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출발 삼는 건 성공. 해남의 전라우수영까지는 가지 못했고, 해남읍에서 마무리.


남태령 고개에서 신호조작버튼 눌러서 차량들 세워놓고, 혼자 대로질주하기 놀이 재밌었음.
전주 강변로. 사고 안내고 다니는 전주 운전자분들 훌륭하심.
한적한 국도? 읍내길 생각하고 출발했지만 고속도로 저리가라하심.
정읍에서 장성가는 길에 있던 다운힐코스 환상적임(물론 그 전의 업힐도!). 속도계 고장안났으면 60km는 찍었을 듯.


입암저수지가에 핀 개나리 맘에 들었음.
장성가는 길가에 있던 까페 뜰에 핀 꽃(매화?)도 항아리 장식과 잘 어울렸음. 이 둘은 또 본채와도 잘 어울렸음.


마라톤보다 조금더 피곤한 상태. 오른쪽 허벅지 통증은 꽤나 요란한 편.
선글라스 부분은 안 타서 관심있게 보면 웃김.
자전거 몸도 상하심. 오른쪽 브레이크 레버가 느슨하고, 9단 넣고 달리면 동전으로 유리긁는 소리남.


밤의 국도. 가로등이고 뭐고 일체의 조명이 사라짐. 사위는 그야말로 칠흑.
앞등 고장난 것 어두워져서 안 것은 안일이 부른 탓.
흰색 실선에 조명 물질 있다는 것 처음 느꼈고, 감사함.


장성 끄터머리에 자리잡은 "본때" 뼈다귀해장국 맛있고, 여행객 대접에 능숙하심.
연무대 앞의 식당(이름 생각안남) 15찬에다 아예 공기밥 두그릇 내놓고 시작하심.
뼈다귀해장국 신물나게 먹었음.(우거지 많이 주세요~)


못잊어.


맞으며 달리는 낭만은 5분. 오한은 5시간.

터널
군과 군 사이에는 산이 있고, 산이 있으니 오르막이 있고 그 끝에는 터널이 꼭 있음.
한 군수님이 안녕히 가시라고 했고, 다른 군수님이 어서 오시라고 함.
자신있게 잘 오다 어두워지던 한 터널에서 연석으로 밀려나 비틀거리다 넘어졌음.
넘어졌으면 몸을 연석쪽으로 던질 일이지 창졸간에 자전거 건사하고 있는 나. 박약한 생(生)의지가 한심했음. 하마터면 박살날 뻔 했지 뭐야... 

똥꼬
똥꼬 주변에 딱지가 앉았음. 고통이 있으나 웃기는 거에 비할 바가 못됨.
쓰라린 똥꼬를 견디다 못해 대로변에서 바세린 푹 떠서 쓰윽쓰윽. 못본 척 해주던 광주시민여러분께 감사!
교통한적하고 갓길 넓으면 주변경관이 들어온다? 아님. 똥꼬에 온 신경 집중.
그러나 칠흑 국도위를 달릴 때는 똥꼬 따위야. 1시간 내내 RPM 120 유지한 듯함.

지도
1대100,000 이런 지도가 의심스러워 적당한 크기로 네이버지도를 출력해갔으나 바보짓.
전국지도 한 장과 묵을 도시 상세지도가 적합함. 

친절
광주 아가씨 친절하고, 해남 아저씨 불친절함. 

여관
TV를 없애버린 탓에 굶주리고 있던 차에 오랜만에 실컷 TV 봄.
편의점에 나가서 과자 잔뜩(광고안하는 새로운 과자 무지하게 진열되어있음!)사다가 먹으면서 TV보는 천국을 밤마다 구현.

속도계
고장 잘 났음.
몇 km 달렸는지도 모르겠고, 평속/최고속도 다 모르겠음.
속도계가 없으니 느려진다 싶어도 채찍질할 게 없으니 속편했고, 다운힐에 브레이크 잡을 일도 없음.

휴게소
지도에 표시된 휴게소는 다 길 건너편에 있고, 이쪽편에 있는 휴게소는 다 문 닫았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자전거 출퇴근 두달. 삼남대로 여행을 오늘 떠나게 되었다.

