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했어, 베니!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54
바르브로 린드그렌 지음, 최선경 옮김, 울루프 란드스트룀 그림 / 보림 / 2003년 6월
평점 :
절판


아이들에게 동생은 어떤 존재일까요?
동생이 없는 아이들은 종종 엄마를 졸라댑니다.
"엄마, 나도 동생 하나 만들어줘요"

하지만 막상 동생이라는 존재는 그리 만만한 존재가 결코 아닙니다.
얼마전 큰 아이가 친구들과 하는 대화를 듣다 보니 참 웃음이 났습니다.
7살 호야의 친구들이 놀러왔더랬습니다.
그 틈바구니에 끼어서 4살 수아는 저도 한번 놀아보겠다고 낑낑거려 보지만 형들에게 수아는 저리 가주었으면 좋겠는 그런 귀찮은 존재이지요.
계속되는 수아의 방해공작에 지겨워진 호야, "나는 정말 동생이 없었으면 좋겠어"
똑같이 남동생이 있는 한 친구가 대꾸합니다. "나도! 나도! 동생들은 정말 귀찮지 않냐?"
그러자 9살 형아가 있는 친구가 말합니다. "나는 내가 형이었으면 좋겠어! 내 맘대로 괴롭혀보게."

이 아이들의 대화처럼 어린 아이들에게 형제는 가장 가까운 친구이면서도 아직은 그 관계맺음이 어색한 그런 사이입니다.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서는 자신의 위치를 위협하는 그런 존재이면서
동시에 원하지 않는 책임까지 져야 하는 그런 존재이지요.

베니는 그토록 바라고 바라던 동생이 드디어 왔습니다. 하지만 그 동생은 앙앙 시끄럽게 울기만 하는 거예요. 그런데 이게 왠일?
그렇게 시끄럽게 울어대기만 하는 아기에게 엄마는 야단을 치는 것이 아니라 맛있어 보이는 고무젖꼭지를 주시는 겁니다.
베니도 갖고 싶은데 엄마는 형아는 아가가 아니라고 하시면서 주시지 않지요. 이제 베니는 동생은 별로고 고무젖꼭지가 너무너무 갖고 싶은 거예요.

드디어 베니는 깜찍한 꾀를 생각해냈어요.
신나게 달려가는 베니. 아이들이 놀려대는 소리에도 개의치 않습니다.
베니도 아직 어리니깐요.

"나도! 나도!" 이 말을 제일 많이 듣는 거 같아요.
나도 안아 줘! 업어 줘!
나도 뽀뽀해 줘!
나도 찌찌 줘!
나도 먹을래!
나도 재워 줘!

어제까지 혼자서 잘 하던 일들을 갑자기 하기 싫다고, 못한다고 떼를 씁니다. 그건 나도 아직 아기여요, 나도 돌봐주세요. 라고 말하는 큰 아이들의 목소리겠지요?
잠이 든 큰 아이의 머리를 어루만져주고 손을 잡아보면 어찌나 그 손이 작고 여린지....
아직 이 녀석도 어린데....하는 안쓰러움이 왈칵 솟아오른답니다.
하지만 그건 잠을 자고 있는 천사같은 아이를 볼 때 그 때 잠시잠깐이지요. 낮에 두 녀석이 치고 받고 울고 불고 그러면 말입니다.
정말.....할 말이 없습니다.
부모로서 참 어렵다고 느껴지는 때가 어느 때냐 하면 두 아이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줄 때입니다.
분명 작은 아이가 잘못했는데도 불구하고 큰 아이를 야단칠 때가 많습니다.
큰 아이야 윽박지르고 야단치면 되지만 작은 아이에게는 상대적으로 약해지는 게 엄마니까요.

하지만 베니의 엄마는 달랐어요.
엄마는 분명히 베니가 왜 아기를 데리고 나가는지 아셨을 거예요.
그리고 베니가 저만치 가있는 동안 아기가 우는 소리를 들으셨을 거예요.
하지만 나와서 아기를 달래지도 않고 베니를 야단치지도 않았어요.
그냥 아무 것도 모른 체 오히려 베니에게 칭찬을 해줍니다.

이건 아주 사소한 일인 거 같고 누가 그 정도 못해?라고 하실 분이 있으진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잘 안됩니다.
저였다면 아기가 우는 소리가 났을 때 얼른 뛰어가서 데리고 들어와 아기를 달래면서 잠시 후에 들어올 큰 아이를 어떻게 혼내줄까 속으로 벼르고 벼르지요.
큰아이가 들어오기만 하면 그냥 다다다~~~!! 쏘아붙이며 너는 정신이 있는 놈이냐, 그게 네 것이냐? 네가 애기야? 뭐라뭐라뭐라~~@@@@ 그러겠지요.

그렇게 하면 아마도 큰 아이는 자기 마음을 몰라주는 엄마 때문에 무지하게 속상할 거예요.
그리곤 저 놈 때문에 내가 혼났어! 라는 생각도 하게 되겠지요.
하지만 베니는 아마도 오히려 엄마와 동생에게 미안해질 거예요.
그리고 동생의 고무젖꼭지가 그리 맛있고 좋은 게 아니라는 것도 함께 깨달았을 겁니다.

그림이 어찌나 깔끔하면서도 귀여운지....
울루프 롼드스트룀의 그림의 특징은 한마디로 말해서 "눈으로 말해요"입니다. 베니의 온갖 감정들이 고스란히 그 동그랗고 작은 눈만 봐도 금새 알 수 있답니다.
특히나 동생의 고무젖꼭지가 부러워서 쳐다보는 베니의 눈을 보세요. 단지 이마의 작은 주름 두개와 내리깔은 눈만으로 이런 표정이 만들어지는군요 ^^

호야는 이 책을 보면서 어찌나 공감을 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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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죠 2004-07-11 0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가 마치 동화같아요. 저는 잘했어 베니 책, 좀 뒀다 읽을래요. 왜냐면 밀키님 리뷰가 더 맘에 드니까 :)
저 추천했어요, 머리 쓰다듬어 주세요 녜?

tnr830 2004-07-11 0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이 책을 읽어보고 싶네요
리뷰가 동화같다는 말에 저두 동감이예요^^*

밀키웨이 2004-07-11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고맙습니다.
동화같다니..기분이 해피해피해집니다.
하지만 늘 동화같이 사시는 분들은 두분이시잖아요.
특히 오즈마님, 오즈마님의 방명록을 보다가 저....좌절했습니다.

책읽는나무 2004-07-13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화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밀키님의 글솜씨에 푸욱 빠져들것이라고 생각합니다..ㅎㅎ
저도 밀키님의 글이 좋아요!!

그리고 전....형제싸움에 대한 중심잡기라는 내용의 책이란것이 참 마음에 드네요!!...사실 엄마들은 두아이가 싸우면....바로 큰아이를 야단치는 경우가 흔하잖아요!!...첫애가 좀더 자란 아이라는 이유하나만으로 "넌 형(오빠)이 돼가지구선~~".."넌 누나(언니)가 돼가지구선~~"..
ㅡ.ㅡ;;
아이들보다 엄마들이 읽으면 많이 깨달을수 있는 책일것 같네요...^^
한번 읽어봐야겠군요...^^

두심이 2004-07-21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보관함을 압박하시는 밀키웨이님! 주소남겨주시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