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두 도시 이야기 ㅣ 창비세계문학 34
찰스 디킨스 지음, 성은애 옮김 / 창비 / 2014년 7월
평점 :
p. 526
그는 그의 생명을 끝내기로 되어 있는 그 도구를 본 적이 없었다. 땅에서 얼마나 높은지, 계단은 몇 개인지, 어디어 서게 되는지, 어떻게 만져질 것이며, 그를 만지는 손은 붉게 물들어 있을지, 얼굴은 어느 쪽으로 돌려질지, 그가 제일 처음으로 죽을지, 아니면 마지막으로 죽을지. 이와 비슷한 수많은 질문이 의지와는 상관없이 계속해서 수없이 밀려들었다. 그중 무엇도 두려움과 연관된 것은 없었다. 그는 아무런 두려움도 의식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때가 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싶다는 이상하게도 끈질긴 욕망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그것이 가리키는 찰나의 순간에 비하면 어울리지 않게 커다란 욕망, 그 자신의 것이라기보다는 그 안에 있는 어떤 다른 영혼의 궁금증 같은, 그런 궁금증이었다.
ㅡ사형집행을 앞 둔 죄인의 심경이다. 나는 이런 복잡미묘하고 인간의 본능에 떠밀려 오는 무질서한 생각들을 적어 놓은 문장들이 좋더라. 인물의 심경은 어떠한 형용사나 수식어들 보다 더 잘 표현되는 부분은 이런 문장들의 모음인것 같아서.
ㅡ<두도시이야기>는 처음부터 2/3까지 결코 쉽게 술술 넘어가는 책은 아니었다. 두 도시 : 영국과 프랑스(파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인물 중심의 사건이나 행동으로 처음에 서술되지만 연관성이 있지를 않아 몰입이 떨어졌었다. 뚝뚝 끊어지는 느낌으로 도대체 작가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가 싶었지만, 제 3권에 넘어서면 본격적인 이야기가 한 사건(시민혁명)에 초점이 맞혀진다. 그리고 앞에 연관성 없어 보이는 인물의 행동, 일말의 작은 사건같이 보이는 것들이 모두 복선과 반전으로 다가오면서 글의 흥미를 더해준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이 책은 소설을 위한 글보다 연극이나 뮤지컬과같은 무대가 있는 곳을 위한 장면을 구분지어주기 위한 글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 생각을 조금 더 보태주는 것은 작품해설 중에 있었다. 찰스디킨스는 후배와 공동 작업한 [동결] 이라는 연극에서 공연 하므로써 <두도시이야기>의 인물들을 탄생시켰다 라는 부분에서 느껴졌다.
ㅡP.87 그러나 그 당시에는 죽이는 것이 모든 직군과 직업에 대유행하는 처방이었고, 텔슨의 경우도 그러했다. 죽음은 만물에게 자연의 치유이니, 법률에 있어서도 왜 아니겠는가? 따라서 위폐범은 사형에 처해졌고, 위폐를 유통시킨 자도 사형에 처해졌다. 편지를 불법적으로 열어본 자도 사형에 처해졌다. 40실링 6펜스를 훔친 자도 사형에 처해졌다. 텔슨 은행 입구에서 말을 데리고 도망한 자도 사형에 처해졌다. 가짜 실링 동전을 만든 자도 사형에 처해졌다. 온갖 종류의 범죄에서 사분의 삼 정도의 거짓말을 한 자들도 사형에 처해졌다. 그것이 범죄를 막는 데 최소한의 효과가 있어서가 아니라ㅡ사실은 정확히 그 반대라는 이야기를 해둘 필요가 있겠다ㅡ그것이 (이 세상에 관한 한) 개별적인 사례들의 불편함을 제거해 버리고 그와 연관하여 계속 돌아보아야 할 것을 아무것도 남기지 않기 때문이다.
p.182 어둠이 한참 숨을 죽이고 있다가 다시 길고 낮게 한숨을 쉬고 다시 숨을 멈추는, 그런 캄캄한 밤이었으니까. p.193-194 그 마을의 샘물은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게 흘렀고, 성의 샘물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게 떨어졌다. 어두운 세시간 동안, 둘다 시간의 샘에서 떨어지는 순간들처럼 녹아서 없어졌다. 그러고는 양쪽의 회색빛 물이 빛을 받아 보이기 시작했고, 성의 돌로 만든 얼굴들의 눈도 뜨였다.
P. 365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뱃사람처럼, 바람과 물결이 그를 자석 바위로 몰아갔으며, 그것은 점점 더 끌어당기고 있었으므로, 그는 가야만 했다.
주석 : [천일야화] `세번째 수도승 이야기`에 나오는 왕의 아들 아지브의 모험담을 가리킴. 아지브는 산 전체가 천연자석으로 되어 있는 섬을 지나다 배가 이끌려가 난파함. P. 366 자석 바위 섬이 그를 끌어당기고 있었고, 그는 부딪힐때 항해해야만 했다.
p. 526 그는 그의 생명을 끝내기로 되어 있는 그 도구를 본 적이 없었다. 땅에서 얼마나 높은지, 계단은 몇 개인지, 어디어 서게 되는지, 어떻게 만져질 것이며, 그를 만지는 손은 붉게 물들어 있을지, 얼굴은 어느 쪽으로 돌려질지, 그가 제일 처음으로 죽을지, 아니면 마지막으로 죽을지. 이와 비슷한 수많은 질문이 의지와는 상관없이 계속해서 수없이 밀려들었다. 그중 무엇도 두려움과 연관된 것은 없었다. 그는 아무런 두려움도 의식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때가 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싶다는 이상하게도 끈질긴 욕망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그것이 가리키는 찰나의 순간에 비하면 어울리지 않게 커다란 욕망, 그 자신의 것이라기보다는 그 안에 있는 어떤 다른 영혼의 궁금증 같은, 그런 궁금증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