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자이 오사무 지음, 박현석 옮김, 사양, 에오스, 2019.

2.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명인, 메리맥, 2019.

3. 손수호 지음, 사람이 싫다, 브레인스토어, 2021.

4. 오항녕 지음, 광해군, 그 위험한 거울, 너머북스,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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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유신을 설계한 최후의 사무라이들 - 그들은 왜 칼 대신 책을 들었나 서가명강 시리즈 14
박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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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 지음, 메이지유신을 설계한 최후의 사무라이들, 21세기북스, 2020.


내돈주고 사서 읽음.


요시다 쇼인, 사카모토 료마, 사이고 다카모리, 오오쿠보 도시미치라는 4인을 프리즘 삼아 막부 말에 시작된 일본 근대국가 태동 과정에서의 주요 사건들에 대하여 간략히 서술한 책. 문체가 굉장히 읽기 쉽게 정제되어 있어 접근성이 높은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일본 근대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이 책을 시작으로 해 관련된 서적을 읽어 나가면 될 듯(나도 사놓고 못 읽은 몇몇 책들을 다시 시도해 볼 생각이다). 다만, 이 글은 책의 내용에 대한 요약은 아니고 책과는 별 상관 없는 주제인 '사카모토 료마는 일본에서 왜 그렇게 인기가 많나'에 대하여 생각을 정리하기 위한 것이다.


책 164-166면에는 "유신삼걸이 아닌 료마가 유독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이 나온다. 저자의 답변은 별론으로 하고, 나는 예전부터 막연히 그 이유가 시바 료타로의 '료마가 간다'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예전에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 "역사보다 역사소설이 중요하다"는 식으로 떠들어댄 적이 있는데, 이 말을 할 때 나는 명백히 사카모토 료마와 '료마가 간다'와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이런 말을 하는 것도 웃긴 것이, 나는 '료마가 간다'를 다 읽지 못했다. 양이 너무 많다).


삿쵸동맹 결성으로부터 대정봉환에 이르는 과정에서 사카모토 료마의 역할은 결정적이었고, 그 과정에서 그가 보인 정치력 내지 수완은 괄목할 만한 것이었지만, 사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다른 인물들 -요시다 쇼인, 사이고 다카모리, 오오쿠보 도시미치-에 비하면 사카모토 료마가 이루어 낸 업적이 일본 근대국가 형성 과정에서 도드라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사카모토 료마가 다른 유신지사들에 비해 전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던 이유는 시바 료타로가 그를 '발견'해냈기 때문이 아닐까. 마치 김훈이 '칼의 노래'를 통하여 고뇌하는 인간으로서의 이순신을 새로 발견해내고 그가 그려낸 이순신의 초상이 '칼의 노래' 이후 대중들의 이순신에 대한 인상을 크게 좌우한 것처럼. 이게 사카모토 료마의 대중적 인기에 대하여 내가 가지고 있던 막연한 인상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점만으로는 모든 것이 설명되지 않았다. 수많은 작가가 역사속 인물들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여 이를 형상화해내지만 그들이 다 인기를 얻는 것도 아닐 뿐더러, 사카모토 료마는 일본에서 '지나치게' 인기가 많은 것 같다. 그는 여론조사를 할 때마다 일본인이 존경하는 역사인물에서 항상 수위권에 들었고, 2011년에 NHK에서 방영되었던 대하드라마 '료마전'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사실 후쿠야마 마사하루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그의 인기는 여전하다. '료마가 간다'가 연재 당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게 사카모토 료마가 이렇게까지 인기가 있을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사카모토 료마는 어떻게 그렇게 국민적 인기를 획득할 수 있었을까? 질문의 관점을 바꾸자면, 연재 당시에 '료마가 간다'는 왜 그렇게 인기가 있었던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알 수 있듯이, 사카모토 료마 역시 다른 유신의 주역들과 냉철한 현실인식을 공유했다. 다만 사카모토 료마가 다른 유신지사들과 달랐던 부분은 그의 기질이었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일본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하여 걱정하면서도, 그에게는 천성적인 유쾌함과 낙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대책 없는 낙관주의가 다른 유신지사들과 사카모토 료마를 구분 짓는 결정적인 차이이자, 그가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매력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매력이 전국민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디에서 있었을까? 나는 이 책을 사면서 요시미 슌야가 지은 '헤이세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라는 책을 같이 샀다. 이 책의 서문에서는 1945년 이후의 쇼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본래 전후, 즉 1945년 이후의 쇼와는 '성공'의 역사로 거듭 평가돼왔고, 우리들은 당연히 그 쇼와의 연장선상에 있을 터였다. 물론 그 상징은 도쿄올림픽(1964년)이고, 오사카만국박람회(1970년)였다. 도쿄올림픽에 의해 일본은 패전 후 부흥시대에서 벗어나 의기양양한 고도경제성장을 구가했던 것이고, 오사카만박에 의해 그 성장이 산 정상에 도달했음을 실감했던 것이다. 전쟁을 과거로 쫓아버린 전후戰後의 쇼와란, 폐허에서 출발했으되 황태자 결혼붐(1959년), 도쿄올림픽, 오사카만박 등 약 6년 간격으로 벌어진 3개의 '축제'를 잇는 능선이었고, 그 외의 사건은 일본인들이 이 능선을 걸어가는 과정에서 놓인 장애물에 지나지 않았다."(요시미 슌야 지음, 헤이세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AK, 2020, 24면). 나는 이 부분을 읽고 '료마가 간다'가 연재된 시점을 위키피디아를 통해 찾아보았다. '료마가 간다'는 산케이 신문 석간에 1962. 6. 21.부터 1966. 5. 19.까지 연재되었고, 1963년부터 1966년까지 분게이슌주文藝春秋를 통하여 간행되었다. 위 인용에 따르면, 사카모토 료마는 일본인들이 축제의 한가운데에 있던 바로 그 순간에 시바 료타로에 의해 발견되었다.


