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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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책을 다 읽고 작가의 글을 읽을 때 정말 희열을 느낀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중에 이 작가가 왜 이 책은 썼을까? 궁금한 것을 꾹 참고 읽었다. 꼭 수학문제의 답이 궁금해서 답지를 볼까 말까 갈팡질팡하는 심정으로 읽었다.
이 책을 다 읽고 작가의 글을 볼 땐, 아! 내 답이 맞구나 하며 기분좋은 심정과 풀이과정까지 맞아 문제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했구나! 하는 기분이 들었다.
 이 책은 사이코패스가 화자인 `나`다. 그런데 여느 영화나 드라마처럼 사건의 시간적 전개 방식이 주가 아니다. 나의 속내를 들춰봄으로써 사이코패스의 심리? 범죄의 발화 과정이나 이면의 본성같은 것에 초점이 맞혀 있어서 놓치고 있는 부분? 사건의 본질에 약간 비켜난 덧붙인 진실을 보는 느낌이 든다.
 그러면서 나도 저런 면을 숨기고 있지 않나? 나는 누군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것을 작가가 의도한 것 같다. 결국 인간은 성선설과 성악설을 두고 이야기 해야 할 것인가? 악은 학습된 것인가? 가지고 태어나는 것인가?

그래서 이 책은 종의 기원이라는 의미를 갖는 듯 하다.

다 읽고 나서는 종의기원.. 아~ 책 제목으로 딱 맞구나 싶었다.

ᆞ그렇지만 무서운 것은 사실이다. 한창 묻지마 살인으로 시끄러운 이 때 이 책을 읽는 것이 쉽지 않겠다 싶다.

ㅡp.378
메일을 닫고 PC방을 나왔다. 잘 곳을 찾아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도로는 한적하고, 12월의 밤은 스산하고, 바다는 부옇게 젖어 있었다. 저 앞 흐릿한 안개 속에선 누군가 걸어가고 있었다. 자박자박 발소리가 들려왔다. 짠 바람을 타고 피 냄새가 훅, 밀려왔다.

ᆞ마지막 문단이다. 이 장면이 이 책 중 가장 무서웠다.
결국 포식자가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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