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이 빛나는 순간 푸른도서관 60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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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나는 이금이 작가의 신작이다. 이금이 작가의 책을 여러권 읽으면서 느낀 것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쓴 소설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참 괜찮은 소설이라는 점이다. 어른들이 읽어도 깊은 울림을 받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라 가끔씩 챙겨보곤 했었다. 이번에는 선택이라는 주제로 내놓은 책이었는데 어른이 될 준비를 하고 있는 고등학생들이 자신의 선택으로 치르게 될 성장통은 어른들과 얼마나 다를 것인지, 그 선택으로 그들에게 어떤 길이 놓여 있을지 궁금했다.

 

두 주인공 지오와 석주의 시선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캐나다에서 살다 부모의 이혼과 아버지에 대한 미움으로 기숙학교인 태명고로 오게 된 지오.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었지만 유독 잘하지는 못해 어머니의 권유로 태명고에 입학하게 된 석주. 둘의 만남은 태명고 기숙사 205호실에서 시작된다. 서로 다른 기질로 어울리지는 못했지만 어느 날 우연히 함께 하게 된 일탈을 계기로 둘은 같은 기억을 공유하게 된다. 그 일탈이라는 것이 자전거여행을 하다 길을 헤매는 중에 만나게 된 아저씨와 그의 딸 은설의 집에서 하룻밤 묵었던 일이다.

 

각자 다른 시선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하나의 기억으로 돌아온다. 우연히 같은 기억을 공유한채 다른 인생을 살게 된 두 소년. 스물 셋의 지오와 석주가 같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줄 알았지만 결국엔 다른 기억과 감정들이었다. 아무리 같은 기억이라 해도 그 순간 느끼는 감정이 틀리듯이 기억이라고 똑같을 수는 없다. 그 기억으로 누군가는 인생 최대의 갈림길에 섰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아무것도 아닌 일상처럼 잊고 지냈을 수도 있다. 자신의 생각은 뒤로한채 늘 부모의 말에 동의하며 선택을 해왔던 석주와 혼자 고민하며 스스로 선택을 해왔던 지오가 다른 인생을 살게 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같은 기억이라고는 하지만 늘 다른 선택을 하며 지내왔던 지오와 석주이니까. 

 

스물 셋의 지오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 그 끝을 알려주진 않는다. 지오와 달리 석주는 많은 방황을 하고 흔들리다 한참을 돌아 결국엔 자신이 있을 자리를 찾아 온다. 지오는 그런 석주를 보며 자신이 앞으로 하게 될 선택에 큰 용기를 얻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인 나도 선택의 기로에서 늘 고민하고 망설이게 된다. 어떤 선택을 하든 후회가 없을 순 없겠지만 그 자리에서 있는 힘을 다해 최선을 다한다면 후회했던 마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충분히 만족한 선택이었음을 깨닫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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