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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다지 - 조선을 꿈꾸게 한 일곱 권의 책
오정은 지음 / 디아망 / 2013년 2월
평점 :

조선을 꿈꾸게 한 일곱권의 책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이다. 처음에는 부제 때문에 따분한 역사책인줄 알았다. 책소개를 보다 보니 처음에 했던 생각은 오해였고 로맨스가 섞인 역사소설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개인적으로 역사소설은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져 외면아닌 외면을 했었다. 하지만 <환다지>는 역사와 로맨스라는 조합을 판타지라는 양념으로 어떻게 버무렸을지 궁금해져 펼쳐 들었다.
시대적 배경은 병자호란이지만 허구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한 나라의 왕자이지만 왕좌와는 거리가 먼 휘운은 늘 일탈을 일삼으며 아버지인 의종의 미움을 사는 인물이다. 청국에 볼모로 끌려 간 명성세자가 조선으로 돌아오지만 휘운에게 뜻모를 유서를 남긴채 암살을 당한다. 유서를 전해준 설을 잡아두고 휘운은 명성세자의 암살 뒤에 <환다지>라는 의문의 책이 존재한다는걸 알게 된다. 휘운은 설과 함께 <환다지>의 행방을 쫓고, 그들은 알 수 없는 음모에 걷잡을 수 없이 휘말리게 된다.
조선 시대를 다룬 역사소설은 다 그런걸까? 모종의 거래와 음모가 등장하고 왕 몰래 권력을 꿈꾸는 배후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처음에는 뻔해 보이는 전개에 조금 실망도 했지만 쉴 틈 없이 벌어지는 여러 사건들은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그 시대 여러 가지의 이유로 인권을 유린 당하고 억압받던 사람들에게 <환다지>라는 책은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을 들끓게 만들었다. 여러 사건이 터지고 금서로 정해졌지만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만들던 도구가 책이라는 설정이 독특해 보였다. 물론 책만큼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하는 도구도 없겠지만 말이다.
역사적 사실과 허구의 등장 인물들이 교묘하게 섞어 판타지를 만들었다. 게다가 서스펜스와 로맨스까지 여러 장르가 이야기 속에 녹아있는데 어느 것 하나 거슬림 없이 술술 읽힌다. 하나가 과하면 하나가 모자르기 마련인데 적절하게 버무려짐이 과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다. 재미는 확실히 있다. 하지만 세밀한 감정표현의 부재는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좀 더 애틋하고 절절하게 그렸으면 그들이 꿈꾸던 새로운 세상과 설과 휘운의 사랑이 더 절실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뻔한 전개에 뻔한 결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비슷한 플롯의 이야기는 어디선가 본 것처럼 낯익기도 하다. 하지만 책 속에 등장한 여러 권의 <환다지>는 똑같을 수가 없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디에나 있지만 그 시절 설과 휘운의 이야기는 단 하나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