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아이세움 그림책 저학년 8
주디트 모랄레스 그림, 아드리아 고디아 글, 김정하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아드리아 고디아와 주디트 모랄레스라는 이국적인 이름과 표지의 소녀 때문이었습니다. 지붕위에 올라가 먼 곳을 바라보는 노란 표지에 설레어서요.

육하원칙 다 무시하고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저녁마다 마리아는 미끄러운 교회 지붕을 기어 올랐습니다..."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해마다 마리아가 살고 있는 곳으로 날아오는 철새들을 기다리기 위해서지요.
철새들로 인해 들판은 온갖 색깔로 뒤덮여 아름답고
철새들로 인해 하늘은 예쁜 그림이 그려진다고 생각하는 마리아.

그런데 그 철새들이 오지 않습니다.

걱정이 된 마리아는 철새들을 찾으러 가기로 합니다.
그때 이미 세상살이에 대한 요령을 터득한 젖소는 말하지요.
"자연은 정말 거대해. 그에 비하면 너는 한 마리 작은 개미일 뿐이야. 참고 기다려. 그게 좋아" 라구요.

젖소가 말하는 "한마리의 작은 개미일 뿐이야"라는 스페인어 [No eres más que una pequeña hormiga]가 바로 이 책의 원제입니다.
참 개성적이면서도 함축적인 제목입니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제목이 [마리아]라는 밋밋한 이름으로 바뀌다니....ㅠㅠ

알라딘에서 "마리아"로 검색하면 총 321건이 검색됩니다.
그걸 다시 결과내 재검색으로 제목 "마리아"로 검색하면 80건이 되지요....
하지만 [No eres más que una pequeña hormiga]로 검색하면 단박에 팍 뜹니다.
물론 출판사에서 기획할 때 나름대로의 의도가 있었겠지만 책을 만든 작가의 의도 역시 있지 않았겠습니까?
저 긴 제목을 아무 이유없이 그냥 짓지 않았겠지요.
차라리...[아름다운 비행]이 낫지... 안나 파킨스 주연의 영화 아름다운 비행 생각나시죠?
이 그림책을 보면 그 영화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답니다.

영화도 아름다왔지만 그림책 [마리아] 역시 참 아름답습니다.
표정이 확실하지 않은 소녀의 얼굴이며 전체적으로 노란 색조의 그림들은 여백미가 강조되어 고즈넉하면서도 아련하게 다가옵니다.
특히 마리아가 교회지붕 위에 올라가 멀리 바라보는 장면과 밀이삭 사이로 보이는 큰도시 장면, 그리고 수많은 새들이 길을 잃은 도시의 거리 그곳의 검은 하늘장면은 아드리아 고디아의 글과 어우러져 멋들어지게 감성을 자극합니다.

멀리 내려다보이는 세상을 보니 세상이 하찮아보이고 자신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나 큰 배의 선장과 같다고 느끼는 마리아...
밀이삭 너머로 보이는 큰도시는 마치 거대한 배와 같다고 느낍니다.

음...여기다가 글을 쓰는 형식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게 제가 즐기는 그런 투인지라 더 좋았답니다.

함께 갈 친구가 있을까?
마리아는 생각했습니다.
물론 있었습니다.
아주 많이 있었지요

이런 식으로 도치하고 부연하는 방식...^^;;

길잃은 철새들을 찾아낸 마리아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철새들을 정말 아이답고 놀라운 상상력으로 데리고 오는데
이게 이미 앞부분에서 이야기되어져 버렸다는 것입니다.
앞부분에서 그냥 철새들을 꼭 데리고 올거야..라고만 했더라면 뒤의 결말이 더 극적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오래전에 금강으로 철새들을 보러 간 적이 있었습니다.
추운 겨울이어서 참 고생했었고 아이도 어렸기에 뭐 기억이나 할라나 싶었는데
아이의 기억 속에는 그때의 소리며 광경이 남아있었던가 봅니다.
"나 봤었지? 막 날았었지?" 그러면서 자신의 기억을 떠올립니다. 물론 엄마가 떠들지 말라고 꼬집었었지? 라는 말도 덧붙이더만요...^^;;

사실..이 책이 어린 아이들에게는 그렇게 재미있는 책은 못될 겁니다.
우리 아들(7살)에게도 그렇게 새들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광경을 보지 못했더라면 에이...이게 뭐야...할 수 있는 그런 내용이지요.
다소 철학적이라고나 할까요...
어른들에게는 그림이며 시적인 문구들이 가슴에 팍팍 와닿겠지만...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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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4-06-02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좋은 책 소개하시네요.
아..또 사고 싶어지는 이 마음을 어찌하리요ㅜ.ㅜ

밀키웨이 2004-06-02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디각시, 이 책은 지금은 보관함에만 넣으셔도 될거예요.
물론 각시가 보시려면야...히히히

loveryb 2004-06-05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키님 소개글 보고 있노라면 책한권을 제가 다 읽은듯 하옵니다...
느낌이 팍팍 온다는거지요^^
늘 잘 보고 있어요~~

두심이 2004-06-07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에 넣어도 좋을 책이라는 추천에 저도 보관함에 넣었습니다.
볼 책들이 너무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