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움직이는 메모 - 손이 뇌를 움직인다!!
사카토 켄지 지음, 김하경 옮김 / 비즈니스세상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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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산 이유는 저자의 전작인 <<메모의 기술>>을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기 때문. 30분만에 스캔하듯이 다 읽고서 피를 토하며 후회했다. 내용은 없고 너무 비싸다. 손모가지를 자르고 싶다..ㅠㅠ

   저자에 의할 때 메모의 요체는 두 가지이다. i)일단 당장 수첩을 살 것. ii)써놓고 반드시 다시 읽을 것. 메모는 결국 자신의 기억을 보강하기 위한 수단이다. 따라서 메모의 핵심은 일단 써놓고, 그것을 다시 떠올리는 것에 있다. 위의 두 가지는 메모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며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그 이외의 테크닉들은 이를 보다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므로, 이는 일단 메모의 기본을 갖춘 후에는 스스로 나름대로의 방법을 터득할 수 있을 것이기에 결국 메모의 핵심은 위의 두 가지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바로 나가서 다이어리를 샀다.

   이 두 가지는 사실 메모 뿐만 아니라 모든 공부와 학습의 방략이기도 하다. 메모든 공부든, 일단 제대로 하려면 그곳에 돈을 넣어야 하는 법이다. 메모를 제대로 해보려면 마음가짐을 다잡을 것이 아니라 수첩을 사야 하고, 공부를 제대로 해보려면 마음가짐을 다잡을 것이 아니라 일단 서점에 가서 책을 질러야 한다. '일단 마음가짐을 다잡아라'는 도사님 말씀은 전혀 실용적인 조언이 아니다. 실용서는 모름지기 구체적인 테크닉을 독자들에게 제시해야 하여야 하며, 따라서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뇌에 관련된 이야기들이나 인생을 바꾼다는 등의 이야기들은 다 찢어버려도 무방한 내용들이다. 그리고 남은 내용에서 그 몇몇 테크닉을 얻어내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이 책의 가격은 너무 비싸다. <<메모의 기술>> 쪽이 압도적으로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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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kfast at Tiffany's: A Short Novel and Three Stories (Hardcover, Revised)
Capote, Truman / Modern Library / 199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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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벽
트루먼 카포티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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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티파니에서 아침을
트루먼 카포티 지음, 공경희 옮김 / 아침나라(둥지)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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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방법 - 히라노 게이치로의 슬로 리딩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김효순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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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독가의 지식은 단순한 기름기에 불과하다."(p.32)라고 단언하며 지독(遲讀)을 주창하는 히라노 게이치로의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며칠 전에 읽은 루이스 세풀베다의 <<연애소설 읽는 노인>>의 한 문단을 떠올렸다: "노인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책을 읽었다. 그의 독서방식은 간단치 않았다. 먼저 그는 한 음절 한 음절을 음식 맛보듯 음미한 뒤에 그것들을 모아서 자연스런 목소리로 읽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단어가 만들어지면 그것을 반복해서 읽었고, 역시 그런 식으로 문장이 만들어지면 그것을 반복해서 읽고 또 읽었다. 이렇듯 그는 반복과 반복을 통해서 그 글에 형상화된 생각과 감정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 그는 도대체 인간의 언어가 어떻게 해서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가를 깨달을 때까지, 마침내 그 구절의 필요성이 스스로 존중될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 (위의 책, pp.45-46)

   이 문단은 히라노 게이치로가 슬로 리딩을 통해서 도달하고자 하는 지점에 대해서 명확히 통찰한다. 그 지점은 "글에 형상화된 생각과 감정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와 같은 극단적인 슬로 리딩까지는 아니더라도, 책을 조금 읽더라도 그 책이 오롯이 자기 양분이 되도록 빨아들이는, 그리하여 5년 후, 10년 후를 내다보는 독서술이 슬로우 리딩이다. 나도 지식의 양이 개인의 지성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동의한다. 인쇄술 발명 이전의 지성들은 현대의 사람들에 비해 훨씬 적은 책을 읽었겠지만 그들의 지성이 찬란히 빛남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그러나 슬로 리딩만으로는 족하지 않다. 책은 빨리, 그리고 느리게 읽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는 저자가 서문에서 언급하고 있는 인용구와도 관련된 것인데, 그 인용구는 이러하다: "롤랑 바르트는 모든 진지한 독서는 '다시 읽는 것'이라 말한다. 이것은 꼭 두 번 읽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구조 전체를 시야에 넣고 읽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말의 미로를 헤매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갖고 탐구하는 것이다."(p.8, 강조는 나의 것.) 