출발을 못해(자전거를 어릴 적 배운 분들은 무슨 말인지 이핼 못하시겠으나!)출발/정지 강습만 1시간 받고 시작했었다. 2주전에 클립리스패달을 장착했는데, 오른발을 못 빼서 경복궁역 앞에서 정지하다가 벌러덩 넘어졌었다. 벌러덩!이라는 표현은 좀 부족하고, OTL 딱 이 자세이다. 차이가 있다면 통상의 'OTL'이 측면도인 반면 클릿을 끼운채로 넘어진 모습은 단면도라는 점이다. 고통은 없다. 쪽팔려서 아플 틈이 없고, 하마터면 죽을 뻔 했었구나 하는 생각도 도착하고 나서였다. 

책들도 사들였다. 달리기를 하겠다고 맘먹으면 운동화보다 달리기책을 먼저 사는, 짜증나는 내 습속 탓인거다.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는 차량과 같아서 인도로 다니는 건 불법이라는 (나로서는) 놀라운 사실을 접하고 우쭐한 마음도 들었다. 내가 몰고다니는 게 차량이다 이 말이지! 교차로에서 신호 떨어지길 기다리면서 다른 운전자들처럼 심드렁한 표정을 따라해보다가실없어 혼자 웃었다.

첫 주 자출은 차들이 무서워 출발이 6시였다. 지금은 앗! 지각이다.하면서도 자전거를 끌고 나선다. 뻐근하고 힘들든 건 일주일만에 가셔지고 좀더 달려보라는 펌핑된 근육들의 아우성을 듣는다. 주말 100km 서너번 달리다보니 자연스레 장거리여행 욕심이 생겼다.

자출사나 자여사 같은 까페들을 돌아다보니, 땅끝마을코스, 속초코스가 단연 인기고 장기휴가낸 레이서들은 남단 해안선을 통으로 여행하기도 하더라. 어디를 어떻게 여행하나...

욕심내어 걷던 때에 보던 '옛길을 가다'를 다시 뒤적였더니, 여러 길들이 소개되어 있다. 서울과 해남을 잇는 삼남대로(해남대로)와 서울과 동래를 잇는 영남대로는 아예 이 책의 본문이다. 부록삼아 소개한 길들 중에서 평해대로와 통영별로도 인상적이다. 하나는 대관령을 넘고, 하나는 지리산 팔랑치를 넘는다. 평해대로는 대관령넘어 강릉에 가 닿고, 통영별로는 해남대로를 따르다 전주에서 지리산으로 방향을 꺽어 거창-산청-고성-통영을 연결한다. 대부분은 구간은 다 국도들이 들어앉았고, 일부구간은 (숲이 무성하거나 해서)사라지고, 일부구간은 (건물이 들어서거나 해서)없어졌단다.

1번국도, 2번국도... 식으로 한자리수 번호의 국도들을 섭렵해볼까 궁리를 했었지만, 옛길여행이라면 뭔가 좀 근사하고 고상해 보이지 않은가. 사라진 산길을 자전거로 개척할 근육은 안되니(백두대간을 자전거로 종주했다는 블로그도 봤음!) 어차피 가는 길은 국도다. 대략 1번국도/23번국도/18번국도를 이으면 수원, 공주, 전주를 거쳐 해남에 도착한다. 이래놓고 옛길, 삼남대로를 다녀왔다고 하면 안되니 출발지와 도착지에서 그 시늉을 해볼 참이다.

삼남대로의 출발점은 숭례문이다. 타 버리고 없지만, 슬쩍 지나가면서 출발점으로 참겠다. 대동여지도에 의하면 다음 기점은 동작진이다. 동작대교 남단 어딘가였을 동작진을 찾을 길이 없으니 그 어딘가에서 잠시 서성댈 참이다. 그 다음은 남태령을 넘어서 과천지나 수원으로 가면 훌륭하게 대동여지도를 따르는 셈이 된다. 고상에는 이런 숨은 노력이 따르는구나 싶다! 남태령은 정조 초기의 능행길이었다니 오르면서 잠시 역사 생각을 하게 될런지.. 아니면! 정조의 연인 김정은으로 생각이 뻗쳐 연예계의 고액연봉여성CEO분들 생각을 하게 될지도.

