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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여행 1 ㅣ 자전거여행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평점 :
김훈작가가 이름붙인 풍륜(자전거)을 타고 전국을 다니며 쓴 글들을 모은 책.
김훈작가님이 이렇게 재치가 넘친 분이셨나? 난 중간중간 웃게 되던데.
상황이 웃낀것인지, 김훈의 언어가 웃낀 것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 느낌.
사진은 이강빈작가님 작품.
여러 사진 중에 난 저 사진이 제일 끌리더라.
경기도편은 따로 2권으로 묶었다가 2014년에 재편성하면서 주제별로 섞었다고 해서 주제가 있나? 어떤 주제를 담고 있나?했는데,
처음엔 시골 들판으로 눈을 이끌더니 조금 지나니 산들을 읽고 있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내 눈은 강을 여행하고 있었다.
2권까지 있는데, 2권의 목차를 보니 내가 간 곳이 두서너곳 정도가 있어서 2권이 더 기대된다.
2권은 어떤 주제로 나를 여행시켜 주시려나.
필체는 남성적이나 내용은 꼼꼼해서 두루뭉실한 그림을 보는 듯 하다.
ㅡp. 75
수많은 수종의 숲들이 들어찬 지리산은 초록의 모든 종족들을 다 끌어안고서 구름처럼 부풀어 있다.
ㅡp. 96
거듭 말하거니와 나는 모국어의 여러 글자들 중에서 `숲`을 편애한다. `수풀`도 좋지만 `숲`의 어감은 깊고 서늘한데, 이 서늘함 속에는 향기와 습기가 번져 있다. `숲`의 어감 속에는 말라서 바스락거리는 건조감이 들어 있고, 젖어서 편안한 습기도 느껴진다. `숲`은 마른 글자인가 젖은 글자인가. 이 글자 속에서는 나무를 흔드는 바람 소리가 들리고, 골짜기를 휩쓸며 치솟는 눈보라 소리가 들리고 떡갈나무 잎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들린다.
ㅡp. 208
갯벌의 지평선 너머에서 바다는 풍문처럼 저물면서 밤의 내습을 예비하고 있었고, 강의 대안 쪽에서 산맥은 기세를 낮게 죽여가며 노을 속으로 잠겨갔다. 간조와 만조 사이의 젖은 갯벌 위에서 저녁의 빛들은 비늘로 퍼덕거렸다.
ᆞ묘사인듯 사색인 글들이 많아서 잡히지 않는 그림들을 보는 것 같다.
ㅡp. 75 수많은 수종의 숲들이 들어찬 지리산은 초록의 모든 종족들을 다 끌어안고서 구름처럼 부풀어 있다.
ㅡp. 96 거듭 말하거니와 나는 모국어의 여러 글자들 중에서 `숲`을 편애한다. `수풀`도 좋지만 `숲`의 어감은 깊고 서늘한데, 이 서늘함 속에는 향기와 습기가 번져 있다. `숲`의 어감 속에는 말라서 바스락거리는 건조감이 들어 있고, 젖어서 편안한 습기도 느껴진다. `숲`은 마른 글자인가 젖은 글자인가. 이 글자 속에서는 나무를 흔드는 바람 소리가 들리고, 골짜기를 휩쓸며 치솟는 눈보라 소리가 들리고 떡갈나무 잎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들린다.
ㅡp. 208 갯벌의 지평선 너머에서 바다는 풍문처럼 저물면서 밤의 내습을 예비하고 있었고, 강의 대안 쪽에서 산맥은 기세를 낮게 죽여가며 노을 속으로 잠겨갔다. 간조와 만조 사이의 젖은 갯벌 위에서 저녁의 빛들은 비들로 퍼덕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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