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토 다카시의 교육력 -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19
사이토 다카시 지음, 남지연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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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가장 기본은 배우는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가르치는 사람 자신이 동경을 강하게 가질 필요가 있다. ‘어쩌면 이렇게 훌륭할까‘ 하는 뜨거운 마음은 상대에게도 전해진다. 가르치는 사람이 이미 동경의 마음을 잃었다면 아무도 따라오지 않는다. ‘더 많이 공부해보고 싶다‘라는 향상심을 자극하는 것은 가르치는 사람의 동경의 벡터이다. - P8

경험적 지식을 쌓았다는 장점을 남긴 채 신선함을 잃지 않는다. 이것은 이제 하나의 기술이다. ‘선생님도 우리와 함께 변화해주고 있다‘라고 하는 의식이 배우는 측에 생겨나면 배움터의 분위기를 함께 고조시키려는 기운이 북돋아진다. 일방향적인 상하 관계가 아닌 우정의 관계성이 교육의 지향점이다. - P12

현재의 교육 세계에서는 수준을 확실히 평가하는 것 자체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시험이 인간성에 악영향을 준다고 싫어하는 교사도 있다. 또는 ‘학력은 점수로 측정 가능한 것이 다가 아니다, 그 이외의 살아가는 학력이 필요하다‘는 설을 주장하다 결국은 학력을 잴 수 없는 것으로 규정하며 실력의 유무를 불문에 부치게 만드는 교사도 있다. 그러한 모호함이 배우는 의욕의 향상으로 이어진다면 괜찮겠지만, 실제로는 아이가 집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 P28

교사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만한 교재를 준비하여, 배우는 사람끼리 서로 절차탁마하는 우정의 관계성을 ‘공간‘의 분위기로서 실현하는 것이다. 이 ‘공간‘의 분위기는 교사 자신의 인격과 교양,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 등에 좌우된다. - P31

물음의 설정은 생각하는 작업을 재촉한다. 그런 만큼 물음을 생각하는 측에는 상당한 지식이 필요하다. 아무런 해답도 준비되지 않은 물음을 던지면 학생은 질려버린다. 완벽한 정답일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납득할 수 있는 대답을 교사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교사의 실력이 검증받는 승부처는 발문력에 있다. 물음이 모호하고 평범한 것이라면 학생들은 깊이 생각할 수 없다. 묻는다는 행위는 실로 교육자다운 행위인 것이다. - P33

수업 중에 떠오른 멋진 영감. 그것이야말로 교육의 축제적 순간이자 하늘이 준 선물이다. 이러한 순간이 찾아오기 위해서는 교사 측에 유연한 마음이 필요하다. 자신의 해답에만 집착해서는 학생이 안심하고 영감의 날개를 펼 수 없다. 교사의 인격적 따스함, 그리고 견식에서 비롯된 여유가 학생의 자유로운 발상을 재촉한다. - P37

즉 우선 기반이 되는 것은 잘 가르치기 이전에 잘 배우는 것이다. 그렇다면 배움에 있어서 기본이 되는 것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자기 자신이 배움을 통해 기쁨을 얻은 경험이 있는 것, 바로 ‘배운다는 것은 엄청나게 즐거운 일이야‘라는 분명한 자각이 있는 것이다. - P43

소위 암기는 아주 나쁘며, 생각하는 것이 좋다고 흔히 말한다. 그러나 가령 세계사에서 생각해야만 하는 문제가 있다고 해도, 그에 대한 지식을 암기하지 않은 사람이 생각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생각한다는 행위가 지식과 독립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사실 착각인 것이다. - P49

교사에게 요구되는 것은 전문적 역량과 인격적 매력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전자는 지식, 전문성이 매우 뛰어나며 그 분야에 탁월할 것. 후자는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포함하여 인간적인 매력이 있을 것. - P61

교사는 숙달에 관한 전문가여야 한다. 따라서 숙달이란 어떠한 프로세스로 진행되는지 자신의 체험을 통해 분명히 인식하고 있을 것이 우선적인 교육자의 조건이다. 어쩌다 보니 자연히 능숙해졌다는 사람은 교사에 적합하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 P70