종착지도 중요한데 해남의 전라우수영이란다. 진도대교 초입에 있다는데, 인기있는 관광명소인 땅끝마을을 외면함으로써 이 얼치기 자전거여행은 일종의 역사기행이 되는 셈이다. 푸헐헐. 삼남대로를 자전거로 복원하다!(흠, 꽤나 멋지군.) 단! 이 정도로 그쳐야지 진도대교 아래 울돌목을 내려다보면서 충무공, 그 분을 생각한다거나 해서는 곤란하다는 거!

오늘 밤 10시에 택배사 변경으로 인해 터미널점검일정이 생겨버렸다. 장소가 군포. 수원까지 갈 요량이어서 이건 뭔가...했었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조선옛길복원 자전거 역사기행을 떠나는 마당에 회사일까지 보게 되다니, 뭔가 비장하지 않은가?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것도 밤 10시에 회사일을 본다니. 바쁜 나날에 휴가쓰는 체면을 이놈이 살려주지 않은가 싶어 도려 반갑다. (그리고 이번 여행 도서는 '도요타 생산방식'으로 골랐다. 아무래도, 도요타 책 중에서는 최고라는 미스터 조의 강추가 두고두고 너무 부담이었던 듯... 놀러가는 가면서 공부할 꺼리 챙겨가는 거 처음은 아니니, 그리 낯설지도 않다.)

1시간 후에 출발. 바세린/건전지 챙기는 거 까먹지 말고, 무사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3층 회의실에서 몰래 담배 피면서 앞 큰 길을 내다보다. 열심히 페달링하는 자출족 한 분 눈에 들 어오다. 보기에 좋다고 생각하다. 3/9가 그래도 속도가 낫다고 얘기하지 말라. 2/7이 타는 사람에게도, 보는 사람에게도 좋으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4년(2005년이었던가?)에 이어 올해 다시 경쟁사의 위세를 감상하고 나니 입맛이 다 떨어진다. 이대로는 안되겠지만 이대로여서 안되겠다는 건 주장 아닌 절망이겠기에 한 점의 그 무엇이면 반전하리라. 여기저기 이리저리 쑤석대는 거 밥값이겠고, 내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위로라 믿는다. 

1시간 분량의 일감을 6시간째 쥐고 앉았지만, 엑셀 한 셀이 무겁다. 자전거 뒷타이어는 빵구나버렸고, 날아간 하루 2시간 자출의 아쉬움은 일요일 밤보다 더하다. 이건 다시 쥐어야겠다. 현찰이니 챙겨야 한다. 내일은 기어이 고쳐야지.  

사생결단 안 하겠다. 오래 안 가더라. 되지도 않더라. 

균형이 늘 그립다. 가진 적 없으니 소망한다고 해야겠지만.
사생결단 저 위에 균형이 있다는 거, 극한의 정신세계라는 거 모르진 않았지만, 균형감각 할 때의 균형으로 사용하는 건 솔직히 얄미웠었다. 걸핏하면 사생결단하는 자가 힐난할 바는 못되지만.

프레시안에서 소개받은 노래 하나 따라 불러보고 눈 붙이고, 새벽에 회의준비! 변변한 답은 준비못했지만.


영산(靈山) -김광규

내 어렸을 적 고향에는 신비로운 산이 하나 있었다.
아무도 올라가 본 적이 없는 靈山이었다.

靈山은 낮에 보이지 않았다.
산허리까지 잠긴 짙은 안개와 그 위를 덮은 구름으로 靈山은 어렴풋이 그 있는 곳만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었다.

靈山은 밤에도 잘 보이지 않았다.
구름없이 맑은 밤하늘 달빛 속에 또는 별볓 속에 거무스레 그 모습을 나타내는 수도 있지만 그 모양이 어떠하며 높이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내 마음을 떠나지 않는 靈山을 불현듯 보고싶어
고속버스를 타고 고향에 내려갔더니 이상하게도 靈山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이미 낯설은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그런 산은 이곳에 없다고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눈길 아닌 곳은 드물었지만, 꽉꽉 들어찼다고 하기엔 20cm가 부족했다. 적설량은 상대적으로 적은데 등산인구는 늘었으니 다지고 다져져 맨얼음 저리가라 할 구간이 적지 않았다. 인적 드물어 푹푹 빠지는 서북능선은 반갑쟎지만, 적설량 많은 주능선이 발에 선사하는 느낌은 오묘한 데가 있었다. 보드라운 흙길보다 푹신하다. 아이젠이 단단한 표면을 뚫고 들어가 박히는 맛이 발자욱마다에 쾌감을 불어넣는다. 먹는 얘기해서 뭣하지만 아이스크림 튀김 쯤 되겠다.

