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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좋아 ㅣ 아기 그림책 나비잠
이성표 그림,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글 / 보림 / 2005년 1월
평점 :
내가 어릴 적에는 별이 도데체 무언지...어떻게 만들어지는지...하는 과학지식도 없었고 별이름이나 별자리에 관한 것 하나 몰라도 아무도 별을 특별하게 생각하지도 않았고 별에 대해 아주 신기하게 생각하지도 않았다.
해가 떨어지고 난 하늘에 일찌감치 서둘러 밝아오는 별들을 보며 어느새 벌써! 하는 다급한 마음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서두르곤 했었고
모기장 안에서 다섯남매가 키득거리며 놀다가 한 사람이 "어, 별똥별이다!" 외치면 "어디, 어디? 나는 못 봤어!" 호들갑을 떨어대곤 했다.
별이란 건 고개만 조금 들어도 하늘 가득 박혀 있는 그런 것..
아, 이쁘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야, 많다. 정말 몇개나 될까? 세어보고 싶기도 한 그런 것.....
요즘의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유치원에서 별에 대해 정말 많이, 정말 해박하게 배운다.
하지만 서울, 더러운 공기로 가득한 하늘 밑에 살고 있는 내 아들은 정작 별에 대해 살갑게 느끼지는 못한다. 수금지화목토천해명...내가 초등학교나 들어가서야 겨우 알았을 태양계의 행성에 대해 좔좔좔 외우면서도 금성, 샛별이 아직 어스름한 동쪽하늘에 반짝이는 그 기가 막힌 아름다움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의 [별이 좋아]를 읽으며 내내 가슴이 울컥 시려왔다.
나는 별이 좋아
노란별 초록별 파란별 빛나는별 먼별 가까운별.......
나는 별이 좋아... 라고 달콤한 말들을 속삭여주지만
내가 해줄수 있는 건 검정도화지 두어장 사다가 4등분으로 자른 뒤 스테플러 쿡쿡 찍어 만든 작은 소책자에다가 빨강노랑파랑 별스티커 붙여가며 놀아주는 것 뿐....
"나는 별이 좋아, 노란별" 노란 스티커 붙이고
"나는 별이 좋아, 파란별" 파란 스티커 붙이고
"나는 별이 좋아, 많은별" 스티커 왕창 붙이고
"나는 별이 좋아, 적은별" 스티커 쪼끔 붙이고
이렇게 밖에 해줄수가 없었다.
"와~~! 내 별책이다!" 외치며 좋아하는 아이를 보며 ''''나는 지금 당장 내가 해줄수 있는 방법으로 아이에게 별을 좋아하게 만들었다구'''' 자위할 수 밖에.
이 책을 읽어준 뒤 아이와 마당에 나가 평상이든 돗자리든 깔고서 그 위에 벌렁 누워 책 속의 그 아이처럼 별 속에서 마음껏 춤추고 노닐게 할 수만 있다면....
"엄마, 나는 별이 정말 좋아!" 라는 내 아이의 외침을 들을 수만 있다면 참 행복하겠다.
그 말에 행복에 겨워 "엄마는 네 눈속에 담긴 별이 제일 좋아"라고 으스러지게 안아줄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서울을 떠날 수 없음을 한탄해야 하는 것일까?
가끔씩 여행을 가서나 만나는 그 별들로 만족해야 하는 것일까?
이 이쁜 그림책이 단지 책이 아니라 내 아이의 마음의 소리가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 정말 그 멀고도 가깝고 은은하기도 하고 때로는 요란하기도 한 그 별들을 맛보게 해주고 싶다.
책 하나로 잊혀진 소망을 일깨우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