늘 새로운 학설을 공부하고 그것을 소개하는 능동적인 태도는 학생에게 계속해서 전해진다. 중요한 것은 교사 자신이 항상 지식에 대해 새롭게 파고드는 의욕을 갖는 것으로, 그러한 마음은 아이들에게 전해지기 마련이다. 또한 그와 같은 지적 탐구 자세를 전하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기도 하다. - P97

엄격하게 말하자면 교과서를 해체하여 학생에게 전할 만큼의 힘이 없으면 교사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독서, 공부의 범위가 좁으면 결국은 교재 선택이 치우치게 된다. 혹은 별것 아닌 내용을 마치 대단한 것이라도 되는 것처럼, 분석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채택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 P125

교사가 학생에게 주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 하면 감동과 습숙의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어떤 것을 배우고 나서 ‘아, 재미있었다‘라든가 ‘조금 더 공부해보고 싶다‘라든가 ‘두근거린다‘라고 생각하게 만들 수 있는가. 그것이 감동이다. 다른 하나는 감동까지는 아니더라도 아무튼 무언가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할 수 있게 되면 결국 그 일이 좋아진다. 이것들은 서로 무관하지 않지만 어쨌든 이 두 가지 중 하나만이라도 충족시켰으면 한다. - P132

그러므로 대화는 서툴지만 좋은 교사란 거의 있을 수 없다. ‘대화력‘이 교사에게 있어 가장 기본이기 때문이다. 대화는 능숙하지 않지만 잘 가르치는 교사가 혹시 있다 하더라도 틀에 박힌 역할밖에 하지 못할 것이다. 실제로 선생님은 인터랙션을 통해 의미를 창출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 P134

시험은 필요한 능력을 기준으로서 공유하는 데 의의가 있다. 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내는 것이 시험의 의미이다. - P140

공부가 본업이라는 사실이 학교에서는 자주 잊혀진다. 공부가 학생을 괴롭힌다는 듯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선생님 자신이 진심으로 그 공부를 즐기는 단계까지 도달하지 못했기 떄문이라고 생각한다. 공부는 본래 엄청나게 재미있는 것이다. - P155

교사는 세상의 많은 교수법 가운데 자신이나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에게 적합한 방법을 찾아 탐욕스럽게 흡수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어레인지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간다. - P165

향학심에 불타 성장하려는 분위기는 즐겁다. 그래서 ‘공부하기 싫다, 노력하기도 싫다‘는 사람이 불쌍해 보인다. (...) ‘배움은 축제이다‘라는 사실을 전하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다. - P177

그런 생생한 연극 공간에서의 연소감과 수업의 그것은 서로 닮았다. 연극에서 관객을 모으기란 대단히 힘든 일이다. 200명이나 모으려고 하면 극단원 한 사람당 티켓 판매 할당량은 몇 장, 몇십장이 되고 만다. 그에 비해 학교는 다행히도 아무런 고생을 하지 않아도 처음부터 관객이 있어준다. 그곳에서 매일 라이브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한 고마움을 느끼는 것이 일단은 축제 감각의 출발점. 그 순간을 공유할 수 있다는 고마움은 누구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P183

학교라는 장소의 주된 역할은 넓은 의미에서의 문화유산 계승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의 중심은 문화이다. 내용적으로 보면 다루는 거의 대부분이 문화인 것이다. 하지만 교사에게 문화유산을 계승한다는 의식이 없으면 그 수업은 의도를 잃어버리고 만다. - P188

좋은 것을 간파하는 눈, 레벨 차이를 알아보는 안력이 습득되면 자신을 체크하고 수정할 수 있다. 자신을 성장시켜줄 뭔가를 찾아낼 수도 있다. 그러한 안력을 갖게 해주는 것이 교육의 중요한 역할이다. - P195

말의 힘을 믿고, 말로써 여러 가지 것들을 전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말로 하는 직업이 아닌가. 말은 신용할 수 없다거나 어차피 전해지지 않는다고 체념하지 말고, 말을 통해 상당한 부분까지 전해진다고 믿을 필요가 있다. 말의 힘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를 전하는 것 자체가 교사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 P206

