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야의 이리 을유세계문학전집 104
헤르만 헤세 지음, 권혁준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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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r Steppenwolf ...
어느 아웃사이더에 관한 이야기
<황야의 이리>, 헤르만 헤세 쓰고 권혁준 옮김, 을유문화사, 2020 _을유세계문학전집 104번째 책

P. 59 옛날 한때 황야의 이리로 불렸고 하리라는 이름을 가진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두 다리로 걷고 옷도 걸친 인간이었지만, 본래는 한 마리 황야의 이리였다. 그는 이해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배울 수 있는 많은 것을 배운 사람이었고 상당히 총명한 남자였다. 그러나 그가 배우지 못한 것이 있었는데, 자기 자신과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법이었다. 이것만은 할 수 없었다. 말하자면 그는 불만족스러워하는 인간이었다. 그가 그렇게 된 것은 아마도 마음 깊은 곳에서 자신이 본래 인간이 아니고 황야에서 온 이리라는 것을 늘 의식하고 있었기 (또는 그럴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헤르만 헤세의 <황야의 이리>를 이제야 읽었습니다.
이 소설은 도시와 문명사회라는 황야를 한마리 늑대로 살다간 하리 할러라는 고독한 이방인 , 외로운 영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하리 할러의 내면에는 인간과 늑대, 즉 “사상.감정,문화와 잘 길들여진 본성의 세계”가 “충동과 야성,잔인함의 어두운 세계, 승화되지 않은 거친 본능의 세계”와 함께 공존하고 있어서 늘 분열을 일으킵니다. <황야의 늑대>는 이처럼 내적 분열과 갈등을극복하기 위해 하리 할러 벌이는 치열한 노력의 기록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할러가 새로운 정신세계와 자아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사건들은 오늘날의 시점에서 되돌아보아도 충격적일 만큼 대담합니다. 정신분열, 마약, 동성애,그룹 섹스, 고급 창녀, 문명의 거부, 거친 야수성 등 현대 문명사회의 모든 문제를 어떤 도덕적 가치기준에도 구애됨이 없이 자유롭고 도전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60년대 말 미국과 유럽의 학생운동 세대와 히피들에게 성경처럼 읽혔던 것이 아닐까요?
하리 할러뿐 아니라 우리 모두는 내면에 <인간과 늑대>를 함께 지니고 도신의 정글을 헤매고 다니는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기술과 정보의 시대가 우리에게 장미빛 미래를 보장해주는 듯하지만 여기저기에서 문명의 위기가 실체를 드러내고 있는 오늘날 1927년에 쓰여진 이 소설은 현대 기술문명에 대한 치열한 비판이라는 면에서 더욱 그 의미가 있습니다.
모처럼 깊이 고민하며 읽었던 <황야의 이리>였습니다. 생각은 많았지만 잘 아직 잘 정리가 되질 않네요. 가을이 오면 다시 한번 읽어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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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맨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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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난 그건 못 해! 학교 가는 길에 그 아이한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떻게 알아! 그러나 딸은 이미 생물학적 유대 외에는그가 보호해줄 것을 아무것도 남겨놓지 않았다! 그 아이의 아침전화도 영원히 빼앗겨버렸다! 엘리자베스의 시내 큰길 교차로에서 동시에 사방으로 달려가는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 성공하지 못한 아버지, 질투심에 찬 동생, 한 입으로 두말하는 남편,
무력한 아들. 그의 가족의 보석상으로부터 불과 몇 블록 떨어진곳에서 몇 명 되지도 않는 친족, 아무리 열심히 쫓아가도 도저히거리가 좁혀지지 않는 친족을 소리쳐 부르는 자신의 모습. "엄마, 아빠, 하위, 피비, 낸시, 랜디, 로니… 어떻게 해야 하는지방법만 알았다면 좋았을 것을! 내 말 안 들려? 나 떠나고 있다.
고! 다 끝났고, 나는 이제 당신들을 모두 다 떠나고 있어!" 그가그들에게서 사라지는 것과 똑같은 빠른 속도로 자신에게서 사라지고 있는 그 사람들이 고개만 돌려, 너무나 의미심장하게 소리쳤다. "너무 늦었어!"
떠남. 그가 공포에 질려 숨을 헐떡이며 깨어나게 했던 바로 그말, 주검의 포옹에서 살아 돌아오도록 구해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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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사이시 조의 음악일기
히사이시 조 지음, 박제이 옮김, 손열음 감수 / 책세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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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을 고전 예능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현대의 음악을 연주해야 한다. 내가 지휘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특수한 현대음악 콘서트가 아니라, 고전과 현대의 음악이 어우러진 평범한 프로그램을 자연스럽게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다. 동시대의 음악을 관객에게 직접 전하고 싶다. 이 책에는그런 뜻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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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소설에 빠지다 2
안토니오 타부키 지음, 라르스 바리외 엮음, 이현경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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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흥얼흥얼 노래를 불렀다. 침대를 바꾸고, 몸노신사가 전차 정거장에서 새처럼 지저귀는 게 우스꽝스럽지 않겠는가? 젊은이, 가게나.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자 청년에게 출발하라는 손짓을 했다. 자네 피자를 목적지에 갖다 줘, 빨리 가, 빨리 가,
구경할 거 없어, 난 그냥 지나간 아름다운 시절의 믿음직한 동료였던 아라공의 시들을 흥얼거리는 늙은 신사일 뿐이야. 아라공은 벌을 치장하고, 이 모든 것이 장식일 뿐.(tout est affaire de décor, changerde lit, changer de corps.)’ 그는 바꾸는 일에 능했다. 그는 한평생 그렇게 살았다. 전차가 떠났다. 그는 전차 안에 작별하는 상대가 타기라도 한 것처럼 한 손을 흔들어 인사를 했다. 전차를 타고 페르가몬박물관에 가던 사람이 누구였지? 그는 자기 뺨을 다정하게 톡톡 쳤다. 이런, 너잖아, 바로 너였어. 그래 봤자 무슨 소용인가, 나를 배신하는 건 여전히 나인데.(et à quoi bon, puisque c‘est encore moi qui moirmême me trahis.)’ 그는 레오 페레 처럼 깊고 약간 극적인 목소리로마지막 소절을 흥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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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웃고나서 혁명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 푸른숲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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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olutionHumor
혁명, 그게 뭐 별건가?
때로 세상이 내 편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중앙은행은 점령하지 맙시다."
혁명위원회의 일원인 미라라이가 말했습니다.
그러자 페릭 휴세인 장군이 왜냐고 물었지요.
"별 쓸모도 없는 공공기관들을 점령하느라 힘을 허비하지 말자는 얘기죠."
이 제안이 받아들여지자 쓸모없는 정부 부처, 그러니까 재무부, 시청, 인구통계청 등은 제쳐두었습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정부 부처를 꼽다가, 쓸모 있는기관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미라라이가 말했습니다.
"쓸모없다는 이유로 공공기관들을 점령하지 않는다면, 혁명을 포기해야 할 판인데요." 본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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