   나는 책을 사면 반드시 한 번은 최대한 빠르게 읽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빨리 읽는 편이 구조를 전체적으로 파악하기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처음 읽으면서 숲과 나무를 모두 파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슬로 리딩은 속독보다 압도적으로 장점이 많으며 결국 독서의 최종적인 방법이지만, 처음부터 슬로 리딩을 할 경우 개별적인 나무를 보다가 지쳐서 숲의 전체를 보지도 못하고 나가떨어질 우려가 있다. 나의 전략은 일단 숲을 주마간산으로 훑고, 그 다음에 각각의 나무를 천천히 감상하는 것이다. 속독과 지독은 상호보완적으로 시도되어야 하며, 그렇기에 책은 사서 봐야 되는 것이다. 그래야 두 번 이상 보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번 보는 것은 책을 사랑하게 되는 출발점이다. "영화를 사랑하는 첫 번째 방법은 같은 영화를 두 번 보는 것"이라는 프랑수아 트뤼포의 말은 책에 있어서도 그대로 유효하다. 책을 사랑하는 첫 번째 방법은 같은 책을 두 번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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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소설 읽는 노인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정창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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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들은 주인공인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 프로아뇨가 책과 관계맺는 장면들이다. 글을 읽을 줄 안다는 것이 늙음이라는 무서운 독에 대항하는 해독제임을 알게 된 그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기하학책과 거짓말만 꾸며놓은 것 같은 역사책, 소년에게 참기 힘든 고통을 안기는 비겁한 소설을 지나 이윽고 연애소설에 안착한다: "그 책은 어쩌면 그가 진작부터 헤매던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 책에 담긴 것은 사랑, 온통 사랑이었다."(p.87) 그리고 "노인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책을 읽었다."(p.45) 음절을 음미하고 그것들을 그러모아 단어를 반복하고, 문장을 반복해서 읽고 또 읽는 그의 독서법은 너무나도 매혹적이다.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가 늙음에 대항하는, 그러니까 (아직 젊은 내가 감히 늙어간다는 것에 대해 섣부르고 어줍잖게나마 말하는 것이 허용된다면,) 고독을 견디는 방법이다. 그는 젋어서 혼인했으나 아이를 갖고자 삶의 터전을 떠나 아마존 개발계획을 좇아 이주했으며 도착한 그 끔찍한 곳, 풀 뽑는 속도보다 자라는 속도가 더 빠르고 맞서는 것이 무의미하며 기적을 기다리는 것 외에 방도가 없는 우기를 가진 이주지에서 두 해만에 부인을 잃었다. "그 순간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 프로아뇨는 자신이 고향에 돌아갈 수 없음을 알았다."(p.53) 홀로 남은 그는 수아르 족 인디오의 친구로 반생을 살았으나 결국 수아르가 될 수 없었으며, 엽총을 강물에 던져버림으로써 밀림을 개발과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밀고 들어오는 자들에게 귀순하기도 거부한다.

   문명과 자연의 대립구도 하에서 전개되는 이 소설에서 노인은 양쪽 모두에도 소속될 수 없기에 고독한 그가 위안을 얻는 때는 그가 좋아하는 연애소설을 읽을 때이다. 베네치아의 연애소설을 집에서 혼자 읽으면서 키스를 어떻게 했기에 '뜨겁게' 했다고 할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주인공이 친구가 보는 곳에서 여자에게 '뜨겁게' 입을 맞추었다고 그를 그다지 좋은 녀석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살쾡이 사냥에 불려나가 같이 간 사람들과 뜨거운 키스와 곤돌라와 베네치아에 곤돌라가 도대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채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때, 소설을 읽는 나는 한편으로는 피식대면서도 그런 그들의 진지한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럽다고 생각하게 된다. 옆에서 주책맞게 나불거라는 뚱보 읍장은 그들에게 베네치아의 사실적 모습을 전달하지만 그가 말하는 것이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뚱보가 어리석고 쓸데 없는 이야기를 한다고 속으로 비난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몇몇 빛나는 순간들이 살쾡이를 엽총으로 쏴죽이면서 자연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그 엽총을 강물로 던져버리며 문명으로의 투항도 거부하기에 결국 어디에도 뿌리박지 못하게 되는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를 구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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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투를 빈다 - 딴지총수 김어준의 정면돌파 인생매뉴얼
김어준 지음, 현태준 그림 / 푸른숲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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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항은 그의 저서 <<B급 좌파>>(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5304712)에 실린 <김어준>이라는 칼럼에서 김어준이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한 단어로 표현하는데, 그 단어는 바로 '근대인'이다. <<건투를 빈다>>를 읽고 나는 김규항의 김어준에 대한 평가가 핵심을 찌른 기막힌 것이라고 생각했다. 데카르트가 사유하는 자아를 발견한 이후 근대인은 스스로 주체가 되어 자신이 가진 이성에 의해 사고하고 판단하게 되었다. 더 이상 신이나 아리스토텔레스가 판단의 근거가 되지 않게 된 것이다. 김규항이 김어준을 근대인이라고 말할 때, 거기에는 외부의 규준에 자신을 구겨넣지 않고 그 스스로 자유로이 사고하고 판단하는 인물이라는 의미가 있다.

   <<건투를 빈다>>에서 김어준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삶의 진지하거나 중요하거나 잡스럽거나 찌질한 여러 질문에 답변함을 통해 그 자신이 근대적 의미에서의 자유를 누리고 있음을 유쾌하게 드러낸다. 서문에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그런 자신을 움직이는 게 뭔지, 그 대가로 어디까지 지불할 각오가 되어 있는지, 그 본원적 질문은 건너뛰고 그저 남들이 어떻게 하는지만 끊임없이 묻는다"고 안타까워하는 그는 다른 사람에게 마음이 기우는 유부녀에게 자기 선택하고 비용을 감당할 각오가 있다면 댁 맘대로 살라고 하고, 애인과 어머니 사이에서 갈등하는 사람에게 "자식이 부모에게 갖춰야 할 건, 효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예의"라고 조언하며, 연애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연인이 남이라는 걸 인정하는게 기본 조건이라고 일갈한다. 결국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단 하나다. 허용되느냐 안되느냐는 문제가 아니다. 자신에게 선택의 결과를 감당할 수 있는가 없는가가 문제일 뿐이다. 고민하는 자신이 스스로 판단해서 선택에 따른 결과를 감내할 결심이 섰다면, 남 눈치 보지 말고 질러라. 그리고 누가 그거 가지고 뭐라고 그러면 걔한테 한 마디 해 주면 된다. "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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