수업 전에 미리 그 진행 방식을 전부 빈틈없이 정해두면 학생의 참가로 변화해가는 역동적인 흐름을 끌어낼 수 없게 된다. 가장 재미있는 것은 누군가 던진 한마디에 의해 계속해서 전개가 깊어지는 경우다. 그렇지만 선생님은 최종 목적지를 알고 있으므로 그렇게 당황하지 않는다. 도중에는 다양한 길이 있을 것이다. 다만 마지막은 목적지에 다다르면 된다. - P212

하나의 지식에 대하여 또 다른 관점이나 더욱 발전된 해석법이 등장하는 것은 학문의 세계에서 당연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복안적인 관점을 익히는 것 자체가 수업의 목표라고도 할 수 있다. 이것만 기억하면 된다는 것이 아니라, 이 각도에서 보면 이렇지만 시점을 옮기면 이렇게도 보인다는 식으로 항상 시점을 이동시키는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 - P221

학교라는 곳에서는 수업 하나하나에 의미가 있다. 방대한 시간에 걸쳐 방대한 지식이 들어온다. 그 모든 정보를 열린 자세로 흡수하는 사람이 더욱 큰 힘을 갖게 되지 않을까. 그러한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남을 구하는 힘도 가지며 스스로를 구하는 힘도 가진다. 그 사실을 부정하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 P225

자신이 교육자라는 사실을 정체성으로 삼을 경우, 상대의 변화를 기다릴 수 있는가 하는 자질이 중요해진다. 이것을 타고난 사람은 얼마 없기 때문에, 누구나 상대가 빨리 변화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상대가 변했으면 하면서도 보통은 그것을 끝까지 기다리지 못한다. - P228

정말 훌륭한 선생님은 자신이 직접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학생들이 의욕을 내고 발전해간다. 그러한 시스템과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인 것이다. - P241

본래 인간은 약한 존재이다. 그런 약한 인간이 타인과의 만남을 통해 정체성을 가짐으로써 강해질 수 있다. 그 정체성은 하나가 아닌 여럿 있을 때 더 강해진다. 마치 한데 꼬아놓은 실타래 같다. 한 가닥뿐이라면 금방 끊어져버린다. 그래서 섬유를 몇 개나 꼬아 한 가닥 끊어져도 나머지 구십 몇 가닥이 남는 상태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만남의 가능성을 학생들에게 준비해줄 필요가 있다. - P244

나는 학생의 자질이라든가 재능을 따지기보다 습관을 변화시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중학교 이후에는 특히 그런데, 초등학교에서 머리는 좋았을 터인 아이가 점점 성적이 떨어지는 예가 있다. 그것은 요컨대 공부하는 습관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 P251

대체로 일을 할 때는 어느 직업에서도 자신에게 잘 맞는 스타일 찾기가 중요하지만, 교육의 경우는 특히 상대가 존재하기 때문에 스타일의 선택과 개선이 더욱 중요해진다. - P268

인간은 ‘삶이 허무하다‘는 감정에서 벗어나려 한다. 그리고 허하지 않은 충실한 감정이란 수입 등 실질적인 부분과 반드시 관련 있다고는 할 수 없는 공부를 통해 생겨난다. 삶의 충실감이 배우는 자세로부터 비롯된다고 한다면 배우는 자세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교사의 가장 큰 임무라고 할 수 있다. - P275

교사의 신체는 늘 학생에게 영향을 준다. 그러므로 학생 앞에 설 때는 어깨를 빙글빙글 돌려 굳은 몸과 마음을 풀고 상쾌한 공기를 들이마신다. 기분 좋아 응답하기 쉬운 신체를 갖추고 몸 전체로 동경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을 이미지한다. 그리고 환한 표정과 생기 있는 목소리로 학생들에게 이야기한다. 이러한 신체 조정은 교사로서의 기본기이다. 향상심 넘치는 교사의 생기발랄한 신체야말로 교육력의 근간을 이룬다는 확신을 나는 가지고 있다. -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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