 시작된 사랑을 잘 키워나갈 것 같다. [인연]은 음악을 좋아하는 여자와 음악을 좋아하는 남자가 음악회 티켓으로 인연이 되는 이야길 그려주었다. 티켓을 처음 구입했던 남자는 좋아했던 여자에게 보기좋게 차이고 한 장의 티켓을 버스정류장에 두고 간다. 그러다가 음반가게를 차리고 지나던 여자 한 사람을 보게되고 그 여자도 음악CD를 사러 자주 찾게되면서 서로가 사랑을 하게된다. 하지만 우연한 오해로 여자는 아파하고 버스정류장에서 티켓을 발견하고 버스를 탄다. 아마 음악회에서 둘이가 나란히 앉아서 다시 해우를 하겠지? 내 마음이 벌써 설레인다. [설날]은 고교 1학년 때 1학년 짱이 되어 3학년 짱에게 아이들에게 뜯어낸 돈을 바치던 주인공의 형은 고교 3학년으로 공부도 항상 일등하여 엄마가 자랑스러워하였다. 하지만 자신의 일을 말리던 형이 짱에게 맞아 죽고말았다. 결혼할 여자를 데리고 설날 고향으로 향하면서 추억을 떠올리던 그는 자신 때문에 죽은 형을 떠올리면서 엄마와 더 멀어진 것을 생각한다. 10년이 지났지만 작년 설날에도 엄마는 "너무 애쓰지 마라. 때가 되면 대문 밖으로 나가 널 기다릴 날도 안 있겠냐?" 하고 아들의 뒷모습에 말씀하셨다. 자가용으로 결혼할 여자인 소연이와 고속도로를 달려 엄마를 찾아가는 길에 지난 추억으로 맘 아파했다. 차가 사고로 더 운전을 할 수 없어서 견인차가 오고 결국 택시로 집 앞에 도착했을 때 멀리 엄마는 대문 앞에서 자신과 소연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의 사랑은 정말 다 같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멀리 하늘나라에 있는 친정아빠가 떠올랐다. 중고교 시절에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버스정류장에서 오트바이를 타고 와서 기다리던 아빠가 너무도 보고 싶었다. [해우]는 힘들 게 대학을 졸업해서 4년만에 겨우 얻은 직장이 부동산 사무실이었다. 주인공 남자와 우연히 만남이 있고 가끔 데이트를 했지만 남자의 청혼을 받아드리지 못하고 어디론가 떠나 버린 그녀를 찾다가 결국 다른 여자와 결혼하고 아이도 낳았다. 성당에 얼심히 다닌 아내가 수녀 한 분을 소개한다. 너무도 그 수녀가 좋다는 아내를 따라 성당에 갔고 그 수녀가 오래전 자신의 청혼을 받아드리지 않았던 여자임을 안다. 그 수녀는 그 후 눈이 실명하여 앞을 보지 못한다고 한다. 그 수녀를 보지 못하고 돌아서는 그 남자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다. 모두가 안타까움이 가득이었다. [봉구총각]은 말을 듣지 못하여 말을 하지 못하는 희지가 봉구의 소형트럭에 부딪쳤지만 큰 사고도 아니였다. 조금 부딪쳐 괜찮다고 하는 희지와 결혼을 하게된 봉구는 희지와 결혼식을 마치고 바다를 보러 가다가 잠시 다른 볼일을 보러 가다가 차사고로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그것도 모르고 희지는 남편이 된 봉구총각을 기다리는 모습으로 이야기는 끝이 나지만 해피엔딩이 아니라 봉구총각이 살아나길 간절히 바라던 나의 소망도 무너져 마음이 쓰렸다. [봄]은 초등학교 시절에 서울서 이사왔던 친구랑 지냈던 추억을 들려주었다. 그 친구가 나중에 자신을 찾아왔고 자신은 디스크로 고향에서 엄마와 함께 지내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친구인 준호는 용수 자신을 잘 이해해주었고 선생님이 오해로 자신을 벌할 때도 선생님이 잘못한 것이라고 말하다가 도리어 자신이 선생님께 맞는다. 새로운 선생님에게 그 이야길 전하고 그 새로운 선생님은 지난 학년의 담임선생님에게 항의를 했다. 그런일을 잊지 못하고 용수는 준호에게 지난일을 고맙다고 말한다. 준호는 용수에게 큰 돈을 주고 간다. 나중에 준호소식을 친구들에게 듣게되지만 용수가 어렵게 지내는 것을 준호가 알고 이리저리 친구들에게 돈을 빌렸던 모양이다. 정말 진정한 친구였다. 준호같은 친구가 지금도 있을까? 이 책의 작가는 자신의 연인과 헤어진 마음을 해우에서는 수녀님으로 혹은 봉구총각에서는 희지같이 착한 여자로 만들지 않았을까? 혹 [인연]의 이야기속 음악을 좋아하는 여자처럼 생각한 것은 아닐까? 아마 작가를 떠난 그 여자가 이 책을 읽는다면 다시금 돌아올 것 같다. 꼭 작가가 사랑했던 여인을 다시 만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