눈은, 깊어서 군데군데 길을 바꿔놓는다. 여름에 산에 올라보면 뚜렷한 행로 옆쪽으로 갓길이 열려있는데, 겨울길이라고 미뤄 짐작하는 편이다. 주로에 눈이 깊으니 그나마 덜 빠지는 옆으로 다닌 탓에 새 길이 열린 것이라는 게 내 나름 개똥주장이다. 그 중에 인상깊은 곳이 토끼봉 정상에 있는 쉼바위 옆길이다. 주등산로는 이 쉼바위 왼쪽(토끼봉에서 연하천 방향으로 봤을때)으로 열려있는데 눈이 깊으면 이 길은 사라진다. 바로옆 능선들의 눈들이 쌓일 새도 없이 바람을 맞아 바람잦은 바위옆길에 굴러떨어져 키만큼 쌓인다. 여름엔 기어올라 땀 식히던 쉼바위 위로 자연스레 새 등산길이 열리는 것이다.

같이 간 사람들에게 이걸 설명해주고 좀 뻐겨보려고 했는데 눈이 적었던 탓에 틀려먹었다.

작년 서북능선 실패탓인지, 올해는 사람들이 '덜 먹고 가볍게' 가보잰다. 압력밥솥에 생닭 지고 가 삼계탕 해먹는 맛은, 뭐랄까, 중학교때의 나이키 운동화 쯤 될 것 같다. 닭고기 앂어 삼키는 맛이 뭐 특별할 게 있겠는가. 냄새 풍기면서 부러운 눈길 받는 맛이 진짜 맛이었던 거다. 올해엔 이거 생략하고 삼겹살 구워먹고, 김치찌개 해먹었다. 김치찌개 기막히다는 인사치레가 식사당번 답례인 줄 알지만, 감사하게 들었다. 맛있게 먹어줘서 고맙고. 뭐니뭐니해도 최고히트메뉴는 버터구이 꼬마호떡. 레시피는 메뉴이름 그대로. 박팀장은 작년에 서북능선에서 해먹고 너무너무 간절해서 집에서 해먹어봤더니 이 맛이 안나더란다. 할머니들이나 하는 이 얘기는 모두로부터 핀잔세례를 받았지만 집에 가서 해먹어 볼 생각 안 한 사람이 누가 있었을까 싶다.

이번에도 천왕봉 못갔다. 양팀장, 신*철 두사람이 무릎이 안좋았다. 억지로는 끌고가지 않는다고 나름대로 세운 원칙에 충실했지만 이번에는 좀 후회도 된다. 쉽지 않은 결정을 하고, 힘들게 구례까지 밤차타고 왔는데 끝까지 못해내는 경험을 자꾸하게 되면 재미가 없을 것이다. 인상구겨서라도 끝까지 데려가서 정상에 세우고 사진 한방 박고나서 축하한다고 한마디 해주는 게 더 낫지 않았나도 싶다.

우겨서 아둥바둥, 가까스로 해내는게 좀 촌스럽긴 해도 재미를 얻는데는 유력한 방법이다.



삼도봉에서




겨울운무는 따뜻한 기후 예보관이라 다들 반가와하고 있다.



연하천대피소-라면7개, 햇반4개 끝낸 후. 표정들이 이렇게 밝을 수가...




명선봉 넘어면서 벌써 무릎이 고장나기 시작했다.



날씨가 좋았다면(사진솜씨가 좋았던지) 꽤 멋진 사진이 나올뻔했다.



선비샘 가는 길



벽소령대피소



칠선봉 직전 전망대. 이맘때 쯤엔 엄홍길이와도 이정도는 초췌해진다.



영신봉 철계단위에서 전망 감상중인 사람들에게 묻지도 않은 설명을 하는 양팀장



한신계곡 하산길. 그제서야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최고인기메뉴-버터구이꼬마호떡



한신계곡엔 건너는 다리들이 많아 설악산 천불동계곡과 주행느낌이 비슷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