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
최은미 지음 / 창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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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시작이 하나의 시로 시작하는 느낌의 문장 결이 고왔다.

10쪽
한줄로 서서 흔들리는 다리를 건넜다.
다리 아래로 호수가 있었고, 다리 건너에는 사과주를 만드는 농장이 있었다.
우리는 먹고 마셨다.
니가 옆에 와 앉았을 때 나는 혀가 풀렸다.

반은 어둡고 반은 밝은 달이 남쪽 하늘에 뜰 때,
짧은 바늘이 6에 갈 때,

나는 답장을 써본 적이 있다.
보내본 적도 있다.

기다린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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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군데에서 시처럼 문장과 행갈이를 하며 시의 모습을 한 부분들이 있다. 그외에도 좋다는 감정으로 읽어지는 문장이 더러 있다.

71쪽
되돌아오지 않는 시간에 고여 있는 장소들을 나는 여전히 매일 지나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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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져버린 아이들이 찾지 않는 장소를 지날 때마다 스치는 어릴 때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곳에 대한 서술을 ‘되돌아오지 않는 시간이 고여 있는 장소들’이라고 했다.

*=> 되돌아오지 않는 시간이 고여 있는 장소들은 아이들에게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님을 이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알 수 있다.
이 책은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일 때 일상 모습이다. 전으로 되돌아 갈 수 없는 풍경, 코로나19로 답답했던 마음을 토로했던 모습, 별 것 아닌 것에 짜증을 품었던 모습들이 이 책에서 보여준다.

배경이 최근이라 소설이라기 보다 에세이라고 여겨질만큼 생활밀착 이야기다.

두 명의 주인공중 나리는 캔들공방 사장님이고, 다른 주인공은 학원차량을 운행하는 인기많은 여성 기사님이다.

58쪽
클래스 연기 공지를 한 뒤부터 나는 초 하나하나를 공들여 완성하는 데에 기력을 집중했다. 공방은 내 개인 작업실과도 같아져서, 나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색감의 캔들을 뽑아내겠다는 의욕에 사로잡혀 조색 테스트로 하루를 다 보내기도 했다. 판매 공지도 수시로 올렸다.
‘주문 문의는 디엠이나 프로필링크 타고 카카오톡 오픈채팅으로 해주세요.’
‘나리공방 캔들은 스마트스토어에서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스토어찜 하시면 천원 할인쿠폰을 드려요!’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사람들은 실내에 놓아둘 수 있는 소품을 이전보다 더 많이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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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말하면 지은이이자 소설가가 캔들자격증을 가지고 있거나 공방을 운영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캔들공방을 애용하셨거나. 세세하게 잘 안다고 느꼈다.

너무나 생활밀착형이기에 나리처럼 나도 검색해봤다.
📌102쪽
공방 창문을 열고 중앙공원 쪽을 내려다보고 있다가 나는 무언가를 발견한 사람처럼 테이블로 걸어갔다.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비탈사과’와 ‘민들레’를 같이 검색하기 시작했다. 테이블 앞에 선 채로 검색하고 또 검색하다가 이런 해시태그와 함께 올라와 있는 사진들을 보았다.
#비탈사과밭민들레 #비탈사과민들레밭 #여안야외촬영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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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은 소설일뿐 현실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새겼다.
세 개 다 검색결과없음이다.

=> 구체적인 연도-2020, 집단-신천지 단어가 나오는 소설

=> 답답했던 시절을 지금 다시 마주하게 만드는 이야기다. 단절할 뻔 한 사이를 공동체라는 모습으로 고여있지 않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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