여기까지 오자 조금은 나아간 기분이 들었다. 일본은 막말 이후 탈아입구를 기치로 하여 세계로 나아가고자 했고, 메이지 국가가 성립한 이래 일본의 이러한 방향성은 여전히 일본인들의 사고 및 무의식의 밑바닥에 있다. 사카모토 료마가 이와 같은 근대 이래 일본이 동경하던 방향을 상징하는 인물임은 물론이거니와, 이에 더하여 전후 쇼와의 절정기에 시바 료타로에 의해 사카모토 료마의 그 대책 없는 낙관주의나 미래에 대하여 보여 주는 가없는 희망이 문학적으로 형상화되고, 이러한 부분이 당시 일본인들이 가졌던 전후 부흥 하에서의 미래에 대한 긍정적 전망의 집단적 무의식과 조응했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 '료마가 간다'는 그렇게 인기가 있었고, 사카모토 료마도 그렇게 대중적인 사랑을 얻게 되지 않았을까. 더 나아가, 나는 이러한 감각에 조응하지 못했기에 '료마가 간다'를 조금 읽다가 놓아 버렸던 것이 아닐까. '료마가 간다'를 읽지도 않은 주제에 멋대로 상상한 거 아니냐고 한다면 딱히 할 말은 없지만, 일단 이렇게 납득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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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통사
미야자키 이치사다 지음, 조병한 옮김 / 서커스(서커스출판상회)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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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부분만을 읽음. 오랜만에 이시다 미키노스케의 '장안의 봄'을 다시 읽기 전에, 당나라 역사 부분만을 개관해 볼 목적으로 읽었다.  


당나라 시대의 흐름을 대강 정리하면 이렇다: 당나라는 이민족 기질이 농후한 무천진 군벌 정권으로부터 시작했고, 태종기까지는 구귀족, 수 말기 신흥세력, 중국의 토착 귀족의 3부류가 권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측천무후 시기에 구귀족 및 전통세력이 일소되었다. 현종 초기에는 전통의 속박에서 해방되어 자유로운 정책 및 인재 등용 등이 이루어져 '개원의 치'라는 태평시대가 지속되었으나, 경제 활성화 및 신흥 계급의 진출은 급속한 빈부 격차를 낳았고, 이러한 부작용이 안사의 난으로 터져나왔다. 이 시점에서 당은 무력국가에서 재정국가의 형태로 변모하면서 초기의 이민족적 성격을 잃고 중국적인 색채가 강해졌고, 이러한 중국적 사회의 약점인 관료의 당파성 및 환관의 전횡에 시달리다 황소의 난을 계기로 멸망하였다.

