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째 아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
도리스 레싱 지음, 정덕애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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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쪽
식탁의 넓이가 그녀에게 위안을 주었다.


이 모든 것들, 20년 세월이 어루만지고 매끈하게 만져주어서 이 넓은 식탁은ㅡ그것은 오래 전 거대한 참나무에서 한 덩이로 잘라낸 것으로ㅡ빛나는 비단결 표면을 갖게 되었다. 손가락이 미끄러질 정도로 너무나 매끈한. 이 표피 아래로 나무의 망울과 옹이가 깔려 있고 그녀는 그것을 은밀하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표피에 상처가 나 있었다. 도로시가 너무 뜨거운 프라이팬을 놓았다가 화가 나서 들어올릴 때 생긴 갈색 반원 자국이 있고 구부러진 검은색의 자국이 있는데 이것은 무엇 때문이었는지 해리엇은 기억할 수 없었다. 식탁을 특정한 각도에서 쳐다보면 접시의 열기로부터 이 소중한 표면을 보호하기 위해 삼발이를 놓았던 데가 작게 패인 자국이나 흠집으로 남아 있었다.


두 남녀가 만나 매우 안정적이고 화목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다 비정상적인 다섯째 아이가 태어나면서 가족들이 모두 뿔뿔히 흩어지게 된다. 가족들의 불안을 없애기 위해 다섯째 아이를 오양원에 보냈지만 해리엇(엄마)은 다시 아이를 데려왔는데, 이로인해 가족들과 해리엇과 다섯째 아이는 분리되었다.
그 고통을 짊어지고 살다 식탁에서 위안을 받는 끝부분에 그 짐이 어떠했는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 마음이 무거우면서도 위안이 전달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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