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길 (반양장) - 박노해 사진 에세이, 티베트에서 인디아까지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ㅡ그 길 이 나 를 찾 아 왔 다

그렇게 시작됐다. 나의 유랑길은.

한 시대의 끝간 데까지 온몸을 던져 살아온 나는,
슬프게도 길을 잃어버렸다. 나는 이 체제의 경기 밖으로
나를 추방시켜, 거슬러 오르며 길을 찾아 나서야 했다.
`앞선 과거`로 돌아 나오고자 하는 기나긴 유랑길이었다.

오래된 만년필과 낡은 흑백 필름 카메라 하나를 들고
내가 가 닿을 수 있는 지상의 가장 멀고 높고 깊은 마을과
사람들 속을 걸었다. 내가 찾아간 마을들은
공식 지도에 없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현장에서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길을 잃어버리곤 했다.

이 세계의 지도가 선명하고 첨단일수록 길은 하나뿐인 길.
그렇게 오래되고 다양한 삶의 길들은
무서운 속도로 잊혀지고 삭제돼가고 있었다.
어느 아침 나는 지도를 던져 버렸다.
차라리 간절한 내 마음속의 `별의 지도`를 더듬어 가기로 했다.

막막함과 불안과 떨림의 날들. 난 모른다. 언제였는지.

ᆞ머릿말의 첫 장이다.
지도에도 없는 곳을 다닌다는 것이 어찌나 멋지던지.
<바닷마을다이어리>에서도 그런 말이 나온다. 지도를 펼치고 지도에 없는 곳을 찾아 떠나고 싶었다고.
그런데 생각해보니 바보짓이더라고.
스즈의 외사촌오빠의 말이었는데, 심한 방향치 길치 이다. 길을 잃어버리고 가다가 뜻하지 않게 목적지에 와 닿거나, 이쁜 곳을 발견했을때의 기쁨을 이야기 하던 부분인데, 이 책과 더불어 느림의 미학을 읽을 수 있었다. <종의기원>, <소년이온다>를 읽고 이런 느리고 여유로움의 책을 읽는 것은 행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감정 회복에 매우 큰 도움이 된다.

한 동안 이 책<다른길>과 <바닷마을다이어리>의 여운에 빠져있을듯 하다.

ᆞ참, 이 책은 책갈피끈이 두 개다. 특이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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