 

그 내용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구성은 대가의 책이라는 느낌. 당나라 부분만 놓고 보자면 20쪽도 안 되도록 압축하여 서술하고 있는데, 당나라 전체의 흐름을 기가 막히게 포인트만 찝어서 써 놓았다. 보통 이런 통사가 백과사전식으로 시대의 모든 부분을 망라적으로 서술하는 것에 비교해보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한편 이러한 압축과 생략 때문에 배경 지식의 서술이 적어 읽기 힘들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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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의 상인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66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이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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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토니오는 그의 친구인 바싸니오가 포오셔에게 구혼하는 것을 도우려고자금 융통을 위해 유대인 고리대금업자인 샤일록을 찾아가 3천 두카트를 차용한다샤일록은 자신의 사업을 훼방놓고 유대인이라며 자신을 경멸해 온 안토니오에게 복수하기 위해 변제일까지 3천 두카트를 지급하지 못할 경우 안토니오의 살 1파운드를 베어가기로 한 차용증서를 받는다바싸니오는 수수께끼를 풀고 포오셔를 아내로 맞이하지만그 사이 안토니오의 상선은 바다에서 침몰하고 샤일록에게 3천 두카트를 변제하지 못한 안토니오는 법정에 선다.샤일록은 베니스의 법정에서 안토니오의 살 1파운드를 베어가는 것이 자신의 정당한 권리라고 주장하나법학박사로 분한 포오셔가 기지를 발휘해 샤일록은 재판에서 패소하고 자신의 재산을 잃는다마지막에 안토니오의 상선이 베니스에 도착하면서 안토니오가 자신의 부를 되찾으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위의 내용은 <<베니스의 상인>>의 줄거리를 거칠게 요약한 것이고 이 요약만 보자면 이야기는 평면적인 권선징악적 이야기로 보인다내가 <<베니스의 상인>>을 처음 읽었던 것은 어렸을 때의 어린이용 이야기책을 통해서였고그 때 나 역시 이 이야기를 착한 사람들이 이기고 나쁜 샤일록이 망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다시 읽었을 때 나는 샤일록이 불쌍해졌다.

 

2. 

샤일록은 유대인이고고리대금업자이다그는 베니스에서 경멸받는다심지어 안토니오는 샤일록에게 돈을 빌리러 간 자리에서도 이러한 경멸을 숨기지 않는다.

 

나는 또다시 그대를 그렇게 부르고 싶소./다시 침을 뱉고 다시 걷어차고 싶소./만약 그대가 그 돈을 빌려주려거든/친구에게 빌려주듯 빌려주지는 마오우정이 있는/사람이라면 그 누가 생식력이 없는 쇠붙이에 대한 이자를/친구에게 받겠소그러니 원수에게 돈을 빌려주는/것이라고 생각하고그래야 내 파산하여 위약하게 될 경우/떳떳한 얼굴로 벌금을 받아낼 수 있을 거요.(p.29)

 

샤일록이 경멸받는 이유는 유대인이며고리대금업자이기 때문이다샤일록은 태생적으로 기독교 세계관과 조화될 수 없는 인물이다중세 이전의 기독교는 노동의 대가가 아닌 금전에 대한 이자를 부정한 것으로 간주하였고그래서 유대인은 그 틈새를 파고들어 부를 축적했다샤일록은 이렇게 기독교 세계에서 경멸받던 유대인의 상징과 같은 인물이다당시의 가치관에서 안토니오가 샤일록을 경멸하는 것은 납득할 만한 것이지만지금 나에게는 이는 조금 부당하게 느껴진다애초에 안토니오가 가해자가 아닌가그는 샤일록의 대부업을 훼방 놓았고그를 몇 번이고 공개적인 장소에서 비난했다:“당신은 저를 이교도사람의 목을 무는 살인견으로 부르고 내 유대인 망토에 침을 뱉었습죠.(p.28) 샤일록은 목을 움츠렸을 뿐 안토니오에게 적극적으로 위해를 가한 것이 없고그의 음모는 안토니오에 대한 복수심의 발로인데책을 읽어나가면 샤일록이 안토니오에 대해 복수심을 갖게 되는 것도 인지상정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3. 

샤일록은 법에의 호소를 통해 자신의 복수를 달성하고자 한다그러나 포오셔의 기지로 인해 그의 시도는 좌절되고 오히려 파멸한다샤일록이 강제로 기독교로 개종 당하게 되는 판결은 샤일록이 결정적으로 패배하였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데이 결과는 정의에 합당한 것일까?

 

책 말미의 해설에서는 <<상인>>에서 나오는 계약즉 돈을 기한 내에 갚지 못하면 살을 떼어갈 권리를 채권자에게 부여하는 계약이 당시에 유효한 것으로 간주되었다고 한다이는 책에서의 안토니오나 총독의 말에서도 확인된다물론 지금에야 이런 계약은 민법103조 위반으로 무효이겠지만샤일록과 안토니오 사이의 계약이 베니스의 법률에 의해 유효하다면샤일록의 호소를 받아들여 안토니오를 죽이는 것이 법적으로 정의롭다베니스 공동체의 호의를 얻지 못하는 샤일록에게는 오로지 법이 기댈 곳이다“이 희곡 전체를 통해서 법률은 그의 유일한 호소이며 그의 유일한 권리이다그러므로 합법성이 선을 판단하는 기준이다. ... 정의는 곧 합법성이다.

