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과 나 - 배명훈 연작소설집
배명훈 지음 / 래빗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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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이 건설되고 사람이 살 수 있을만큼 건물이 건설되고 나면 다음은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 문명이 만들어질 것이다. 화성에 처음 건너온 사람들이 기술자라면 문명을 만들고 사회를 형성하는 사람들은 기술자와 한 발 떨어진 사회학자나 행정, 역사가들일지 모른다. 그리고 화성에서 태어난 다음 세대도 당연히 한 몫하겠지. 그렇게 화성에도 사람이 사는 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다.

그렇다고 화성이 지구와 같은 환경일리 없다. 화성에서 키운 채소를 지구의 채소와 같다고 할 수 없다. 같은 깻잎이라도 화성에서 적응한 깻잎은 지구의 깻잎과 다를 것이다. 무에서 유로 작물을 키울 수도 없다. 지구에서 작물을 들여 화성 작물로 순화 시켜야 한다. 작물을 들이고 키우는 담당관이 깻잎을 싫어해서 샐러리를 들이기로 결정했는데, 누군가는 깻잎이 너무 좋아서 깻잎을 들이지 않는 것에 화가 나 살인을 저질렀다면? 어차피 나가면 산소가 없어서 숨도 쉴 수 없는데 감옥이라는 것이 있을까? 살인자를 어떻게 어느 법을 기준으로 처벌할 수 있을까?

이런 관점이 사회와 문명이 아닐까. 단순히 사람들이 건너온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적응해 나가는 과정. 국가의 형태가 필요한지. 지구와 화성을 연결하는 우주에는 별일이 없는지.
지구인 중에 화성으로 오고 싶어하는 사람 중에 어떤 사람이 있는지, 반대로 화성에서 태어나 지구의 중력이 아닌 화성의 중력으로 살고 있는 화성인 중 지구로 건너가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는지.

지구가 아닌 화성이 배경이지만, 사람 사는 이야기. 그 이야기가 이 책에 실려있다. 기술로 영화같은 장면으로 읽는 sf 소설이 아닌 언어로 읽는 sf 소설이 될 수 있는 책이다.

<124쪽, 위대한 밥도둑 중>

밥도둑은 찬사예요. 위원장님, 들어보세요. 한국인에게 식사를 한다는 건 밥을 먹는다는 거예요. 한국어로는 진짜로 밥을 먹는다고 말해요. 파스타를 먹었어도 밥을 먹었다고 한다고요. 요리마다 이름이 붙어 있지만, 그건 사실상 밥을 무엇과 같이 먹는지를 표시하는 거예요. 누가 된장찌개를 먹었다고 하면 밥을 된장찌개라는 이름의 스튜와 함께 먹었다는 말이죠. 동시에 먹는 게 아니라면, 다른 음식을 먹고 남은 소스에 밥을 볶아 먹기라도 한다고요. 국물이 있는 음식이면 그 국물에 밥을 말아 먹고, 그러기 어려우면 밥을 푹 끓여서 죽이라도 만들어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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