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는 마치 흐르는 물을 바라보듯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지켜보았다. 사건 자체에는 관심도 없었고, 흥미를 느끼지도 않았다. 어디서 비롯되었고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 시작과 끝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사건들의 흐름을 보았다. 서로 유사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사건들, 시간상 가깝기도 하고 멀기도 한 사건들, 하나에서 또 하나로 이어지기도 하고 서로 아무런 연관이 없기도 한 사건들의 흐름 말이다. 그러나 이 또한 그에게 특별한 의미는 없었다. p.15
이 게임은 여행의 일종이다. 여행길에서 가끔 선택의 기회가 나타날 것이다. 선택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게이머는 때로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것 같은 느낌에 빠지기도 하리라... 자신이 지금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느냐, 그리고 무엇과 마주하게 되느냐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p.111
무엇인가가 사라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걸어갈 때 옆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처럼 당장 눈앞에서는 사라지지만, 어딘간에 계속 남아 다른 사람의 눈에 띄는 그런 것일까? 어쩌면 시간은 자신의 흔적을 지우고, 과거를 먼지처럼 흩어지게 해서 결국엔 돌이킬 수 없이 부스뜨리길 바라는 게 아닐까? p.2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