 

그렇다면 포오셔의 판결-1파운드 이상도이하도 떼어가서는 아니 되고피를 흘려서도 안 된다는-은 당시의 관점에서도지금의 관점에서도 상식 밖의 재판이다가분적 급부에서 일부청구는 당연히 처분권주의상 허용되고피를 흘리는 건 살점을 떼낼 때 당연히 수반되는 것이므로 이 논거를 들어 샤일록의 청구를 기각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올바른 법률가라면 샤일록의 편에 서야 되는 것이 아닐까?

 

4. 

앨런 블룸은 그의 에세이에서 그들이 화합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지적한다:“그들의 삶의 세계관즉 삶에 있어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가에 관한 그들의 이해가 서로 대립되기 때문에 그들은 결코 서로 동의할 수 없는 것이다. ... 그들은 공통의 토대를 갖고 있지 못하다. 기독교 세계의 인간과 유대교의 인간우정을 추구하는 인간과 이윤을 추구하는 인간은 결코 타협할 수 없으며둘이 충돌하게 될 경우 어느 한 쪽이 파멸하여야 그 싸움은 끝난다셰익스피어는 다양한 인종과 세계관이 공존하는 코스모폴리탄적 세계에 대해 회의적인 눈으로 바라본다공통의 토대를 갖지 못한 사람들은 서로 어울려 살 수 없다샤일록은 유대인이지만민족을 넘어선 유대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울분을 담아 피력한다.

 

그는 나를 창피하게 만들었고, 50만 다가트의 이득을 취할 수 없게 했고내 손해에는 만족의 웃음을 지었고내 이득을 조롱했고,내 민족을 경멸했고내 상거래를 방해했고내 친구들의 우정을 식게 했고내 원수들의 마음에 불을 지폈소그런데 그렇게 한 이유가 무엇이었소? 내가 유대인이기 때문이었소그래유대인은 눈도 없소유대인은 손도 없고오장육부도사지도감각도감정도격정도 없소기독교인과 같은 음식을 먹고같은 무기에 다치고같은 병에 걸리고같은 방법으로 치료하고같은 여름과 겨울에 더워하고 추워하는 거란 말이오우리의 살은 찔러도 피가 나지 않소간질여도 우리는 웃지 않소독을 먹여도 우리는 죽지 않소부당한 일을 당하고도 우리는 복수하지 말란 말이오다른 모든 일에서도 당신들과 같은데 그 점에서도 같을 것은 뻔하지 않소.만약 유대인이 기독교인에게 부당한 일을 한다면 기독교인의 겸양은 무엇이겠소복수요만약 기독교인이 유대인에게 부당한 짓을 행한다면 그의 관용은 기독교인의 본보기를 따라 무엇이겠소당연히복수요당신네들이 가르쳐준 악행을 나는 실천하겠소감당하기 힘든 어려움에 부닥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 교훈 이상으로 실천하겠소.(pp.75-76)

 

이 휴머니즘을 토로하는 격정적 웅변을 읽을 때 더 이상 샤일록을 단순한 악당으로 보기는 어렵다그러나 이러한 샤일록의 희망을 베니스와 셰익스피어는 수용하지 않았다마지막에 샤일록이 강제적으로 기독교로 개종당하는 장면은 서로 다른 세계가 결국 조화될 수 없으며 한 쪽이 복속될 수 있을 뿐이라는 셰익스피어의 회의적 시각을그리고 법률을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공동체의 안쪽에 있는 사람 뿐이라는 점을 되새기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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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신선집 1 - 소설 수필
노신문학회 지음 / 북피아(여강)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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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Q정전>을 오랜만에 읽음. 

예전, 그러니까 내가 10대였을 때 이 소설을 읽고 나는 그냥 아Q가 병신같은 놈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다시 읽고 나서는 그렇게 간단히 이야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루쉰은 아Q를 통해 중국 인민을 각성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과연 그것 뿐이었던가? 루쉰은 아Q를 경멸하기보다는 연민한다. 아Q가 그렇게도 어처구니없게 행동하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가 현실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아Q는 결코 그의 삶을 바꿀 기회도 희망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그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정신적 승리법을 통해 위안을 얻거나, 성으로 가는 것 뿐이다. 그리고 언제나 성에서 가장 먼저 패배하여 사라지는 것은 삶을 바꾸고자 신기루같은 희망을 품고 성으로 올라온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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