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맨션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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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쪽
˝저는 자식을 팔아먹지 않았어요. 아이를, 우리 아이를 팔아먹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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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는 받았어요. 위로라고 생각하고 받았어요. 위로와 배려를 받고 나니 그걸 준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따질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결국 팔아먹은 게 됐어요. 그러니까 진경 씨, 살면서 혹시 위로받을 일이 생기더라도 받지 말아요. 위로도 배려도 보살핌도 격려도 함부로 받지 말아요.˝

332쪽-333쪽
반짝였을, 그러나 지금은 너무 많이 긁히고 닳아 금빛이 희미해진 작은 라이터와 씨름하고 있는 소장을 잠시 보다가 진경은 주머니에서 자신의 라이터를 꺼내 들었다, 소장은 거절의 뜻으로 손을 휘휘 내저었다.
무료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바쁘고 불안해서 스스로 해내고 싶은 별것 아닌 일들이 있다. 단단하게 굳어 버린 병뚜껑을 돌려 여는 일, 지저분하게 붙은 스티커를 떼어 내는 일, 엉뚱한 곳에서 묶인 매듭을 푸는 일. 진경은 지금 담뱃불을 붙이는 일이 소장에게 그런 의미가 아닐까 생각했다.


누군가가 말했다. 소설은 씁쓸한거라고. 이 책도 그랬다, 씁쓸했다. 달콤한 구석이 없었고, 읽다가 한숨이 나왔다.

한 도시를 인수한 기업은 주민들을 등급으로 나눴다. 타운주민, L2, 그리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사하. 사하맨션은 이들 사하들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그러나 결국 이 등급들을 인수한 기업이 만들었는지 우리 스스로가 그렇게 믿고 사는지 잘 모르겠다.

조남주 작가님 글은 82년생 김지영부터, 현남오빠에게 그리고 이 책까지 읽었고 닮지 않은듯 닮은 분위기를 가지는 듯 하다.
셋 중에 현남오빠에게가 가장 공감하기 어려웠고, 가장 먹먹한 책은 사하맨션이다.
그래서 이 도시는 바뀌었을까? 가 아직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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