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돼지 - 3~8세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46
오드리 우드 지음, 돈 우드 그림 / 보림 / 2000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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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그림책이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만
외국의 그림책들 중에는 오래전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내려오는 마더구스들을 바탕으로 하여 만든 그림책들이 제법 있습니다.
심스 태백의 그림책들도 그렇고 이 책도 그렇습니다.
"This little pig went to market" 라는 마더구스를 바탕으로 한 것인데 아기의 손가락을 통통한 꼬마돼지에 비유하다니....
생각만 해도 즐거운 상상입니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 것은 제가 둘째를 낳던 그날의 기억입니다.
이제 막 태어난 아기...태변을 먹기까지 해서 온몸에 양수와 각종 오물로 더러워져 있던 그 아기를 숨을 쉴 수 있도록 의료처치를 해주고 얼굴만 가볍게 수건으로 닦으시더니만 탯줄도 자르지 않은 채 제 가슴에 안겨주셨습니다.
첫애를 제왕절개로 낳았던지라 그렇게 막 제 속에서 태어난 아기를 안아보지 못했던 저로서는 참 놀랍고 고마운 선물이었지요.

세상이 낯선지라 힘차게 울어대는 그 아기를 가슴에 안고 있으니 의사선생님께서는 젖도 물려보라고 하시고 태교할 적에 들려주던 노래도 들려주라고 하시더군요.
그렇게 가만가만 아기를 달래는데 참...사람의 심리가 묘~~한 것이 아기의 얼굴을 확인한 후에 꼭 쥐고 있는 그 아기의 손가락을 살그머니 펴가면서 이쪽에 다섯개, 저쪽에 다섯개가 모두 맞는지....그걸 세어보고 있더란 말입니다.
손가락을 다 세고나서는 발가락도 다 세어보았었지요...^^

혼자서 회복실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면서 하하..내가 왜 그랬을꼬...싶으니 저혼자 괜시리 민망해지더이다.

그후로도 젖을 물리면서 꼭 그 작은 손아귀에 제 손가락을 밀어넣어 그걸 잡게 만듭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전 아기들의 손을 보면서 이런저런 상념이 많아집니다.
그 여리디여리던 손가락...너무나 작은데도 그 속에 완벽하게 자리잡은 손톱의 앙징맞음이라니...
아기들의 손은 언제나 제게 경탄의 대상이고 숭배의 대상이랍니다.

그래서 서양의 엄마들도 아이에게 그 노래를 들려주었나 봅니다.
그 작은 손가락을 하나씩 하나씩 펴고 접어가면서 눈을 맞추어가면서 노래를 불러주었겠지요.
이 돼지는 시장에 가고 이 돼지는 집에 있고 이 돼지는 가진 것 없다.....라구요.
물론 여기에는 "손이 밖으로 빠져나온 뇌"이기에 자극을 해주어야 한다는 교육적 의도가 암암리에 있었는지도 모르지만요 ^^

나한테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첫 문장을 읽으면 아이는 언제나 자신의 두 손을 활짝 폅니다. 내 손가락에 사는 돼지들도 어서 나와라~~부르듯이요.
뚱뚱이 꼬마 돼지, 똑똑한 꼬마 돼지, 장다리 꼬마 돼지, 까불이 꼬마 돼지, 꼬맹이 꼬마 돼지...
두 손이 짝을 이루듯 손가락 위의 꼬마돼지들도 둘씩 짝을 이루는데 서로 특징은 갖지만 제각각 성격은 다르지요.
첫번째 뚱뚱이 꼬마 돼지만 해도 오른손의 돼지는 바구니 하나 가득 싸온 과일들을 먹어대기에 바쁘거든요.
오른손은 똑똑한 꼬마 돼지는 그야말로 책벌레이구요. 다른 친구들이 신나게 놀고 장난치고 목욕하는 그 순간까지도 독서에 여념이 없거든요 ^^

신나게 신나게 놀던 꼬마돼지들이 이제 나란히 나란히 줄을 맞춰 잘자라는 뽀뽀를 하다보면 어느새 우리 아이의 손가락들도 얌전히 뽀뽀를 하고 있습니다.
어서 오른쪽의 꼬맹이 꼬마 돼지를 올려달라고..그래야 꼬맹이 꼬마돼지들도 뽀뽀를 할 수 있다고 그렇게 엄마를 보채면서 말이죠 ^^

편안히 꼬마 돼지들도 잠이 든 제 아이의 손을 가만가만 만지면서 노래를 불러줍니다.
"이 돼지는 장으로 가고 이 돼지는 집에 있네...."

글의 양은 참 작아요.
하지만 그림을 보면서 여기다 여기, 하하하 이것 좀 봐! 이렇게 그림을 보다 보면 시간이 언제 저리 되었지? 늘 신기하기만 할 따름입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인쇄상태가 아주~~~만족할 정도는 되지 못해요.
그래서 다소 칙칙해보이지요. 색감의 미묘한 차이가 빚어내는 아쉬움은 말입니다.  에이..뭐 이정도를 가지고...하면서도... 하면서도 달래지지 않네요.


게다가 요즘 책을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비용이 많이 들어서인지 최근에 새로 나오는 책들은 종이가 굉장히 얇아졌습니다.
종이값이 많이 상승한 탓이겠지요.
인쇄기술의 탓도 있겠지만 이런 종이의 질에 따라서도 그림의 질도 달라보이니 그게 아쉬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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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4-06-25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첫애때는 일요일 새벽인지라...좀 서툰 의사가 받았습니다.
그래서 뭐랄까...좀 덜 즐겼다고 해야할까요..
둘째때는...유도분만했는데....이 아이가 나와서도 제가 가슴에 안고 있으니...
울지도 않는거 있지요?
선생님이 만지면 울고요...
하..희한하네...참...4주를 버티더니...엄마마음을 잘아나보다고...


참 신기한게요..첫애때는 뭣모르고 낳았고, 둘째때는....기대도 많이 되고...


그게 당연한 것이라 생각합니다...저도 일단은 손,발을 먼저 보아지더군요.
그럴 수 밖에 없지요..제일 많이 쓰고, 제일 많이 보게 될 것이니까요.

그나저나...잔잔합니다....
리뷰를 못쓴다구욧^^

2004-06-25 15: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loveryb 2004-06-26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거 진짜 우리 정민이 많이 봤답니다.. 18개월 무렵엔 최 정점이었다 싶네요..
어찌나 좋아하는지.. 그림도 이쁘고..

미설 2004-07-03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아들도 열광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도 한눈에 반했구요, 제이와이 북스에서 나온 영어노래도 참 재미있답니다. 그리고 영어책의 화사한 색감은 진짜 좋은데...

밀키웨이 2004-07-04 0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은 아기들이 참 이 책 좋아하죠?
그런데 어찌 보면 그림이 좀 기기묘묘한 듯 해서 싫어하시는 분도 있는 듯 해요.
그게 아주아주 미묘한 색감 차이가 책의 가치를 결정하는 거 같아요.

제이와이의 영어노래,울 수아도 무척 좋아한답니다.

미설님/ 처음 뵙네요.반갑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